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를 시작으로 <포레스트 검프>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인 혁신을 추구해 온 선구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영화 <히어>로 돌아왔다. 로버트 저메키스는 시각 효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자신의 영화 속에 투영하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장면들을 창조했다. 2월 19일 개봉하는 이번 영화 <히어>도 톰 행크스의 20대를 스크린에 불러오면서 또 한 번의 시각효과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히어>는 한 장소를 중심으로 대서사시처럼 펼쳐지는 여러 가족의 삶을 통해 인생의 소중함에 대해 전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표작 속에서 두드러지는 시각 효과들을 소개한다.
<빽 투 더 퓨쳐>(1985)


로버트 저메키스의 <빽 투 더 퓨쳐>는 가히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 여행 영화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영상 테크놀로지 실험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1955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위해 마티가 시계 달린 건물에 번개를 유도하는 장면은 아날로그 특수 효과와 초기 디지털 기술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미니어처 세트의 정교함,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섬세함, 그리고 실제 번개 효과의 강렬함이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하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현재의 시각에서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가히 혁명적인 시도였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오락적 볼거리를 넘어, 시각 효과가 영화의 서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영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는 실사 영화와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완벽하게 결합하여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밥 호스킨스와 로저 래빗이 함께 연기하는 장면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상상력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또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거주지인 툰 타운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캐릭터들의 그림자와 움직임을 실사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기술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시도였다. 이 영화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제시하며 영화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레스트 검프>(1994)


<포레스트 검프>의 역사적 인물과의 합성은 영화에 역사를 포갠다. 인물 포레스트 검프가 존 F. 케네디, 존 레논 등 역사적 인물들과 만나는 장면은 시각 효과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저메키스는 아카이브 영상에 배우를 합성하고, 입 모양을 정교하게 편집하여 역사적 진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결합한다. 이러한 기술은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고,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는 데 기여한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며,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역사적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폴라 익스프레스>(2004)

로버트 저메키스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 작가의 아름다운 동화를 여러 기술을 활용해 영화화한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퍼포먼스 캡처와 3D 입체영상을 활용해 실제 배우가 애니메이션화하여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만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퍼포먼스 캡처 기술은 배우의 연기를 디지털 정보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배우는 작은 센서가 부착된 특수 제작한 의상을 입고 얼굴에는 마커를 부착한 채 연기를 한다. 이번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통해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차장, 산타클로스, 떠돌이 등 다섯 가지의 캐릭터를 소화한다.
<히어>(2025)

영화 <히어>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포레스트 검프> 드림팀의 재회로 기대를 모은다. 에릭 로스 각본가와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주연, 당시 촬영, 음악, 의상감독 등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배우의 외모 변형을 통해 나이, 성별, 인종 등에 얽매이지 않게 하는 디지털 메이크업 기술을 활용해 20대의 모습을 재현했다. 디지털 메이크업 기술은 60세의 자세를 가진 톰 행크스의 얼굴에 25세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톰 행크스가 직접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세와 얼굴을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디지털 메이크업 기술도 일흔이 다 되어 가는 그의 목소리를 숨기지는 못했다. 톰 행크스의 20대의 얼굴에 60대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