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오브라이언이 2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 사회를 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491_204816_448.jpg&w=2560&q=75)
로스앤젤레스 산불 등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제97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은 정치적 논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이 주목받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번 시상식에서는 워싱턴 정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으며, 마치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을 진행한 코넌 오브라이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며, 영화 〈아노라〉를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간접적인 풍자를 드러낸 정도였다. 그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총 5관왕에 오른 〈아노라〉에 대해 "강한 러시아인에 맞서는 장면을 본 미국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뉴욕의 스트리퍼가 러시아 갑부와 결혼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NYT는 오브라이언이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한 오프닝에서도 '정치적 분열'이라는 표현 외에는 할리우드 내부 현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발언이 자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일부 순간에서는 예외가 있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인 <노 아더 랜드> 제작자인 유발 아브라함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언급하며 "외교정책이 해결책을 막고 있다"고 비판해 가장 정치적인 발언으로 꼽혔다. 또한, 편집상의 시상자로 나선 배우 대릴 해나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표어를 말했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이 살다나는 자신을 '이민자의 자녀'라고 칭하며 이민자 문제를 암시했다.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서 다양성(DEI) 폐기 정책과 이민 단속 정책 등을 비판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발언과 비교하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비정치적인 색채로 치러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