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후보들이 발표됐다. 이창동 감독, 유아인 주연의 <버닝>을 포함 총 18개 작품이 리스트에 속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거장들의 비중은 작지만, 국가와 성별을 '나름' 고려한 티가 역력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황금종려상을 두고 <버닝>과 함께 경합을 벌일 18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버닝
이창동

이창동 감독이 <시>(2010)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1982)를 각색했다 .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남자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여자 친구를 만나고, 그녀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후 정체불명의 친구를 소개한다. 취미로 헛간을 태우고 다닌다는 그의 고백을 들은 남자는 거기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 유아인, 스티븐 연, 그리고 신인 전종서가 세 주인공을 연기했다. 이창동은 <버닝>을 통해 요즘을 사는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태극기 휘날리며>(2003), <마더>(2009), <곡성>(2016) 등을 찍었던 홍경표가 촬영을 맡았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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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바디 노즈
Todos lo saben
아쉬가르 파하디

올해 칸 영화제의 개막작은 이란의 새로운 거장 아쉬가르 파하디의 신작 <에브리바디 노즈>다. 이 작품은 경쟁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 등 부부 관계에 대해 천착해온 파하디는 첫 스페인어 영화 <에브리바디 노즈>에서 실제 부부이기도 한 두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을 캐스팅 했다. 잔잔한 가운데 커다란 감정적 동요를 포착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외국인과 결혼 후 고향에 오랜만에 여행 온 여자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는 스릴러라고 한다. 스페인의 명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많은 작품을 같이 한 촬영감독 호세 루이스 알카이네, 음악감독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가 참여했다. 파하디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와 <세일즈맨>(2016)으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돼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앳 워
At War
     스테판 브리제

<앳 워>는 괜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돌연 공장 폐쇄를 결정한 회사에 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대항하는 과정을 그린다. 프랑스의 노동 문제와 개인의 삶을 연결했던,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전작 <아버지의 초상>(2015)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초상>을 비롯한 브리제의 많은 작품들의 주연을 맡았던 뱅상 랭동이 노동자들의 선봉에 서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랭동은 3년 전 <아버지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그맨
Dogman
마테오 가로네

<고모라>(2008), <리얼리티: 꿈의 미로>(2012), <테일 오브 테일즈>(2015) 등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고 있는 마테오 가로네의 신작 역시 경쟁부문에 올랐다. <도그맨>은 이탈리아 교외 마을에 사는 애견 미용사의 이야기다.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는 전직 복서로부터 위협 받는 미용사는 치밀한 복수를 결심한다. 근래 장황한 판타지들을 내놓던 가로네는 잔혹하리만치 리얼하게 현실을 묘사하는 본래의 스타일로 돌아온 것 같다.


이미지의 책
Le livre d'image
     장-뤽 고다르

올해 칸 영화제 포스터는 장-뤽 고다르의 걸작 <미치광이 삐에로>(1965) 속 이미지에서 따왔다. 그리고 88세의 고다르가 내놓는 신작 <이미지의 책> 역시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다. 공식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저 침묵일 뿐. 그저 혁명의 노래일 뿐. 한 손의 다섯 개 손가락처럼 다섯 챕터로 이뤄진 이야기." 여느 고다르의 작품이 그렇듯 직접 영화를 봐야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제작사 '와일드 번치'에 의하면 고다르는 근 2년간 튀니지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아사코 I & II
てもめても
하마구치 류스케

다섯 시간을 훌쩍 넘기는 <해피 아워>(2015)로 일본 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는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시바사키 도모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신작 <아사코 I & II>의 러닝타임은 119분이다. 21살 아사코는 자유분방한 바쿠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다. 그리고 2년 후 바쿠와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완전 딴판인 료헤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비전문배우로만 촬영을 진행했던 <해피 아워>와 달리,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의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나얼의 '기억의 빈자리'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신인 에리카 카라타가 기용됐다. 여러모로 <해피 아워>와는 다른 결의 영화가 될 듯.


쏘리 엔젤
Sorry Angel
     크리스토프 오노레

프랑스 감독 크리스토프 오노레는 <러브 송>(2007) 이후 11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쏘리 엔젤>은 1990년을 배경으로 자기 삶에 최고의 순간 따위는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마흔 즈음의 작가, 자주 웃으며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 두 남자의 사랑을 펼친다. 사랑스러운 꿈 같으면서도 아주 슬픈 로맨스라고.


걸스 오브 더 선
Girls of the Sun
     에바 허슨

청춘들의 자유롭고 위험한 섹스를 묘사한 데뷔작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2015)의 에바 허슨의 신작. '걸스 오브 더 선'이라는 쿠르드족 여성 부대원의 이야기다. 황량한 풍경 아래 대원들이 비장하게 총을 겨누고 있는 스틸컷만 봐도 전작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패터슨>(2016)의 골쉬프테 파라하니가 부대원을 이끄는 바하르를, 2년 전 <몽 루아>로 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엠마누엘 바르코가 그들과 동행하는 종군기자 역을 맡았다. '여성'과 '아랍'이라는 키워드가 두드러져 보인다.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
江湖儿女
지아장커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 역시 근작 <천주정>(2013), <산하고인>(2015)에 이어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본래 '돈과 사랑'이라는 제목이었던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는 모델과 택시기사의 사랑 이야기다. 지아장커는 SNS에 촬영 고사 현장을 올리며 "내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거대한 폭풍은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이었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늘 그렇듯, 여자 주인공은 그의 아내 자오 타오가 맡았다. 지아장커의 거의 모든 작품의 카메라를 담당했던 유릭와이가 아닌 알랭 레네, 아르노 데스플레셍, 올리비에 아사야스 등 많은 프랑스 거장들과 작업한 에릭 고티에가 촬영을 맡았다.


만비키 가족
万引家族
   고레에다 히로카즈

칸이 사랑하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도 초청됐다. 또 다시, 가족 이야기다.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만비키'는 우리말로 도둑이다)로 연명하는 가족이 빈 집에 홀로 남아 있는 소녀를 가족이 맞이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고레에다는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의 연금을 받아서 살다가 체포된 가족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고레에다가 만든 여러 가족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이 아버지, 할머니 역을 맡았다. 처음 고레에다 영화에 출연하는 안도 사쿠라가 보여줄지도 기대 포인트.


가버나움
Capernaum
  나딘 라바키

<카라멜>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는 레바논 감독 나딘 라바키는 <웨어 두 위 고 나우?>(2015)로 2015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가버나움>으로 처음 경쟁부문에 입성하게 됐다. 라바키의 전작 <카라멜>(2007), <웨어 두 위 고 나우?>을 함께 했던 지하드 호제일리가 쓴 이야기는, 자기 부모를 고소한 젊은 소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전문배우들로만 출연진을 채웠다.


블랙클랜스맨
BlacKkKlansman
스파이크 리

스파이크 리 / 존 데이빗 워싱턴

스파이크 리는 <정글 피버>(1991)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블랙클랜스맨>은 1978년 백인 우월집단 KKK단에 잠복해 비밀정보를 수집한 흑인 형사 론 스툴워스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인종 문제에 대한 날선 시선이 담겼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 작품은 <겟 아웃>(2017)의 조던 필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인 배우 존 데이빗 워싱턴이 스툴워스를 연기하고 '스타워즈' 카일로 렌 역의 애덤 드라이버, <스파이더맨: 홈커밍> 리즈 역의 로라 해리어 등이 참여했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
Under the Silver Lake
데이빗 로버트 미첼

참신한 호러 <팔로우>(2014)로 장르영화에 관한 재능을 만방에 알린 데이빗 로버트 미첼. 전작 <아메리칸 슬립오버>(2010)와 <팔로우>가 칸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언더 더 실버 레이크>로 드디어 경쟁부문에 올랐다. 이번엔 공포영화가 아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미녀와 사귀기로 한 다음날 아침, 갑자기 그 여자가 사라지자 그녀를 찾기 위해 탐정 노릇을 하게 되는 남자를 따라가는 코미디다. 주인공 샘 역은 앤드류 가필드가 맡고, <팔로우>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던 음악감독 디제스터피스가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었다.


쓰리 페이스
3 Faces
자파르 파나히

<쓰리 페이스>는 서로 다른 커리어에 있는 이란의 세 여성배우에 관한 영화다. 연기를 그만두려는 이란 혁명 이전 시대의 배우,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즘 스타 배우, 연기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소녀가 세 주인공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1995년 첫 영화 <하얀 리본>으로 칸 황금카메라상(매해 최고 데뷔작에게 수여된다)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베니스, 베를린, 로카르노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데 반해 칸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 후보 지명으로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라 더더욱.


콜드 워
Cold War
     파벨 포리코브스키

인물들의 황량한 마음을 흑백 이미지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 녹여낸 <이다>(2013)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가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제목 그대로 1950년대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다>의 히로인이었던 요안나 쿨릭이 다시 한번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라자로 펠리체
Lazzaro Felice
    알리스 로르바허

이탈리아 감독 알리스 로르바허는 2015년 <더 원더스>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신작 <라자로 펠리체>로 또 한번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사회 주변부를 여행하는 가족을 담았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병행하는 로르바허의 전작들, 그와 더불어 아녜스 바르다의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2008)과 빔 벤더스의 <피나>(2011)같은 다큐멘터리를 작업한 엘렌 루바르의 참여를 보면 <라자로 펠리체> 역시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에너지로 가득할 거라고 예상해봄직 하다.


요메드딘
Yomeddine
A.B. 쇼키

이집트에 관한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A.B. 쇼키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한 첫 극영화 <요메드딘>으로 칸 경쟁부문을 오르게 됐다. 아내를 떠나보낸 노인이 평생을 살았던 나환자 수용소 바깥을 어린 제자와여행하는 로드무비다. 그들은 도리 없이 세상의 잔인함을 목격하지만, 영화는 꽤나 가벼운 코미디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콜로니>(2009) 제작 당시 만났던 사람들을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레토
Leto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러시아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신작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제목 'Leto'는 우리말로 여름을 뜻한다) 레닌그라드를 담는다. 할리우드 영화 <이퀄스>(2015)에 출연한 바 있는 우리나라 배우 유태오가 러시아 최고의 록 스타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