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결말에서 희준은 도를 권유하는 젊은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기를 모아서 ‘함께’ 삶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자는 권유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녀를 따라가는 것이 우연일까. 혹시 그도 영목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희정은 앞의 두 인물 영목, 희준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대학 편입, 서울 상경)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 감독은 그녀의 입으로 영어 단어 ‘Predicament’(곤경, 궁지)를 발음하게 한다. 이는 앞으로 그녀의 삶이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걸 예상하게 한다. 그녀는 수성못에서 남자가 투신하는 사고를 목격한다. 그로 인해 영목과 엮이게 되고 결국엔 일자리도 잃는다. 또한 편입시험 당일 신도림역에서 신종 소매치기범을 만나 지갑을 뺏기고 맞기까지 한다. 영화의 결말에 그녀가 컴퓨터 화면으로 편입시험 결과를 확인하는 장면에 주목해보자. 이 장면 다음에 수성못의 울타리에 걸린 자물쇠(‘다 함께 그곳으로’란 글이 적힌)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이 자물쇠는 영목이 자살 동호회 모임의 한 회원에게 걸라고 줬던 자물쇠다. 여기서 감독은 왜 이 자물쇠를 보여주는가? 이어서 모든 삶의 의욕을 상실한 희정이 수성못 근처의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이는 희정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왜냐하면 이때 호텔 방에서 뛰어내린 남자(우리가 죽었다고 추측한)가 맨발로 나타나서 그녀 옆에 앉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희정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사는 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라며 말을 건다. 희정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충고한다. 그가 ‘귀신’이라는 가정에서 다음 장면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타 소리’가 들리면서 예전에 영목이 그녀에게 말해줬던 수성못 귀신 이야기에서 들었던 ‘기타 치는 아저씨’가 수성못을 바라보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보인다. 이 장면에서 “근데 그거 아나? 수성못 귀신 이야기?”라는 영목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이 목소리는 영화의 중반 영목이 희정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그가 그녀에게 ‘기타 치는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배경음악으로 들렸던 노래와 같은 노래를 그가 부른다. 영목은 “기타 소리를 들은 사람은 호수로 빨려들어갔다”는 말까지 해줬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흐르는 물을 보여주다가 서서히 남자가 투신한 작은 섬쪽으로 줌인했었다. 다시 마지막 장면에서 같은 노래와 영목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카메라는 흐르는 물을 보여주다가 서서히 줌인하면서 이전 장면과 똑같이 작은 섬쪽으로 다가간다. 같은 장면의 반복이다. 영목의 내레이션(“그래서 어떻게 됐게?”)과 카메라의 움직임이 겹치면서 마치 누군가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처럼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우리가 들었던 기타 소리는 ‘수성못 귀신 이야기’ 장면에서 반복해서 들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같은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기타 치는 아저씨’를 소환한다. 감독은 반복적인 소리(기타 소리, 영목의 목소리)의 사용과 카메라의 움직임(줌인)을 통해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했다. 과연 희정은 남자의 충고대로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녀가 무사히 집에 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