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들이 기다리던 5월의 축제! 5월 3일,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총 241편(장편 197편, 단편 4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사전 예매가 시작된 19일부터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약 2배 높은, 역대 최고 수치 매진 회차를 기록하며 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보고 싶은 영화들, 사전 예매에 실패했으면 끝난 게 아니냐고? 우리에겐 현장 예매가 남아있다. 아직 어느 작품을 볼지 결정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추천작 리스트를 준비했다. 상영 회차 전부 매진된 화제작부터 거장, 대배우들의 신작, 저만의 개성을 지닌 작품들까지 조목조목 추린 16편, 취향별로 골라보시길!


빛의 속도로 매진된 작품들

허리케인
아니카 버그 | 덴마크 | 2017
2015년 단편 다큐멘터리 <시아>를 연출해 덴마크 아카데미 ‘로베르트상’을 수상했던 아니카 베르크 감독의 첫 장편. <허리케인>은 세상의 틀에 맞춰 살길 거부하는 여덟 명의 10대 펑크 소녀들을 조명한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대담한 색채, 혼란스러운 핸드헬드 촬영, 중간중간 비디오 클립, 광고 이미지 등이 삽입된 과감한 편집은 소녀들의 내면을 비추는 듯하다.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제47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과부 마녀
차이 청지에 | 중국 | 2018
화재 사고로 세 번째 남편을 잃고 저주받은 여자라 손가락질 받는 얼하오. 그녀는 자신을 마녀 취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역이용해 마을에 악령을 없애주는 무당 행세를 한다. 착취의 대상이었던 얼하오는 금세 마을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인물이 된다. 편견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탄생. <과부 마녀>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레모네이드
이오아나 우리카루 | 루마니아, 캐나다, 독일, 스웨덴 | 2018
루마니아의 싱글맘 마라는 미국인과 결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그러나 아들을 데려오고 영주권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출입국 관리자가 끊임없이 육체적 관계를 요구하는 것. 도움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건 폭언과 폭력뿐이다. 마라 앞에 놓인 현실은 점점 더 까마득해져만 간다. <엘리자의 내일>에 산드라 역으로 출연한 말리나 마노비치가 마라를 연기했다. 그녀의 흡인력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칠드런 액트
리차드 에어 | 영국 | 2017
이언 맥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백혈병에 걸린 소년 아담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다. 병원은 아담의 부모를 고소하고, 판사 피오나는 종교를 둘러싼 법적 판단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다. 동시에 피오나의 결혼생활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종교와 법적 판단, 윤리 사이 난제를 마주한 판사 피오나는 영국 대표 배우 엠마 톰슨이 연기했다. <덩케르크>의 소년병 토미를 연기했던 핀 화이트헤드가 그녀의 법정에 선 소년 아담을 연기한다.

24 프레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이란, 프랑스 | 2017
2016년 타계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마지막 작품. 그림과 사진 등 고정된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4분 30초짜리 프레임들의 모음집이다. 키아로스타미가 생애 마지막 3년 동안 진행해온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완성되었다. 키아로스타미의 이미지 갤러리 같은 작품.


믿고 보는 감독·배우들의 신작들

해피엔드
미하엘 하네케 |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 2017
<아무르> 이후 5년 만에 찾아온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프랑스 칼레에 거대한 사유지를 가진 로랑 집안 식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랑 가의 가장 조지는 두 번 결혼한 아들 토마스, 워커홀릭 딸 앤, 손녀 이브 등과 함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간다. 어느 날 앤의 아들 피에르가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주범이 되며, 로랑 가와 노동자들 사이 갈등이 고조된다. 이자벨 위페르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 지난해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스마엘의 유령
아르노 데스플레생 | 마리옹 꼬띠아르, 샤를로뜨 갱스부르, 루이 가렐 | 프랑스 | 2017
20년 전 아내 카를로타와 사별한 이스마엘. 연인 실비아와 새 출발을 한 이스마엘의 앞에 죽었다 믿었던 카를로타가 살아 돌아온다. 이스마엘은 자신을 휘감은 죽음의 기운을 인지한다. 드라마, 판타지, 멜로드라마, 스릴러 등 복합적인 장르를 오가는 작품.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페르소나 마티유 아말릭이 이스마엘로 출연했고,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현재 그의 연인 실비아, 마리옹 꼬띠아르가 죽었다 살아난 그의 부인 카를로타를 연기했다. <인셉션>에서 본 바 있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서늘한 연기가 주목되는 작품.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하이파 알 만수르 | 엘르 패닝, 메이지 윌리암스 |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 2017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를 조명한 작품. 메리가 시인 퍼시 셸리와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오스카 와일드와 함께 세상을 알아가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 발표의 기회를 얻지 못한 좌절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쏟아내는 과정을 담았다. 엘르 패닝이 메리 셸리를, 더글러스 부스가 그의 남편 퍼시 셸리를 연기한다.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메이지 윌리암스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체실 비치에서
도미닉 쿡 | 시얼샤 로넌 | 영국 | 2017
<칠드런 액트>와 같이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 1962년, 런던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에드워드와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렌스는 영국의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자유롭길 갈망하지만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플로렌스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의 색다른 얼굴이 기대되는 작품. <어톤먼트>에 이어 다시 이언 매큐언 원작 작품으로 돌아온 그녀의 행보가 눈에 띈다.

디트로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 존 보예가, 안소니 마키, 윌 폴터 | 미국 | 2017
<디트로이트>는 1967년 디트로이트에 군대가 투입되어 흑인들과 대치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로 쫀쫀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캐서린 비글로우의 신작.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어벤져스> 시리즈의 안소니 마키와 더불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 출연했던 윌 폴터,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주가를 올린 존 크래신스키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독보적 개성을 장착한 작품들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에즈라 에델만 | 미국 | 2016
2017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 1990년대 미국을 달궜던 O.J. 심슨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칭송받다 일급 살인 혐의를 받고 추락한 O.J. 심슨의 일대기를 추적한다. 세 챕터로 구성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7시간 47분. 압도적인 러닝타임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서치
아니쉬 채겐티 | 미국 | 2017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김은 딸 마고를 홀로 키우고 있다. 어느 날 마고가 갑자기 사라지고, 데이비드 김은 사라진 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서치>는 이 모든 과정을 스카이프 비디오 통화, CCTV 화면을 통해 전달한다. 현실과 맞닿은 실험적인 촬영 방식에 눈에 띄는 작품. <스타트렉> 시리즈의 술루, 존 조가 데이비드 김을 연기한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
후 보 | 중국 | 2018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공개한 <코끼리는 그 곳에 있다>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하루를 그린다.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엔 인물들 각자의 비극이 촘촘히 얽혀있다. 캐릭터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은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비추는 듯하다. 중국의 주목받던 신예 감독 후 보가 본인이 쓴 소설을 스크린에 재구성한 작품.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마친 후 보는 지난 10월, 2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전주가 선택한 한국 영화들

나와 봄날의 약속
백승빈 | 김성균, 장영남, 강하늘 | 한국 | 2017
감독 이귀동은 지구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온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그를 찾아오고, 이귀동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그들에게 들려준다. <장례식의 멤버>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던 백승빈 감독의 신작. 제47회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성균, 장영남, 강하늘 등 믿음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어른도감
김인선 | 엄태구 | 한국 | 2017
열네 살 소녀 경언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생전 본 적 없던 삼촌 재민을 만난다. 사기꾼 재민은 경언 앞에 남겨진 보험금을 모두 탕진한다. 경언과 재민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약사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다. 생면부지 남에서 가족이 되기까지,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의 감정이 촘촘히 묘사된 작품. 사기꾼으로 변신한 엄태구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메이트
정대건 | 정혜성 | 한국 | 2017
데이트 어플을 통해 만난 준호와 은지는 일터에서 재회한다.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쿨한’ 연애를 제안한 준호. 은지가 그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모호한 연인 관계가 된다. 사랑으로부터 파생된 서툰 감정을 담아낸 작품. <투 올드 힙합 키드>, <사브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정대건 감독의 신작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