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을 존중해 드린다. 올해도 장편 202편, 단편 44편으로 총 246편이 준비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기괴한 작품만 5편 엄선해 드린다. 


미스미소우
Liverleaf
<미스미소우>

눈 덮인 마을의 오츠마 중학교. 도쿄에서 전학 온 소녀 하루카는 심한 따돌림을 당한다. 친구들의 따돌림은 점점 심해져서 하루카의 집에 불을 지르게 되고 하루카는 모든 것을 잃는다. 이에, 하루카가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오시키리 렌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만화는 아직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았지만, 어둠의 경로로 감상한 분들이 이미 많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고어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스미소우>는 그 폭력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눈 덮인 시골 마을의 절경은 사실 붉은 피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또한, 사람 몸이 이리 썰리고 저리 갈리는 극강의 고어장면 만큼 중학교 3학년 소녀 하루카가 좌절에 좌절을 반복하며 ‘흑화’ 되는 과정이 괴이한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킨다. 네이버 영화에는 <노루귀꽃>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돼 있다.

노루귀꽃

감독 나이토 에이스케

출연 야마다 안나, 시미즈 히로야, 오오타니 린카, 오오츠카 레나, 나카타 세이나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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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집
The Wolf House
<늑대의 집>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특이한 공포영화. 사이비종교의 광신도들에게서 간신히 도망쳐 숲을 헤매던 마리아는 어떤 저택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그곳은 체코의 악명높은 독제자 피노체트가 통치하던 시절, 고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저택이었다.

<늑대의 집>은 사회가 만든 집단적인 폭력과 초자연적인 호러 현상을 오가며 독특한 결의 공포를 보여준다. 아티스트 호아킨 코치나와 영화 감독 크리스토발 레온은 그동안 그로데스크한 인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양한 단편과 전시로 ‘악명’을 쌓아왔다. <늑대의 집>은 그들이 합작한 첫 작품이다. 

늑대의 집

감독 크리스토발 레온, 호아킨 코치나

출연

개봉 2018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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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
Yocho (Foreboding)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

염력이 있는 의사 마카베는 알고보니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다. 그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때 필요한 가이드를 찾고 있는데, 염세주의자인 주간지 기자 사쿠라이가 그를 돕게 된다.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큐어>, <카리스마>, <강령> 등으로 유명한 구로사와 기요시는 국내에도 팬이 많은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자주 회고전이 있었으며, 전주영화제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최신작으로 작가 마에가와 토모히로가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5부작 드라마로 제작했고, 다시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들이 그렇듯 많이 죽고 많이 웃긴다.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호, 오스기 렌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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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랜드
Incident in a Ghost Land
<고스트랜드>

상속받은 집으로 이사온 첫날 밤, 두 딸과 어머니는 강도들의 습격에 지옥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간신히 상황을 모면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6년 후, 그 집에서 재회한 언니와 동생은 자신들을 괴롭혀온 악몽의 실체와 마주한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파스칼 로지에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가 안겨주었던 파격을 기억할 것이다. 특히, 광신도들이 안나를 순교자로 만들기 위해 가감없이 보여주었던 ‘맨손 구타’ 장면은 피칠갑 고어영화들이 흉내 낼수 없는 정서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고스트랜드>는 파스칼 로지에 감독이 <톨 맨>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끊임없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감독의 악취미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고스트랜드

감독 파스칼 로지에

출연 크리스탈 리드, 아나스타샤 필립스, 에밀리아 존스, 테일러 힉슨

개봉 2018 프랑스,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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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Happy End
<해피엔드>

조지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지만, 가족들간의 관계가 건조하기 이를데 없어서 대화는 SNS로만 나눈다. 그런데 어느날 소유한 공장에서 사고가 터지고 가족은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소통하기 시작한다. 프랑스 북부 칼레 지역 부유층 가정의 밝은 이미지에 속으면 안된다.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악취미라면, 앞서 소개한 파스칼 로지에 감독만큼 미하엘 하네케 감독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틀린 가족의 관계를 통해 감독은 유리창처럼 불안한 인간심리의 밑바닥을 쇠못으로 긁어댄다. 

<퍼니게임>(1997)으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미하엘 하네케는 이렇게 사람 불편하게 하는 영화들로 칸영화제 단골 수상자가 되었다. 전주영화제는 지난 2003년 <일곱번째 대륙>, <베니의 비디오>,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을 묶어 ‘폭력 3부작’으로 소개했고 마니아들의 찬사를 들었다.

해피엔드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마티유 카소비츠

개봉 2017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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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