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겨울밤에> 장우진 감독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 장우진 감독이 말하는 <겨울밤에>의 연출 의도다. 연인 시절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던 장소인 춘천 청평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중년의 부부를 조명하는 이 작품은 시공간의 상대성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라고 할 만하다. 하나의 프레임 속에 과거와 현재가 녹아들고, 같은 시공간이 각각의 인물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의 머릿속에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시간대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환상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구현할 것인지에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극중 인물의 동선, 카메라의 움직임과 프레이밍은 철저히 그러한 고민에 맞춰 디자인했다.”
<겨울밤에>를 통해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그걸 찾아나서는 여행”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장우진 감독은 소를 찾아나선 동자의 여정을 조명한 선화(禪畵), <심우도>를 주요 레퍼런스로 삼았다. 영화의 주인공 은주(서영화)가 끊임없이 핸드폰을 찾는 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기도 하다. “30대 남성 감독으로서 중년의 커플을 다룬 영화를 만들며”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의 결혼 제도 안에서 여성들이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간다는 점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장우진 감독은 말한다. 스스로 “잿빛 청춘의 사실주의 독립영화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