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 더 무비>는 결코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가 아니다. 비행기 조종에 대해 알지 못하더라도 <탑건: 매버릭>을 823만 명 관객이 열광하면서 본 것과 같은 이치다. <F1 더 무비>는 애써 화면의 내용을 따라가려고 애쓸 필요 없는, ‘체험형 영화’다. F1(포뮬러 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현장감과 캐스터의 해설, 그리고 압도적인 스피드의 쾌감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꼼꼼하게 모든 상황을 파악하면서 차근히 스토리를 따라가야만 하는, ‘인지형 영화’(존재하지 않는 단어지만, 이 글에서만큼은 <F1 더 무비>와 반대되는 종류의 영화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자)와는 상반된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F알못’을 위해, 혹은 <F1 더 무비>를 보고 F1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 <F1 더 무비> 속 용어 가이드를 준비했다. 모르고 봐도, 알고 나서 봐도 저마다의 재미가 있다. 하기 나열한 것보다 더욱 많은 F1 전문 용어가 있겠으나, 실제로 영화 내에서 등장하는 단어들만 소개한다. 이해를 위해 용어는 가나다순이 아닌, 중요도에 따라 배치했으니 위에서부터 읽길 권한다.
랩 (Lap)
‘트랙 한 바퀴’를 의미한다. 각 서킷마다 랩 수와 총 주행 거리가 다르다. 예를 들어, 모나코 그랑프리는 78랩, 영국 실버스톤은 52랩이다.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랩 타임’이라 부르며, 드라이버와 팀은 이 랩 타임을 줄이기 위해 차량 세팅과 전략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따라서 총 레이스 시간은 랩 타임 * 랩 수이며, 실제 F1에서는 1.5~2시간 내외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그랑프리 (Grand Prix)
F1의 각 레이싱을 ‘그랑프리’라 부른다. <F1 더 무비>에는 영국, 헝가리,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열리는 그랑프리가 담겼다.
포메이션 랩 (Formation Lap)
본 레이스 시작 전, ‘예열’을 위한 주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라이버들은 포메이션 랩을 돌며 타이어의 온도를 맞춘다. 영화에서는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이 포메이션 랩까지도 전략적으로 주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피트 (Pit)
브래드 피트의 그 피트가 아니다. ‘피트’는 트랙 옆에 위치한 정비 구역을 뜻한다. ‘피트 인’은 드라이버가 피트로 들어가는 것, ‘피트 스톱’은 피트에 들어가 타이어 교체, 연료 보충, 차량 점검 등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의 피트 스톱 시간은 2~3초 이내이며, 기네스 기록은 1.82초(2023년 맥라렌)다. 피트 스톱의 1초 차이는 순위를 좌우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접지 (Grip)
F1을 보다 보면, ‘그립’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F1 더 무비>의 한국어 자막은 ‘그립’을 전부 ‘접지’ 혹은 ‘접지력’으로 번역했다. 접지는 타이어가 지면에 붙는 것을 의미하는데, 접지력이 높을수록 코너를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소프트 타이어 (Soft Tire), 미디엄 타이어 (Medium Tire), 하드 타이어 (Hard Tire)
F1 타이어는 크게 소프트, 미디엄, 하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소프트 타이어는 접지력(그립)이 가장 뛰어나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할 수 있지만, 마모가 빨라 교체 주기가 짧다. 하드 타이어는 내구성이 높아 오래 쓸 수 있지만, 그립이 떨어져 랩 타임이 느려진다. 미디엄 타이어는 두 성질의 타이어의 중간이다. 영화에서도 타이어 전략이 레이스의 승패를 좌우한다.
인터미디엇 타이어 (Intermediate Tire), 슬릭 타이어 (Slick Tire)
<F1 더 무비>에서는 레이싱 도중 비가 내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젖은 노면에서 사용해야 하는 타이어가 바로 ‘인터미디엇 타이어’다. ‘슬릭 타이어’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트랙에서 사용하는 타이어로, 위에 설명한 소프트, 미디엄, 하드 타이어가 슬릭 타이어에 해당한다.
원 스톱 레이스 (One-Stop Race)
F1 경기에서는 최소 2종류의 타이어를 사용해야 하므로, 드라이버는 반드시 1회 이상 피트 스톱을 해야 한다. 따라서 영화에서 언급된 ‘원 스톱 레이스’는 한 번만 피트 스톱을 하는 전략으로, 타이어 관리가 중요하다.

언더컷 (Undercut), 오버컷 (Overcut)
‘언더컷’은 상대보다 먼저 피트 스톱을 하는 전략, ‘오버컷’은 반대로 더 늦게 피트 스톱을 하는 전략이다. <F1 더 무비>에는 소니 헤이스와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가 언더컷과 오버컷 전략을 수행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레드 플래그 (Red Flag)
‘레드 플래그’는 경기 중단 신호다. 대형 사고, 심각한 트랙 상태 악화 등으로 인해 레드 플래그가 선언되면, 모든 차량이 즉시 피트 레인으로 복귀해야 하며, 재출발 여부는 심판진(FIA)이 결정한다.
옐로 플래그 (Yellow Flag)
‘옐로 플래그’는 트랙에서 사고나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깃발이다. 이 깃발이 등장하면 추월이 금지되고, 드라이버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체커 플래그 (Chequered Flag)
체스판처럼 흑백 네모칸으로 이뤄진 깃발로 레이스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블루 플래그 (Blue Flag)
길을 비켜주라는 신호다. 무시하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선두권 차량이 랩다운 차량(한 바퀴 이상 뒤처진 차량)을 추월할 때 주로 등장한다.

플랜 A, B, C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플랜 C의 ‘C’는 ‘Chaos’ 혹은 ‘Combat’이 아니다. F1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여러 전략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이를 ‘플랜 A, B, C’ 등으로 부른다. 실제 F1에서는 타이어 전략, 피트 스톱 타이밍, 세이프티 카 상황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플랜이 바뀐다.
세이프티 카 (Safety Car)
‘세이프티 카’는 레이스 도중 큰 사고나 위험 요소가 발생했을 때 트랙에 투입되어, 모든 차량의 속도를 제한하고 사고 구간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차량이다. 트랙에 세이프티 카가 들어오면 추월이 금지되고, 모든 차량이 간격을 좁혀 다시 출발할 수 있어, 레이스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다. <F1 더 무비>에서는 소니 헤이스가 세이프티 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버추얼 세이프티 카 (Virtual Safety Car)
‘버추얼 세이프티 카(VSC)’는 실제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 진입하지 않고, 전자 신호로 모든 차량의 속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드라이버들은 정해진 속도 이하로 주행해야 하며, 추월이 금지된다. <F1 더 무비>에서는 VSC 상황에서 서킷 내의 전광판에 ‘VSC’가 뜨며 팀의 전략이 바뀌는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 F1에서는 사고가 비교적 경미할 때 VSC가 자주 활용되는 편이다.
박스 (Box)
‘박스’는 드라이버에게 피트 스톱을 지시하는 신호다. 무전에서 “박스, 박스!”라는 명령이 들리면 드라이버는 피트 레인으로 진입해야 한다.
리타이어 (Retire)
‘리타이어’는 차량 고장, 사고 등으로 인해 드라이버가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타이어가 발생하면 해당 차량은 더 이상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다. 한편, <F1 더 무비>에 나오는 ‘더블 리타이어’는 두 드라이버가 모두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드 (Grid), 폴 포지션 (Pole Position), 퀄리파잉 (Qualifying)
‘그리드’는 레이스 시작 전 차량이 서는 위치를 뜻한다. 퀄리파잉(예선) 결과에 따라 그리드의 위치가 정해진다. 한편, <F1 더 무비>의 한국어 자막은 ‘퀄리파잉’을 전부 ‘예선’으로 번역한다. 퀄리파잉(예선)에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1번 그리드, ‘폴 포지션’을 차지한다. <F1 더 무비>에서는 퀄리파잉에 대해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퀄리파잉 모드’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예선에서 최고 성능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엔진 세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래그 (Drag)
‘드래그’는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공기 저항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드래그가 많으면 속도가 줄고, 적으면 직선에서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더티 에어 (Dirty Air)
‘더티 에어’는 레이싱 중 앞차가 만든 난기류를 뜻한다. 반대로, 앞차의 공기 흐름에 방해받지 않는 상태는 ‘클린 에어’라고 한다. ‘더티 에어’에 들어가면 코너링 성능이 저하되고, 타이어 마모도 빨라진다.
슬립 스트림 (Slipstream)
‘슬립 스트림’은 앞차가 만든 공기 저항의 빈 공간을 이용해 뒤차가 속도를 높이는 현상이다. 영화에서는 추월 장면에서 “슬립 스트림을 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플로어 (Floor), 사이드포드 (Sidepod), 프론트 윙 (Front Wing), 리어 윙 (Rear Wing)
‘플로어’는 차체 하부, ‘사이드포드’는 측면 공기 흡입구, ‘프론트 윙’과 ‘리어 윙’은 앞뒤 날개를 뜻한다. 이들은 모두 모두 공기 흐름과 속도,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영화에서는 추돌 사고 후 부품들이 교체되는 장면이 나온다.
기어박스 (Gearbox), 디퍼렌셜 (Differential)
‘기어박스’는 변속기, ‘디퍼렌셜’은 바퀴 회전을 조절하는 장치를 뜻한다.
시케인(Chicane), 메인 스트레이트(Main straight)
트랙에서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한 구간은 ‘시케인’, 가장 긴 직선 구간은 ‘메인 스트레이트’다. 영화에서는 소니 헤이스가 시케인을 통과하며 앞 차를 추월한다.
DRS
DRS는 ‘Drag Reduction System’의 약자로, 직역하면 ‘드래그 감소 시스템’을 뜻한다. F1 경주 중 트랙의 지정된 ‘DRS 구역’에서 드라이버는 차량의 후방 날개에 있는 플랩을 열어 공기역학적 저항을 줄이고 상대 차량을 추월할 수 있다. DRS가 활성화되면 드래그가 감소하고 최고 속도가 향상된다.

레이스 엔지니어 (Race Engineer)
드라이버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전략을 지시하는 인물이 바로 ‘레이스 엔지니어’다. 그는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 트랙 상황 등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린다.
피트 크루 (Pit Crew), 메카닉 (Mechanic), 리어 잭맨 (Rear Jackman)
<F1 더 무비>의 피트 스톱 장면에서는 수십 명의 ‘피트 크루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메카닉’은 정비사, ‘리어잭맨’은 차 뒤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언더스티어 (Understeer), 오버스티어 (Oversteer)
‘언더스티어’는 코너에서 차가 안쪽으로 돌지 않고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 ‘오버스티어’는 반대로 뒷바퀴가 미끄러져 차량이 안쪽으로 도는 현상을 말한다.
마블 (Marbles)
‘마블’은 타이어가 마모되어 트랙 위에 떨어진 고무 조각들을 뜻한다. 이 고무 조각들은 트랙의 특정 구간에 쌓여 미끄러운 노면을 만들 수 있어, 드라이버들이 주의해야 한다. 마블이 쌓인 구간에서는 그립이 급격히 떨어져 차량 제어가 어려워진다. <F1 더 무비>에서 소니 헤이스는 마블조차 전략의 일부로 활용한다.
락업 (Lockup), 플랫스팟 (Flat Spot)
‘락업’은 급제동 시 바퀴가 잠기며 노면 위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이다. ‘플랫스팟’은 락업 등으로 인해 타이어 일부가 평평하게 닳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주행 중 진동이 심해지고, 타이어 교체가 필요해진다.
파크 페르메 (Parc Fermé)
예선 이후 차량이 보관되고, 세팅 변경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패독 클럽 (Paddock Club)
패독 클럽은 F1 현장에서 VIP, 스폰서, 팀 관계자들이 모이는 프리미엄 공간이다. <F1 더 무비>에서는 이사진 등의 주요 인물이 패독 클럽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FIA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자동차연맹을 뜻한다. FIA는 F1 및 기타 국제 레이싱 시리즈의 관리 기관으로, 모든 팀과 드라이버가 준수해야 하는 규칙과 규정을 수립한다.
포디엄 (Podium)
쉽게 말해, 시상대다. 레이스가 끝난 뒤, 1~3위 드라이버는 포디엄에 오른다.
<F1, 본능의 질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F1 더 무비>에서는 이사가 <F1, 본능의 질주>를 봤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데이토나 24시
<F1 더 무비>의 오프닝에는 ‘데이토나 24시’ 경기 장면이 등장한다. ‘데이토나 24시’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팀이 번갈아가며 운전하는 레이싱 종목으로, 소니 헤이스의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장치다.
바하(Baja)
멕시코에서 열리는 오프로드 레이스로, 특히 ‘바하 1000’이 유명하다. 바하 1000은 사막, 산, 해안 등 다양한 지형을 달리는 경기다.
헤일메리
F1 용어가 아니지만, <F1 더 무비>에서 ‘소니 헤이스가 헤일메리’와 같다며 언급된 말이다.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벼랑 끝 승부수’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