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극본을 맡은 문유석 작가가 현직 부장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직업적 전문성 덕분에 극중 사건들이 사실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중에도 종종 다른 직업을 갖다 영화를 만들게 된 경우가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감독 이전에 독특한 경력 가졌던 영화감독들을 모았다.


<걷기왕> 포스터, 백승화 감독

백승화 감독
Ⅰ인디 밴드
백승화 감독은 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 현장 스태프와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동 연출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도 만들었으며,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에서 드럼을 쳤다. '타바코 쥬스'는 2009년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해 2011년 해체되었다. 감독 데뷔작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 쥬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걷기왕>을 비롯해 최근작 <오목소녀>로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주로 해온 백승화 감독. 전직을 알고 나니 그의 영화 색깔이 훨씬 더 이해가 간다.

'타바코 쥬스' 멤버들 (맨 오른쪽이 백승화 감독)
걷기왕

감독 백승화

출연 심은경, 박주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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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포스터, 이용주 감독

이용주 감독
건축 사무소 설계사
이용주 감독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사무소에서 4년간 설계사로 일했다. <건축학개론>에서 건축학과 새내기였던 승민(이제훈)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용주 감독은 학과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사진 동아리 활동에는 열심히였다고. 4년간 건축 사무소 일을 하다 직업적 환멸을 느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른두 살 때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연출부 막내를 시작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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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포스터, 조정래 감독

조정래 감독
판소리 고수
영화를 전공하면서 국악에 빠져 판소리 고수가 되었던 조정래 감독. 그가 판소리에 매료되었던 것도 영화 <서편제> 때문이었다. 고(故) 성우향 명창에게 전수받은 국가무형문화제 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다. 이 경험을 토대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부의 실화를 영화화한 <두레소리>를 제작했다. <귀향>을 만들게 된 것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시설 '나눔의 집' 봉사활동으로 판소리 고수로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영화 개봉 이후에도 종종 판소리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조정래 감독은 다수의 TV 프로그램의 연출과 공연, 축제 연출 경력도 있으며 현재 전통 콘텐츠를 바탕으로 문화상품을 기획하는 제이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조정래 감독이 국악인 정유숙과 판소리 공연하는 모습
귀향

감독 조정래

출연 강하나, 최리, 손숙, 황화순, 정무성, 서미지, 류신, 임성철, 오지혜, 정인기, 김민수, 이승현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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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디자인을 맡았던 <접속> 포스터, 김상만 감독

김상만 감독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등
김상만 감독은 문화 예술 쪽으로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먼저 영화계에 입문한 건 <접속> 포스터를 디자인하고부터다. <괴물>, <친절한 금자씨>, <바람난 가족> 등 제목만 들어도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영화 포스터들을 만들어왔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미술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미술 감독을 맡았던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영화제 미술상을 받았다. 그는 인디밴드 '허벅지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트록전문지 '뮤지컬박스'를 발행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 회사인 '스푸트닉', 음반 회사 '비트볼레코드'사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 <사생결단>에서는 미술과 음악 감독을 겸하기도.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기 시작한 작품은 <걸스카우트>. 이후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등을 연출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감독 김상만

출연 유지태, 차예련, 이세야 유스케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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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드> 포스터, 백종열 감독

백종열 감독
ⅠCF 감독, 디자이너 등
<뷰티 인사이드>를 만든 백종열 감독은 원래 스타 CF 감독이었다. 데뷔작 <뷰티 인사이드>는 동명의 광고 영상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평소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없었지만 우연히 원작 광고를 제작사에 소개하면서 직접 연출까지 맡게 되었다고. 그렇게 소품 가구 선정부터 포스터 등 영화 곳곳에서 그의 디자인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가 탄생했다. 그는 CF 이외에도 다방면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 디자이너를 한 적도 있다. 에세이집 <면막음>도 출간했으며, 퓨전 음식점 운영도 했다. 폰트 '백종열체'도 그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백종열이 만든 기아자동차 모닝 CF, 블랙야크 워크핏 CF. 영상 속 손글씨도 그가 직접 썼다.
백종열 손글씨로 제작된 백종열 폰트
뷰티 인사이드

감독 백종열

출연 한효주,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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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라인> 포스터, 양경모 감독

양경모 감독
Ⅰ의대 출신
양경모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는 드물게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까지 땄다.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지만 영화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다고. 의대 재학 중 고심 끝에 구매한 캠코더로 어머니의 뒷모습을 촬영한 뒤 영화를 하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이후 연극 영화과 입학을 목표로 다시 공부했다. 졸업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의사고시와 수능 시험, 대학 논술시험을 동시에 준비해 둘 다 합격했다. 의사 면허를 딴 이유는 6년간 한 공부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생활에 휴학계를 내고 공중보건의로 입대한 뒤 돌아와 삼수 끝에 한예종 영상원에 입학했다.

원라인

감독 양경모

출연 임시완, 진구, 박병은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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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포스터,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국어 교사, 소설가
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과를 졸업 후 1981~1986년까지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했다. 1983년 교사 시절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이상문학상 우수상,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연출부 막내부터 시작해 조감독이 되어야 했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파격적으로  바로 <그 섬에 가고 싶다>의 각본과 조감독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이창동의 소설집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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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포스터,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Ⅰ결혼식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
전직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은 조감독 시절 경제적으로 힘들 때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는 신부 아버지의 눈물 한 방울도 놓치지 않았고, 편집도 직접 했다며 "내가 생각해도 잘 찍었다"고 자찬했다. 회갑잔치와 돌잔치 비디오를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생활고 때문에 비디오 대여점 오픈을 고민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오픈하려면 얼마 드는지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류승완 감독과 함께 제빵 기술을 익혀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고 한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대한민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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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