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영원한 라이벌, DC와 워너 브러더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다수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아 약간의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 캐릭터 소개 1탄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캐릭터는 아만다 월러 국장, 조커, 캡틴 부메랑, 데드샷, 카타나, 엘 디아블로 되시겠다. 1탄에 소개했던 할리퀸, 킬러크록, 인챈트리스에 관해 궁금한 독자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드샷

DC 유니버스에서는 배트맨의 주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만화책 독자가 아니라면 잘 모를 캐릭터다. 코믹스 첫 등장은 1950년, <배트맨> 59호에 단역 악당으로 잠깐 등장하면서부터다. 브루스 웨인처럼 돈 많고 할 일 없는 플레이보이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엄청난 능력의 명사수라는 설정이었다.
본격적인 악당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디텍티브 코믹스> 474호에 이르러 지금의 데드샷의 원형이 완성되었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캡틴 부메랑과 함께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로 자주 등장하며 수다스러운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좀 더 쿨한 성격의 인물로 설정되었다. 캐스팅된 배우 가운데 출연료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윌 스미스가 연기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실질적인 리더격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팀원에 비해 가장 인간적인 약점이 부각되는 등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 어쨌든 강력한 카리스마와 유머를 가진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어울리는 캐릭터다.

사진제공: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카타나

카타나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DC의 중견작가 짐 아파로가 만든 캐릭터다. 1980년대 이후에는 아웃사이더스 멤버로서 나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한, 원작 만화를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만한 캐릭터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Birds of prey'의 멤버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첫 등장은 1983년이었으나 이번 영화에 나오는 버전은 '뉴 52' 이후 버전에 가깝다. 얼굴 절반을 가린 마스크에 국적 표시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뉴 52' 캐릭터다.
카타나의 주요 무기는 살해당한 남편 마세오의 혼령이 깃든 칼 소울테이커. 살해당한 남편의 복수심이 원동력이 되는 캐릭터인 것. 남편이 살해당한 이유를 찾아나서고 복수를 위해 활동하는, 악당보다는 안티히어로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영화의 설정상 그녀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의 군기반장 같은 역할인 릭 플래그 대령의 보디가드 역할로 등장한다. 1992년생 캐런 후쿠하라가 카타나를 연기하는데 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 닌자 역할을 단골로 맡았던 베우 데본 아오키가 스케줄상 거절해서 신인배우에게 역할이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사진제공: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엘 디아블로

엘 디아블로는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웨스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라서 웨스턴 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익숙할 이름이다. DC 코믹스 원작에서 엘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쓰는 인물은 총 세 명이다. 1970년대 초반 코믹스 <올 스타 웨스턴> 2호에서 처음 등장한 라자러스 레인이라는 캐릭터가 1대 엘 디아블로인데, 악당들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은행원이 인디언 샤먼의 도움으로 복수의 화신으로 환생한다는 이야기였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엘 디아블로는 코믹스 <엘 디아블로 vol. 3>에 처음 등장한 챠토 산타나 버전의 캐릭터다. 그는 평범한 멕시칸 갱 멤버인데 어렸을 때부터 살벌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느날 그가 조직원의 습격으로 척수 손상을 입어 하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초대 엘 디아블로(라자러스 레인)로부터 복수의 화신 엘 디아블로 역할을 물려받는다.

서부극에 흔히 나오는 총잡이 자세로 등장한 <엘 디아블로 vol. 3> 1호의 표지(왼쪽), 영화에서는 원작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오른쪽) 사진제공: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그는 엘 디아블로를 물려받은 뒤 불길을 이용한 공격 능력을 갖게 된다. 엘 디아블로는 코믹스 상에서는 2008년부터 등장했으니까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캐릭터다. 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에 편입된 것은 DC 유니버스의 모든 설정을 리부트한 ‘뉴 52’기획 이후부터이다. 말도 타고 등장하는 등 웨스턴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솜브레로만 쓰면 멕시칸 안티히어로의 모습일 것. 영화에서는 멕시칸 갱으로서의 외형을 살려 등장한다. 가족의 죽음에 얽힌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얼굴을 포함해 온 몸에 문신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코믹스상의 뉴 52 버전의 모습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원작에서는 화염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문신이 일부 사라지기도 한다. 다시 에너지를 발산하려면 문신이 돌아올때까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정이다. 파괴력은 팀내 최고다.

캡틴 부메랑

데드샷과 함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단골 멤버다. 플래쉬의 숙적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호주 출신 악당 캐릭터로 원작 만화에서도 호주 악센트를 심하게 구사하는 설정이다. 원작에서 그는 부메랑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장난감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1960년대에 탄생한 캐릭터답게(?) 장난감 가게 홍보요원으로 일하면서 사악한 범죄 계획을 세운다는 설정이 귀엽고 정겹다. 원작에서의 그는 부친에 대한 증오심이 삶의 원동력 중 일부를 차지한다. 또한 폭발하는 부메랑, 전기충격 부메랑, 유선조종 부메랑 등 각종 무기를 사용해서 악행을 일삼는다. 처음 등장한 에피소드에서는 대형 부메랑에 플래쉬를 결박해 우주로 날려 보내기까지 한다. 원작에서는 교활하고 이기적인 달변가이며 릭 플래그 대령과 자주 마찰을 빚는다.
외형은 초창기에는 우스꽝스런 광대 같은 모습을 한 장난감회사 홍보 요원으로 등장했으나 시대가 변할수록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번 영화의 특징이 원작 복장의 재현도가 꽤 높다는 것이다. 제이 코트니 역시 모자까지 쓰니 원작만화 모습과 전반적으로 매우 흡사하다. 만화책 뿐만 아니라 DC의 홈 비디오용 만화영화에도 단골로 등장했다.

DC 코믹스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것, '뉴52'

'뉴52'는 2011년 DC 코믹스가 자사의 모든 연재간행물들을 리부트한 기획의 이름이다. 새로운 독자층을 영입함과 동시에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얽히고 섥힌 복잡한 관계와 사건을 한 방에 정리하기 위한 목적의 기획이었다. 2011년 '뉴 52' 기획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연재간행물들은 모두 종간되고 '액션 코믹스', '디텍티브 코믹스', '저스티스 리그' 등 새로운 타이틀들이 출범했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뉴 52' 이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만다 월러
사진제공: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아만다 월러는 당시의 원작 코믹스 풍토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창작자인 존 오스트랜더, 렌 윈, 존 번 등과 같은 작가들은 당대 최고 기량을 발휘하던 작가들로, 다양한 인종과 성별, 출신지의 개성 강한 인물을 만화책에 등장시켰다. 아만다 월러 역시 개성 강한 인물로, 거구의 고위직 흑인 여성이라는 캐릭터는 당시에 어떤 시리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원작에서는 정의의 편이지만 고집 불통인 성격인데다 실패 확률이 높거나 도덕적으로 모호한 임무에 팀원들을 투입하기도 하고 살인 임무를 내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팀원을 협박하며 선과 악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멤버들에 걸맞는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창단하고 지휘하는 강인하고 지나칠 정도로 냉정한 성격의 그녀는 영화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초인적 능력도 없고, 인지도도 높진 않으나 DC 코믹스의 가장 두드러진 여성 캐릭터 중 하나이며, 원작 만화 외에도 각종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스몰빌>, <애로우>를 비롯한 각종 TV 시리즈에도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점점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미국 만화계 풍토를 봤을 때 미래에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조커

조커는 원작 코믹스에서 수어사이드 멤버였던 적이 없다. 최근 원작에서 조커의 딸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가담하긴 했으나, 범죄세계의 광대 왕자 본인은 팀의 객원멤버로조차 활약한 적이 없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조커의 연인 할리퀸이다. 원작 <Death in the family>에서 조커는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를 살해하는데 영화에서도 그러한 설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DC 영화 유니버스에서는 로빈이 조커의 손에 죽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그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이 어떤 작전을 벌일 때 할리퀸을 위해서 등장한다.
조커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배트맨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고, 일반 대중들도 거의 다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1940년에 <배트맨> 1호에서 데뷔한 이후로, 원작 만화에서만 수 백회 이상 등장했고, 굵직한 스토리에서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트맨의 그림자와 같은 적수이다. 지금과 같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은 1970년대 걸출한 작가 데니스 오닐과 닐 아담스가 <배트맨> 251호를 기점으로 해서 완성시킨 것이다. 캐릭터 자체가 종잡을 수 없고 같은 편도 무참하게 배신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다크 나이트>를 비롯한 조커가 등장한 전작 영화들, <배트맨: 아캄> 게임 시리즈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사진제공: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소개를 마치며
2014년 7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개봉했을 때, 미국에서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중 최고라는 관객들이 많았고, <스타워즈>와 비교 분석하는 글들도 많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었다는 데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보다 더 신선한 기획영화다.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마이너 캐릭터들이 메이저 영화에 등장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엔드 오브 왓치>와 <퓨리>에서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능력을 증명한 데이빗 에이어 감독과, 지금까지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며 성장했을 DC/워너를 기대해본다.

그래픽노블 번역가 최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