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뜨거워지는 여름처럼, 할리우드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 일주일을 보냈다. 9월 하순 열리는 에미상 후보가 발표되었는데, 스트리밍 업계가 초강세를 보인 반면 지상파 방송은 예전보다 후보 지명을 더 적게 받으며 방송계의 달라진 지형을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둔 기대작들의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기대를 한층 높였다. 성폭력, 기회 평등 등 대표 이슈와 관련한 발언도 계속됐고,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한주 간 주목 받거나 언급할 만한 말들을 정리했다.


나는 사람자체는 잘몰랐다.
- 로빈 라이트

로빈 라이트가 케빈 스페이시 성추행 파문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라이트는 NBC ‘투데이 쇼’ 인터뷰에서 스페이시가 저지른 일을 알고 매우 놀랐고 슬펐다고 말했다. 스페이시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짐작은 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답했다. 라이트는 “나는 사람 자체는 잘 몰랐다. 그가 훌륭한 배우라는 것은 알았다.”라고 말하며, 두 사람은 동료일 뿐 촬영장 밖에선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이트는 두 사람의 사이는 “촬영 중간 농담하고 같이 웃는” 정도이며, 사건이 터진 이후에 그와 연락을 한 적도, 그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시의 사건이 <하우스 오브 카드>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라이트는 시리즈는 이미 시즌 6으로 끝내려 했으며, 계획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은 촬영 한 달 만에 앤서니 랩이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드라마 촬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제작 취소를 저울질하던 넷플릭스는 결국 케빈 스페이시를 해고하고 로빈 라이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계획한 것보다 축소한 8개 에피소드만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배우 패트리샤 클락슨은 넷플릭스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로빈 라이트가 앞장 섰다고 증언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은 올해 말 공개 예정이다.


타이리스 깁슨과의 불화는 일방적인 것이다.
- 드웨인 존슨

드웨인 존슨이 <분노의 질주> 동료 배우 타이리스 깁슨과의 불화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Watch What Happens Live with Andy Cohen>에 출연한 존슨은 한 시청자가 “타이리스 깁슨과의 불화설”에 대해 묻자 “타이리스와의 불화는 일방적인 것(one-sided)”이라 밝혔다. 존슨은 한때 깁슨과 정말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그의 반응이 더 안타까우며, 그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 격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그 사건 이후 깁슨과 이야기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존슨은 연락하지 않았으며,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타이리스 깁슨은 작년 9월 <분노의 질주> 스핀오프가 제작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스타그램에 “#분노의질주 가족은 하나다. 혼자 나가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깁슨은 스핀오프 영화가 제작될 경우 2019년 4월 개봉을 확정한 <분노의 질주 9> 제작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고 염려하며, 존슨에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결국 스핀오프 <홉스 앤 쇼> 제작이 확정되고 <분노의 질주 9>은 2020년 4월로 개봉일이 1년 미뤄졌다. 타이리스 깁슨은 존슨 때문에 개봉일이 미뤄진 것이라비판했으며, 존슨이 <분노의 질주 9>에 출연할 경우 자신은 시리즈를 그만둘 것이라 위협했다.


할리우드의 ‘포용’에 대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 <럽 앤 터그>에서 하차했다. 요한슨은 하차를 전하는 공식 성명을 통해 자신의 캐스팅 소식과 반응은 ‘몰이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트랜스젠더 공동체에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다양성, 포용의 논의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요한슨의 결정을 환영했다. GLAAD(미국의 미디어 속 LGBT의 이미지를 감시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비정부 기구)는 “요한슨의 성명과 이 영화에 대한 트랜스젠더인들의 목소리가 미래의 할리우드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하며, 이미 TV 업계에서 트랜스젠더배우들이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처럼 영화 업계도 그래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럽 앤 터그>는 1970년대 불법 마사지 숍과 매춘으로 돈을 번 단테 “텍스” 길의 전기 영화로, 요한슨은트랜스젠더 캐릭터인 단테 길을 연기할 예정이었다. 캐스팅 소식이 논란이 되자 한 매체는 요한슨 측에 코멘트를 요청했고, 요한슨은 다른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한 시스젠더 배우들에게도 코멘트를 요청하라며 반응했다. 할리우드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비롯한 사람들은 요한슨의 발언이 트랜스젠더와트랜스젠더인들에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무신경함’를 드러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화가 드디어 시작됐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 산드라 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각) 70회 에미상 후보가 발표됐다.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는 BBC America <킬링 이브>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오는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하며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에 5번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으며, 주연상 후보 지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노미네이션으로 오는 에미상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주연 부문 후보에 오른 아시아계 배우라는 대기록을 쓰게 됐다. 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후보 지명을 축하했다. 또한 단순히 아시아계 변화가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말 많이 두렵더라고요.
- 호아킨 피닉스

DC 코믹스의 가장 유명한 빌런, ‘조커’의 단독 영화가 드디어 제작을 확정했다. 오랫동안 캐스팅 0순위로거론된 호아킨 피닉스가 드디어 출연 계약을 완료한 것. 호아킨 피닉스는 그동안 ‘조커’ 영화 출연에 대해 확답을 피해왔으나, 출연 계약 완료가 임박한 최근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캐릭터를 맡는 것에 부담감과 기대를 털어놓았다. 그는 출연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했으며, 감독 토드 필립스와 함께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피닉스는 필립스가 캐릭터와 그 세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해와 해석을 보여줬기에 그와 함께 일하는 것에 끌렸지만, 이 영화를 하는 것 자체가 정말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과 언론은 입을 모아 훌륭한 캐스팅이라 극찬했다. 그는 사람들의 기대가 평소 배우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유달리 더 커보였으며 ‘과연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호아킨 피닉스와 토드 필립스의 ‘조커’ 단독 영화는 기존 DC확장 유니버스와는 별개의 세계에서 진행되며,오는 9월 촬영에 들어간다. 


루카(구아다니노)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마이클 스털버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개봉 이후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결말 이후의 엘리오와 올리버의 삶을 그리는 속편이 나왔으면 했고, 감독과 배우들 또한 속편 제작 가능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리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속편 논의는 그저 팬들을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 듯하다. 영화에서 엘리오의 아버지로 출연한 마이클 스털버그에 따르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원작 작가 안드레 애치먼은 속편 제작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털버그는 구아다니노가 구상한 속편은 원작의 몇 년 후를 배경으로 하며, “즉흥적이었던 여름과 두 사람의 선택 이후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고, 애치먼 또한 그 아이디어를 정말 마음에 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스털버그는 또한 가능하다면 자신도 속편에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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