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간지 <씨네21>이 만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백승기 감독

<숫호구>(2012),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6)으로 가내수공업 C급 코미디의 새 장을 열어젖힌 백승기 감독의 영화는 유쾌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의 재기발랄함은 세 번째 장편 <오늘도 평화로운>에서도 여전하다. 영화 안팎으로 그를 한껏 성장시킨 그간의 스토리를 들어본다. 

<숫호구>,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이후 세 번째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을 만들기까지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차기작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무렵, 맥북 중고거래를 사기당했다. 뭐랄까, 정말 ‘디지고’ 싶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경험담이 강하게 투영된 영화가 완성됐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150만원 주고 샀다고 마음 먹었다. 이를 전화위복 삼아 영화에서라도 복수해보자고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다. 

마치 시리즈처럼 영어 원제가 전작들과 맥을 같이 한다. 
<슈퍼 버진>, <슈퍼 오리진>에 이은 <슈퍼 마진>이다. 원래는 한글 제목을 사기꾼들의 이득과 노트북 사기사건이 영준에게는 전화위복이 된다는 의미를 담은 <개이득>이라고 하려다가 전편들과의 일관성을 택했다.

전작들보다 제작비가 점점 오르고 있는 건가. 프로덕션 규모가 남다르다.
늘 독학으로 찍었기 때문에 예산이 없었다. 게다가 노트북 사기까지 당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였다. 그래서 SNS에 내 사연을 올리고 스태프들을 구인했더니 기적처럼 하나의 사단이 꾸려졌다. 출연 배우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해주셨다. 

<오늘도 평화로운>

이번 영화는 <아저씨>, <해바라기>, <달콤한 인생>, <테이큰>, <원티드> 등의 다양한 복수극을 레퍼런스로 활용한다.
그리고 완벽한 우상, 주성치를 빼놓지 않았다. 특히 <희극지왕>과 <파괴지왕>을 절묘하게 오마주하기도 했다. 이들 영화를 내 색깔에 맞게 담아내겠다는 의도였다.

영준 역의 배우 손이용은 세 편 모두 함께 했다.
연기전공자가 아님에도 감각과 센스가 뛰어나고 연출부 한 명분의 일도 도맡아 해주고 있다.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페로몬 향수 같은 존재다.

저예산 C급 코미디라는, 데뷔작부터 꾸준하게 표방해온 백승기식 연출세계는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
영화로 장난치냐는 시선도 있지만 나만의 예술적인 표현 열망은 분명 있다. 이제는 내가 꾸러기 유치원의 원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급도 잘 안 되면 나만의 새로운 배급 활로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꾸러기도 어른이 되겠지만 그 정신은 잃고 싶지 않다.

전작 <시발, 놈: 인류의 시작>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오마주한 줌아웃 장면에 비견할만한 ‘커밍순 극장 간판’ 줌인 장면에서는 차기작을 향한 어떤 염원이 느껴진다.
영화를 꿈꾸는 청년의 복수극을 표방하지만 한편으로는 백승기식 청춘 성장 영화이기에 다음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늘 찍고 싶다 이야기했던 우주 배경의 영화를 언젠가는 꼭 만들고 싶다.

오늘도 평화로운

감독 백승기

출연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씨네21 www.cine21.com
글 김현수·사진 오계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