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인과 연> 티저포스터

24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도 매일 1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한 영화에 몰리고 있다. 아니 폭염 때문에 더 몰렸던 건지도 모른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 인과 연>은 개봉 당일 124만 명을 시작으로 다음날 107만 명, 3일째도 107만 명, 그리고 4일차엔 하루 최다관객수를 146만 명으로 경신하는 기록을 세웠고(기존 기록은 <인피니티 워>133만 명이었다), 5일차엔 129만 명을 동원하며 개봉 5일 만에 600만 명이 넘는 역대 최단 기간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미 1000만 명을 넘기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고, 전작 <죄와 벌>이 세운 역대 2위 흥행기록인 1440만 명에 얼마나 다가갈 건지, 혹은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1762만 명을 넘길 건지도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파괴왕주호민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는 영화화 계획이 알려진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6년이란 시간 동안 감독이 두 번 바뀌었고, 시나리오 탈고만 30번 넘게 이루어졌으며,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1-2부가 동시에 촬영되고, 제작비는 무려 400억 가까이 투입되었다. 공유와 원빈, 김우빈 등이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하정우와 차태현, 주지훈과 김향기, 김동욱, 오달수와 임원희, 디오, 마동석, 장광 그리고 특별출연에 이정재, 김혜숙, 김하늘, 김민종, 김수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거기에 미투와 관련된 배우들의 문제로 1<죄와 벌> 개봉 뒤 2<인과 연>의 재촬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방준석, 모던 락에서 영화음악가로

<신과함께> 2부작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

49일간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의 지옥을 떠돌며 재판을 받는 과정을 다룬 판타지인 만큼 무엇보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관건이었는데, 김용화 감독 자신이 세운 CG회사 덱스터의 시각적 비전들이 총동원된 건 물론, 촬영에 김병서, 사운드 최태영, 의상 조상경, 미술 이목원 등 각 파트별로 충무로 최고 스탭들이 합류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김용화 감독과는 데뷔작 <! 브라더스>를 함께한 인연이 있고, 최근 <사도><베테랑>, <럭키>, <>, <프리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흥행작들의 음악을 싹쓸이하다 시피하며 주가 상승 중인 방준석 음악감독과 오랜만에 의기투합해 한국에서 보기 드문 퀄리티와 스케일의 한국형 판타지 스코어를 완성해냈다.

방준석 음악감독 / 그룹 ‘유앤미 블루’

칠레와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방준석은 이승열과 함께 한 유앤미 블루1994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당시 생소했던 모던 락이란 장르와 스타일로 인해 철저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96년 발표한 2집마저도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하자 그들은 의도치 않게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미국으로 돌아간 이승열과 달리 그는 국내에 남아 음악적 활로를 찾고자 했다. 그 방편은 바로 영화음악이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마지막에 자신들의 음악이 삽입된 걸 보며 크게 감흥을 받았던 그는 유앤미 블루의 음악을 좋게 들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텔 미 썸딩><해변으로 가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참여하게 된다.


이준익, 류승완, 최호 감독의 음악적 동반자

방준석 음악감독 (출처-특별한 하루)

이후 <후아유><...ing> 등에서 유앤미 블루의 색채를 여전히 간직한 감각적이고 트렌드한 음악들로 시선을 끌었고, 장영규와 달파란, 이병훈과 함께 느슨한(?) 영화음악 창작집단 복숭아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영화음악가로서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김용화 감독과 만난 것도 그 즈음이었고, 가장 좋은 호흡을 이어가게 되는 최호 감독과 이준익 감독, 류승완 감독과의 조우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음악가 방준석이란 타이틀을 대중에 각인시켰던 <너는 내 운명><라디오 스타>가 이때 개봉됐다. 이 두 작품에서 음악은 단순한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영화가 간직한 감성과 테마 그 자체가 되었다. 두 작품에서 흘러나온 ‘You're My Sunshine’비와 당신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리퀘스트 곡이기도 하다.
 

최호 감독의 <고고70>,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이준익 감독의 음악 영화 삼부작 중 나머지 편인 <즐거운 인생><님은 먼 곳에>를 비롯해, 뜨거웠던 70년대 싸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놀라울 만치 완벽하게 재현해낸 <고고 70>, 액션 활극인 <해결사>, 서정적인 감성의 <오직 그대만>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 위기가 찾아왔다. 음악을 기능적인 요소로만 바라보고 요구하던 일부 관계자들의 시각에 짙은 회의감과 아쉬움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무리가 왔다. 그렇게 그는 몇 년간 자의 반, 타의 반 현장을 떠나 있었다. 쉬는 동안 그가 작업한 건 이준익 감독의 <소원>뿐이었다. 이 공백기를 통해 영화음악에 다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다시 일선으로 돌아온 방준석은 변해있었다.


복귀 후 달라진 관록의 영화음악가

이준익 감독의 <사도>

그 시작은 역시 이준익 감독의 <사도>였다. 영화음악가 방준석이 처음 맡은 사극이었고, 자신 외에 작곡팀을 꾸려 클래시컬한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했으며(이를 위해 체코에서 프라하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생황과 피리, 가야금 등 국악기를 사용해 한국적인 색채를 이끌어냈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스케일과 국악기를 접목한 그의 스코어는 무척 강렬하고도 신선했다. 왕과 왕세자의 갈등과 오해, 번민과 사랑을 진중하면서도 격정적인 관현악과 한국적 소리들로 해석해낸 그의 시선은 더 노련해지고, 깊숙해졌다. 제약과 한계를 벗어던진 그의 영화음악은 보다 확장되고 유연해졌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물론 여전히 자신이 가장 잘하는 락킹한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베테랑>에서 들려준 경쾌하고 신명나는 테마는 오락영화가 가진 정수를 명료하게 파고들어 쉽고 직접적으로 다가간다. 방준석의 필모에 액션이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준익 감독의 따스한 휴머니즘을 품에 안은 채, 류승완 감독의 시원한 활력과 격정적인 분노를 적당히 머금을 수 있는 여유와 균형감각을 갖췄다. 자신의 색깔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이야기에 가장 적절한 소리들을 진정성 있게 찾아가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이제는 <조선 마술사><군함도> 그리고 <신과 함께> 듀올로지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활동변경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신과 함께>의 음악   

<신과함께> 2부작의 O.S.T.

<신과 함께>는 그간 한국 영화음악이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오랜만에 발을 디딘다. 기껏해야 이동준의 <은행나무 침대>나 이재진의 <내츄럴 시티>, 이병우의 <괴물>, 이지수의 <손님> 등 소수의 작곡가들만이 고군분투해온 영역이다. 그마저도 믿지 못해 해외(주로 일본) 작곡가들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준석은 이번 작품을 위해 임미란, 이지향, 강미미, 김혜현, 김지혜, 현서원, 최유미 등 작곡팀과 함께 150여곡이 넘는 다양한 분위기의 스코어들을 만들어냈다. 각종 영화음악 연주와 공연으로 다져진 체코의 양대산맥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프라하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박진감 넘치면서도 감동적인 사운드를 선사한다.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거의 모든 장면에 음악이 들어간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음악이 사용된 편이지만, 7개의 지옥을 돌며 세계관을 묘사하고, 각 캐릭터들의 특징을 잡아주며, 매끄러운 편집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물량공세의 스코어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영화의 중요한 톤 앤 매너를 잡아주는 스코어의 비중과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데뷔작 <! 브라더스>에서부터 <미녀는 괴로워><국가대표>, 심지어 상업적인 실패를 맛봤던 <미스터 고>에서조차 음악 구사에 신경을 쓴 김용화 감독답게, 이번 <신과 함께>에서도 방준석의 스코어에 기대어 최루성 드라마를 우직하게 끌고 나간다.
 
백문이 불여일청! 기록적인 쌍천만흥행으로 방준석의 방대한 스코어는 디지털 음원으로뿐만 아니라 근래에 드물게 CD 4장으로 발매된다. 자홍과 수홍, 두 형제의 애잔한 사연은 물론, 강림과 해원맥, 덕춘의 파란만장한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 여정의 감흥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면 모처럼 국내 영화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신과함께-인과 연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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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죄와 벌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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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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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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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