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위기의 연속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를 꾸린 올해 영화제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약속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의 원년이 될 것이란 다짐에 영화인들도 보이콧 철회로 화답한 상황. 올해 BIFF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윤재호 감독이 연출하고 이나영이 주연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를 필두로 10일간의 영화 축제에 돌입하는 BIFF. 예매창 앞에서 어떤 영화를 고를까 고심할 관객을 위해 <씨네21>은 올해도 어김없이 추천작을 소개한다. 21편의 추천작과 더불어 올해 부산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경향 소개,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 및 한국영화 회고전 소식도 전한다. 우리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요! 


<가버나움> Capernaum
나딘 라바키 / 레바논, 영국 / 2018년 / 120분 / 아시아영화의 창

베이루트의 슬럼가에는 부모로부터 어떤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출생 신분증도 없는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사람을 찌른 죄로 구속된 자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발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자인의 증언을 통해 숨겨진 사연을 밝혀나가는 구성이지만 특별히 사건을 감추거나 추리를 유도하기 위한 구성은 아니다. 그보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 제도의 바깥에 방치된 채 고통받을 때 연민과 분노를 일으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자인은 동생들을 보호하고자 하지만 부모는 돈을 받고 어린 여동생을 시집보내버린다. 격분한 자인은 가출하고 거리를 헤매다 불법이민여성의 도움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젖먹이 아기를 돌보게 된 자인은 여성이 갑자기 사라진 뒤 아기를 끝까지 지키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3세계의 비극을 재현하는 방식이나 약한 존재가 더 약한 존재를 보듬는 과정은 다소 상투적이지만 두 아역배우의 존재감은 아쉬움을 덮고도 남음이 있다. 단순한 재현이나 관습적인 연기 이상의 울림을 던지는 눈빛이 장면마다 박혀 있는 놀라운 영화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가버나움

감독 나딘 라바키

출연 나딘 라바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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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감독판> Ash Is Purest White: DIreCtors’ Cut
지아장커 / 중국, 프랑스 / 2018년 / 136분 / 아시아영화의 창

탄광촌 출신의 차오(자오타오)는 강호의 리더 빈(리아오판)의 연인이다. 강호는 중국의 사회 격동기,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서로를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꾸린 일종의 자경단 겸 폭력배 무리다. 차오는 빈을 지키기 위해 5년간 대신 감옥까지 다녀오지만 그사이 세상도, 빈도 변해버렸다. <애쉬: 감독판>은 차오와 빈의 질기고 기구한 인연의 연대기를 통해 중국의 급격한 변화 속에 유령처럼 떠도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잡는다. 지아장커는 최근 몇년간 장르영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 중인데, <천주정>(2013)이 지아장커가 해석한 무협영화의 변주였고 <산하고인>(2015)이 멜로드라마에 대한 지아장커의 화답이었다. <애쉬: 감독판>은 장르적으로 필름누아르 혹은 갱스터물의 외피를 빌려 중국의 급격한 변화 속에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변화의 속도에 휩쓸린 사람들은 전통적 가치와 분리되기 시작하는데 누군가는 의리를 배신하고 누군가는 도태되는 가운데에도 차오만큼은 굳건하게 버티고 자신을 팔지 않으면서도 끈질기게 생존한다. 지아장커의 부인이자 영원한 파트너인 자오타오의 연기가 놀랍다. 한 여인의 일대기를 통해 하얗게 불태우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애상하는, 거장의 묵직한 한 걸음. 

애쉬

감독 지아장커

출연 리아오판, 자오 타오, 펑 샤오강, 서쟁, 디아오 이난, 장 이바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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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 Cold War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 폴란드, 영국, 프랑스 / 2018년 / 90분 / 월드 시네마

1940년 폴란드, 피아니스트 빅터(토마스 코트)는 공산화된 조국을 대외적으로 알릴 공연의 기획책임자로 부임한다. 빅터는 시골 마을에서 가수이자 댄서인 줄라(조안나 쿠릭)를 만나 단번에 매료되고 이후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얼마 뒤 빅터는 베를린으로 망명할 계획을 세우며 줄라에게 함께 가자고 권한다. 하지만 가수로 성공하고 싶었던 줄라는 고국에 남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긴 세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콜드 워>는 냉전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20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남녀의 애틋한 멜로드라마다. 거의 기하학적 강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프레임과 미장센에 공을 들인 이 영화는 매 장면 한폭의 정물화 같은 아름다운 화면을 선보인다. 특히 폴란드, 베를린, 파리 등 도시를 옮겨갈 때마다 장면의 접근을 달리해 고유한 공간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서사 자체는 관습적이고 무난하지만 이를 어떤 형식에 실어 표현할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다. 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콜드 워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출연 요안나 쿨릭, 토마즈 코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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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 Summer
키릴 세레브레니코프 / 러시아 / 2018년 / 126분 / 오픈 시네마

1981년 레닌그라드는 음악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청춘들로 넘쳐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받던 마이크(로만 빌리크)는 영감과 활력이 가득 찬 젊은 뮤지션 빅토르 최(유태오)를 만난다. 록 음악을 금지하는 당국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빅토르 최는 데이비드 보위, 레드 제플린, 비틀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서구의 음악을 흡수, 자기식으로 소화해나간다. 한편 빅토르 최는 자신의 멘토이기도 한 마이크의 아내 나타샤(이이라 스타르센바움)와 서로 미묘한 감정이 피어남을 느낀다. <레토>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창작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던 뮤지션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다. 창작의 희열과 삼각관계를 교차시켜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형식적으로도 재기발랄한 접근이 눈에 띈다. 흑백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종종 MTV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이나 애니메이션, 컬러 영상 등을 삽입하며 기발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3가지 경계(실화/극화, 스크린, 흑백/컬러)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접근은 관객을 청춘의 축제 속으로 끌어들인다. 

레토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출연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유태오, 로만 빌릭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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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얼굴들> 3 Faces
자파르 파나히 / 이란 / 2018년 / 100분 / 아시아영화의 창

어느 날 유명 배우 베나즈 자파리에게 한통의 영상이 도착한다.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가 마을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을 매는 영상이다. 충격을 받은 베나즈 자파리는 소녀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 자파르 파나히와 함께 시골로 향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이란에 억류된 후 만든 4번째 장편영화다. 자파르 파나히는 현재 해외로 나올 순 없지만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작업 중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3개의 얼굴들>은 이란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고발하는 선 굵은 메시지와 함께 자파르 파나히 특유의 형식미학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산골 마을을 벗어나지 못해 극단적인 일을 벌인 소녀, 여배우 베나즈 자파리,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제3의 얼굴까지 세 여성의 삶을 들려준다. 각기 다른 세대의 여성을 그리는 방식은 이란의 관습과 통념, 침묵에 저항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증거다. 풍자와 유머는 다소 덜하지만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상징은 보는 이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3개의 얼굴들

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베나즈 자파리, 자파르 파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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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Namdev Bhau In Search of Silence
다르 가이 / 인도, 우크라이나 / 2018년 / 84분 / 아시아영화의 창

남데브 아저씨는 피곤하다. 늘 붐비고 시끄러운 뭄바이에 완전히 지쳐버린 남데브는 문득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무런 계획이나 기약 없이, 오직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를 찾아 사람이 없는 오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지만 아무리 외진 곳까지 찾아가도 마치 신의 장난처럼 소음이 그를 쫓아다닌다. 그러던 와중에 붉은 성을 찾는다는 소년 알릭을 만나 원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남데브의 지치고 퀭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문을 여는 영화는 대사 한마디 없는 남데브의 얼굴을 꽤 오래 따라간다. 한마디 말이 없는 남데브는 충혈되고 멍한 눈과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 지배하는데 이 무색무취의 얼굴이 다채로운 사운드의 습격과 맞물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쏟아낸다. 독특한 호흡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남데브가 소년과 짝을 맞춰 길을 떠나는 과정은 로드무비의 형식과 성장 영화의 서사가 적절히 결합되어 있다. 덕분에 예상 가능한 결말임에도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한다. 침묵을 찾아 떠났던 게임이 마침내 평온에 도착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감독 다르 가이

출연 조야 후세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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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 Happy as Lazzaro
알리체 로바허 /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독일 / 2018년 / 127분 / 월드 시네마

1980년대 이탈리아의 한 마을, 후작 부인이 운영하는 담배농장이 있다. 그녀는 고립된 지역의 마을 주민들을 속여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 중이다. 순박한 청년 라짜로 역시 그중 한명이다. 후작의 아들이자인 탕크레디는 마을 사람들의 어떤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는 라짜로의 순수함에 호의를 느끼고 둘은 계급과 경계를 넘어 은밀한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탕크레디는 라짜로에게 가짜 납치극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돕던 라짜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십수년 뒤 사람들이 라짜로의 존재를 잊어갈 무렵 예전 모습 그대로의 라짜로가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사람들은 처음에 그를 유령이라 두려워하지만 여전히 선하고 사심 없는 라짜로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연다. <더 원더스>(2014)를 통해 이탈리아영화계의 신성으로 거듭난 알리체 로바허의 신작. 사회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감독의 시선은 우아하고 탄력적인 각본의 힘을 빌려 시간 여행이라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거듭났다. 리얼리즘과 환상주의가 절묘하게 결합된 신비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시대와 인간을 흥미롭게 성찰한다. 

행복한 라짜로

감독 알리스 로르바허

출연 아그네즈 그라지아니, 세르지 로페즈, 토마소 라그노, 알바 로르와처, 니콜레타 브라스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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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남근> The Red Phallus
타쉬 겔트쉔 / 부탄, 독일, 네팔 / 2018년 / 85분 / 뉴 커런츠

부탄 내륙의 오지 마을에 사는 소녀 상가이는 이곳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상가이의 아버지는 영험한 힘을 지닌 목조남근상을 만드는 장인으로 지역 축제 기간에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의식을 진행한다. 은퇴를 앞든 아버지는 자신의 역할을 물려줄 사람을 고르기 위해 상가이를 혼인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상가이는 자신을 무시하고 소유물처럼 여기는 남자친구나 마을의 억압적인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붉은 남근>은 억압받는 여성이라는 분명한 주제를 남근이라는 선명한 상징으로 표현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1990)을 연상시키는 꿈속의 이미지로 문을 여는 이 영화는 목가적이고 평화로우며 탁 트인 부탄의 풍경과 억눌린 여성의 삶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길과 뒷모습의 영화라고 해도 좋은 이 작품은 클로즈업을 극도로 절제하고 뒷모습을 원경으로 포착해낸다. 단순 명료한 주제와 아름다운 이미지, 그리고 절제된 형식의 조화가 도드라지는, 한폭의 투명한 수채화 같은 영화다. 

붉은 남근

감독 타쉬 겔트쉔

출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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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Young-ju
차성덕 / 한국 / 2018년 / 100분 /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영주(김향기)는 자기보다는 사고뭉치 동생 영인(탕준상)을 보살피며 사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이제 엄마 같은 것 필요 없다”고 당차게 말하는 18살 소녀 가장이다. 하지만 영인이 큰 사고를 쳐서 합의금을 내지 않으면 소년원에 갈 위기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대출 사기까지 당하면서 기댈 곳이 부재한 현실을 자각한다. 우연히 부모의 교통사고 관련 판결문을 읽다가 가해자의 집 주소를 발견한 영주는 무작정 그들을 찾아가고, 상문(유재명)과 향숙(김호정)의 두부 가게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동생의 합의금도 내주고 친딸처럼 대해주며 검정고시 준비까지 도와주는 부부의 친절함에 영주는 처음과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 
일찍 돌아가신 친부모보다 그 부모를 죽게 만든 사람이 자신에게 더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는 감정선이 꽤 파격적이지만, <영주>는 이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주고 버려짐을 두려워하는 10대의 보편적인 심리가 바탕이 되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감정을 원 없이 쏟아낸 영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어깨를 다독이는 엔딩이 반갑다. 

영주

감독 차성덕

출연 김향기, 김호정, 탕준상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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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비애 > Working Woman
미셀 아비아드 / 이스라엘 / 2018년 / 93분 / 플래시 포워드

자식 셋을 키우고 있는 올나는 자신의 성실함을 기억하는 베니 덕분에 그의 비서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베니는 바다 옆에 고층 빌딩을 짓고 있다고 과시하는 부동산 업자로, 업계에서 인맥도 잘 쌓아왔다. 하지만 올나는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와 상사의 성희롱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다. 호텔방에서 키스를 기도하는 베니를 완강하게 거부하지만, 그는 자신이 잠시 미친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고는 빠른 승진을 시켜주는 식이다. 직장 내 성폭력에 침묵하면 엄청난 대가가 돌아오고, 더군다나 올나의 남편은 레스토랑 일이 어려워지면서 부인에게 기대려고 한다. 남편과 자식 걱정하랴 집안일하랴 다중의 짐을 짊어진 기혼 여성들은, 일에 대한 욕망을 갖는 순간 더한 고충에 시달려야만 한다. 여자쪽이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라는 베니의 발언이나 직장 내 성폭력이 있을 때 즉시 일터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피해자를 나무라는 전개는 최근 미투(#MeToo) 운동 이슈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올나가 위기를 극복하는 어떤 방식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보여준다. 

여자의 비애

감독 미셀 아비아드

출연 라이런 벤-쉴러쉬, 오슈리 코엔, 메나쉐 노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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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SOFIA
메리엠 벤바레크 / 프랑스, 카타르 / 2018년 / 79분 / 플래시 포워드

모로코의 지방 법에 의하면, 결혼으로 연결되지 않은 반대 성의 사람들끼리 성관계를 하면 1개월에서 1년 정도 징역형을 받는다. 아직 미혼인데 덜컥 임신한 소피아 역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 그와 비슷한 또래이자 의대생인 친척 레나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서 무사히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만, 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나름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던 소피아의 아버지는 조만간 징역형을 살지 모르는 딸 때문에 상황이 난처해졌다며 화를 내고, 일을 바로잡을 방법을 궁리한다. 그래서 딱히 남자를 사랑하지도 않았던 소피아와 그의 가족, 레나의 가족은 소피아와 성관계를 맺은 오마르의 집에 모이게 된다. 
성폭행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여성 인권문제가 심각한 모로코의 사정은 도입부부터 충격을 안긴다. <소피아>는 여기에 계급 문제를 함께 그려낸다. 레나 그리고 부유한 프랑스인과 결혼한 레나의 엄마는 오마르보다 계급이 높다. 소피아와 레나, 오마르는 집안 풍경부터 옷차림까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며, 소피아의 처벌을 막기 위해 이들이 모여 논의하는 모습은 각자의 계급과도 흥미롭게 이어진다. 영화를 연출한 메리엠 벤바레크 감독은 모로코에서 태어나 파리 및 벨기에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의 첫 장편 <소피아>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소피아

감독 메리엠 벰’바레크

출연 루브나 아자발, 파우지 벤사이디, 사라 펄스, 마하 알레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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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Cities of Last Things
호위딩 / 대만, 중국, 미국, 프랑스 / 2018년 / 107분 / 아시아영화의 창

영화는 갑자기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강렬한 이미지로 누군가의 죽음을 먼저 보여준 후 그 내막을 보여주는 도입은 <행복도시>의 전체 구성과 닮았다. 전직 형사 장동링의 인생에 중요한 분기점이 된 굵직한 사건을 시간 역순으로 배치하면서, 그가 파멸에 이르게 된 본원적 이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부의 배경은 모든 시민이 국가에 감시당하는 마이크로칩을 손목에 삽입당한 채 살아가는 어떤 디스토피아적 미래다. 장동링은 과거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났던 전 부인을 찾아간다. 2부의 그는 당시 부인이 상사와 정사를 나누는 과정을 목격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며 살던 외국 여자 아라와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나눈다. 10대 시절 스쿠터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잡힌 장동링이 같은 현장에서 체포된 여성이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임을 알게 되는 것이 3부다.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2005)와 가스파르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2002)을 섞은 듯한 영화다. 때문에 나중에 등장할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두며 역순으로 플롯을 전개하는 구성이 <행복도시>만의 독창적인 요소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각 파트의 시대 묘사에 확연한 차이를 두고 장르색까지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데서 오는 쾌감이 존재하고, 이것이 주인공의 내면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영화적 재미가 있다. 

행복도시

감독 호위딩

출연 리홍기, 루이제 그린버그, 고첩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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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폴> Let Me Fall
발드빈 조포니아손 / 아이슬란드, 핀란드, 독일 / 2018년 / 136분 / 월드 시네마

영화의 첫 장면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순진한 표정을 한 10대 소녀 매그니아가 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매그니아의 삶은 친구 스텔라를 만나면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진다. 늘어선 술병, 자욱한 담배 연기, 질주하는 파티가 감각적인 화면과 사운드로 재구성된다. 청춘의 방황을 그린 수많은 영화가 떠오르지만 <렛미폴>의 시도는 일탈을 그리는 여느 영화와 맥락을 달리한다. <렛미폴>은 돌이킬 수 없는 무너짐의 순간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심연의 끝이 어디인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발드빈 조포니아손 감독은 실제 약물 중독 청소년의 가족들과 인터뷰를 해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고요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배경으로, 약물 중독에 처참히 망가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한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플롯 또한 비극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렛 미 폴

감독 발트빈 조포니아손

출연 포스테인 바크먼, 앳리 오스카 피알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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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땅> Land from God
케빈 피아몬테 / 필리핀 / 2017년 / 62분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보라카이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는 현상) 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필리핀의 대표 휴양지 보라카이. 이곳에는 백사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아띠족’이 있다. 까만 피부와 곱슬머리가 특징인 이들은 보라카이섬이 관광지로 유명세를 치르기 한참 전부터 이곳에 살던 원주민이다. 해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아띠족이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은 아띠족의 원시적인 삶의 방식이 관광지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띠족을 쫓아냈다. 카메라는 보라카이섬의 아름다운 경관 대신 그곳에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조명되지 않았던 문제를 파고든다. 자신들의 땅에서 배제된 아띠족의 목소리,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아띠족의 권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균형감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올해 초 환경 오염 문제로 보라카이섬의 전면 폐쇄가 결정되기 몇달 전 촬영되었다. 

신들의 땅

감독 케빈 피아몬테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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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기억들> Memories Of My Body
가린 누그로호 / 인도네시아 / 2018년 / 106분 / 아시아영화의 창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가린 누그로호의 신작. 인도네시아 사회의 정치·문화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탐구해온 가린 누그로호가 이번에는 신체와 젠더의 영역에 주목한다.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전통 춤 댄서 와휴 주노. 영화는 그의 삶을 덤덤히 훑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춤을 배우기 시작하고,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며 무용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진다. 영화는 성소수자인 개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제목에 암시된 바대로, 그가 겪는 모든 경험과 차별은 몸에 아로새겨지고 그것은 곧 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가 된다.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성인이 된 와휴 주노가 춤추는 장면들이 삽입된다. 그는 자신의 몸을 통해 성장기의 기억들을 감각적으로 재현한다. 그의 아름다운 움직임은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된 젠더의 경계를 허물기에 충분하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 상영작. 

내 몸의 기억들

감독 가린 누그로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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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바디> Our Body
한가람 / 한국 / 2018년 / 94분 /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20대 시절을 책상 앞에서만 보낸 자영(최희서). 삼십 평생 공부 말고는 한 게 없는 자영은 문득 자신에게 남은 게 무기력한 몸과 마음뿐임을 깨닫는다. 남자친구마저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무심히 이별을 통보한 어느 날, 자영은 달리기를 하는 또래 여자 현주(안지혜)를 보고 그녀의 건강한 몸에 끌린다. 현주를 따라 달리기 동호회에 들어간 자영은 변하기 시작한다. 무거웠던 몸은 가벼워지고, 삶의 의욕도 붙는다. 취업을 하기엔 나이가 많다며 섣불리 포기하고 스스로를 자조했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달리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섹슈얼리티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아워바디>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맹렬히 달려왔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좌절을 경험한 청년 세대 이야기와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알아가며 건강함을 되찾는 여성의 이야기를 결합한다. 아름다운 몸에 대한 끌림이 자칫 탈코르셋 운동의 역행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자영이 자각하는 과정에 더 집중한다. <박열>의 최희서가 또 한번 온몸을 던져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아워 바디

감독 한가람

출연 김정영, 최희서, 안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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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마이 룸> IN MY ROOM
울리히 쾰러 / 독일, 이탈리아 / 2018년 / 119분 / 월드 시네마

회사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도 밤에는 클럽에서 여자를 만나 작업을 거는 아르민은 뻔뻔하고 철없는 중년의 남자다. 임종을 눈앞에 둔 할머니를 뵈러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가도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있는 아버지를 보곤 괜히 화를 낸다. 괴로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차 안에서 하룻밤 눈을 붙인 다음날, 아르민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기름을 넣으러 들른 주유소에도, 길거리와 집 안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종말을 맞은 듯,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르민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다 또 다른 생존 여성을 만나 함께 생활을 도모한다. 울리히 쾰러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남자에게 극단의 변화를 안겨준 다음, 그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지켜보게 만든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가 당황스럽지만 그 때문에 끝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수면병>(2011)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울리히 쾰러 감독의 신작이다. 

인 마이 룸

감독 율리히 쿨러

출연 한스 뢰브, 엘레나 라도니시세, 마이클 위텐본, 루스 비켈하웁트, 엠마 베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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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씬> Last Scene
박배일 / 한국 / 2018년 / 91분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산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이 지난 1월 31일 문을 닫았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국도예술관을 사랑한 관객 중 한 사람이었던 박배일은 국도예술관이 폐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한달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이들에게 영화관은 영화를 감상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도예술관의 단골 관객에서 프로그래머가 된 정진아, 영사기에서 투사된 가장 신선한 이미지를 보려고 맨 앞좌석에 앉아 영화를 본다는 배우 성호준 또한 이 공간에서 위안을 받고 꿈을 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원 없이 독립예술영화관이 스스로 살아남기란 힘든 법이어서, 관객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휴관과 재개관과 폐관을 반복했던 국도예술관은 끝내 <라스트 씬> 상영을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한다. <소성리>(2017), <밀양 아리랑>(2015)에서와 마찬가지로 박배일 감독은 이번에도 ‘공간’과 ‘사람’에 집중한다. 영화는 정부의 독립예술영화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관객은 독립예술영화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스트 씬

감독 박배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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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갈비뼈> The Rib
장웨이 / 중국 / 2018년 / 85분 / 아시아영화의 창

한위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고 있다. 화장을 하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트랜스 바에 가서 친구와 함께 춤추는 게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진짜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술은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한위는 수술 허락을 받기 위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를 찾아간다. 
성인이지만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갑갑하다. “좋은 여자 만나 자식을 낳아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까지 설득해야 하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아들의 커밍아웃을 이해하는 대신 분노한 아버지로부터 기대할 만한 게 거의 없는 현실에서 한위의 마음만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아버지는 그의 집에 들이닥쳐 그가 입는 여성 옷가지를 버리고, 그걸 본 친구는 한위에게 함께 사는 집에서 나가달라고 한다. 흑백으로 촬영된 이야기에서 한위가 아끼는 빨간 드레스만 컬러로 표현된 현실이 무척 씁쓸하다. 

아담의 갈비뼈

감독 장 웨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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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Dare to Stop Us
시라이시 가즈야 / 일본 / 2018년 / 118분 / 아시아영화의 창

와카마쓰 고지 감독은 일본영화의 영원한 반골이다. 그가 이끈 제작사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1960, 70년대 정치적으로 대담하고 논쟁적인 핑크영화들을 만들었다. 전공투 운동이 한창이던 1968년, 꿈 많은 소녀 메구미는 프로덕션 사무실을 찾았다가 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기로 한다. 경험이 없어 현장의 모든 게 서툴렀지만 와카마쓰 고지를 포함한 동료들의 열정에 매료돼 이곳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는 주인공 메구미의 눈으로 들여다본 와카마쓰 프로덕션의 폭발적이고 급진적인 에너지를 그려낸 이야기다. <여학생 게릴라>(1969)부터 <적군-PFLP 세계 전쟁 선언>(1971)에 이르기까지 와카마쓰 프로덕션에서 벌어진 비하인드 스토리, 와카마쓰 고지, 영화 전문지 <키네마준보> 기자 등 일본 영화인들이 컬러TV와 영화를 두고 벌인 논쟁,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 소식에 대한 와카마쓰 고지의 솔직한 생각(2012년 와카마쓰 고지 감독은 미시마 유키오의 군국주의 부활 운동부터 자결까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영화 <11.25 자결의 날>을 만든다.-편집자), 1971년 동료 아다치 마사오와 칸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가 귀국하던 길에 팔레스타인에 가서 다큐멘터리 <적군-PFLP 세계 전쟁 선언> 찍은 일화 등 당시 와카마쓰 프로덕션에서 있었던 일들이 꽤 생생하다. 또 영화는 자주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인간적 면모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를 연출한 시라이시 가즈야는 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출연 카도와키 무기, 이우라 아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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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Distances
엘레나 트라페 / 스페인 / 2018년 / 100분 / 플래시 포워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아나, 엘로이, 기예, 올리비아 네 친구는 친구 코마스를 만나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여행간다. 코마스의 3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알리지 않고 간 것이다. 코마스는 갑작스러운 친구들의 방문이 썩 유쾌하지 않지만 “편하게 머물다 가라”고 말한다. 다섯 친구가 술집에서 회포를 나눈 여행 첫날, 코마스는 갑자기 사라지고 친구들은 코마스를 찾아 나선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처럼 영화는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친구들의 심리적인 거리를 예민하게 담아낸다. 베를린을 즐기기는커녕 하루종일 코마스의 집에서 코마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코마스를 찾다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펍에 갔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남이 남긴 맥주를 훔쳐 마시다가 펍에서 쫓겨나고, 속상한 마음을 푸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네 친구들은 점점 지쳐가는데 그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처음과 마지막에만 짧게 등장하는 코마스를 맥거핀 삼아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공허한 여운이 남는다. 

마음의 거리

감독 엘레나 트라페

출연 알렉산드라 지메네즈, 미키 에스파르베, 아이작 페리즈, 브루노 세빌라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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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www.cine21.com
김성훈 이주현 송경원 임수연 전효진(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