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가 강세인 요즘. 원작 없는 영화를 찾는 게 더 어렵다지만, 언제나 속편이 전편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팬들의 마음. 해외 매체 ‘왓치모조’에서 팬들의 기다림에 훌륭한 속편으로 보답한 10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10
인크레더블 2
(2004→2018, 14년)
<인크레더블 2>

2004년 개봉한 <인크레더블>은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 영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최초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도전작’이자 자사의 최고 흥행 수익을 갱신한 ‘흥행작’이니까. 웬만한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뛰어난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는 팬들에게 2편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브래드 버드 감독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팬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2015년, 브래드 버드가 속편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렸고 마침내 2018년 여름에 공개됐다. 

14년만에 돌아온 <인크레더블 2>는 영리했다. 일라스티걸이 히어로로 활동하고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가정을 돌본다는 설정은 부부 역할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 사회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동시에 바이올렛과 대쉬, 잭잭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가족 단위 관객들이 즐기기에 충분했다. <인크레더블 2>는 호평과 함께 전세계 11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픽사의 저력을 다시 알렸다.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 2>
인크레더블 2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사무엘 L. 잭슨, 홀리 헌터, 크레이그 T. 넬슨, 사라 보웰, 헉 밀너

개봉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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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에피소드 6 1987→2015, 28년
에피소드 3 2005→2015, 10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분기점이었다. 조지 루카스가 손 떼고 디즈니가 제작한 첫 <스타워즈>이자 198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으로 완결된 신화의 뒤를 첫 속편이었다. 일부는 에피소드 7이 나온단 사실에 열광했고 일부는 조지 루카스가 각본을 쓰지 않았으니 ‘진짜’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는단 소식에 <스타트렉> 리부트을 담당했던 감독에게 <스타워즈>를 맡긴다며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많은 설왕설래 끝에 2015년 12월, 차세대 <스타워즈>가 개봉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스타워즈>의 시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를 복기하는 구조, 오리지널 멤버들에 대한 예우, 그리고 포스터와 예고편의 떡밥을 뒤엎는 전개 등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물론 전혀 몰라도 충분히 재밌는 SF 블록버스터였다. 전세계 흥행 기록들을 갈아치우는 성과를 거뒀으니까. 

핀(데이빗 보예가)을 새로운 제다이로 보이게 했던 포스터의 ‘낚시’마저 용서할 만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감독 J.J. 에이브럼스

출연 해리슨 포드, 마크 해밀, 캐리 피셔, 도널 글리슨, 그웬돌린 크리스티, 사이먼 페그, 오스카 아이삭, 막스 폰 시도우, 존 보예가,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개봉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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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비포 선셋 & 비포 미드나잇
(1995→2004→2013, 9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밤샘 수다. <비포 선라이즈>는 그게 다였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 영화를 사랑했다. 운명 같은 우연으로 만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주디 델피)의 밤은 관객들을 꿈꾸게 할 만큼 아름다웠고 감독과 두 배우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간 장면들은 사실적이어서, 솔직해서 와닿았다. 다시 만나리라 약속하고 헤어진 결말에서 관객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랐다.

(위에서부터)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9년 뒤, <비포 선셋>으로 돌아온 제시와 셀린은 실제 시간만큼 많이 변해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엇나갔지만 태양이 늘 뜨고 지듯 마음만은 여전하다. 함께 나눴던 시간들은 미련이 돼 서로를 붙잡았다. 그리고 또 9년 뒤, <비포 미드나잇>은 두 사람이 꿈꿨던 미래를 맞이하지만 행복이 결코 영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암시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랑을 이렇게 담아낼 수 있다니.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현실의 시간을 영화에 가장 잘 담아내는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후드>도 그렇고.

비포 미드나잇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뮤스 데이비 핏츠패트릭

개봉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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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개봉 2004.10.22. / 2016.08.3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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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체들의 새벽
(1968→1978, 10년)

데뷔작으로 호러 영화계의 판도를 흔들었다. 조지 A.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그동안 영화에서 사용된 ‘좀비’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제는 좀비영화의 클리셰처럼 된 스토리 전개와 인물 구성은 관객들에겐 충격적인 재미를, 평론가들에겐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그 호평과 흥행에도 속편은 조지 A. 로메로와 원작자의 결별, 저작권 소송 등에 치이며 1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나올 수 있었다.

1978년,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마침내 <시체들의 새벽>이 공개됐다. <시체들의 새벽>은 전편과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명작 반열에 올랐다. 백화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좀비 소동극은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혔고, 각양각색 인간 군상들은 인간이 좀비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역설했다. 이 영화는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을 통해 <새벽의 저주>로 리메이크했다.

<시체들의 새벽>의 좀비+백화점 조합은 이후에도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 됐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 - 시체들의 새벽

감독 조지 로메로

출연 데이비드 엠지, 켄 포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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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크리드
(2006→2015, 9년)

1976년 이후 록키는 불굴의 상징이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차 힘이 빠지긴 했지만, 실베스타 스탤론의 대표작이자 인생 캐릭터임은 명백했다. 그래서 스탤론이 1990년 <록키 5> 이후 16년만에 <록키 발보아>로 돌아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었을 때, 팬들은 눈물겨운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이별도 잠시. 9년 후, 관객들은 록키 발보아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연출한 <크리드>를 통해서였다.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에 등장한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의 혼외자식 아도니스 크리드(마이클 B. 조던)가 주인공인 스핀오프 영화다. 공식 후속작은 아니지만 록키가 그의 트레이너로 등장하고, 극중에서도 전작의 장면이나 음악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21세기 <록키>로 등극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마이클 B. 조던의 연기도 심금을 울린다. 현재 전작의 주역들이 다시 모여 <크리드 2>를 제작하고 있다. 

<크리드>의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록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크리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마이클 B. 조던, 그레이엄 맥타비쉬, 테사 톰슨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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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이리언 2
(1979→1986, 7년)
<에이리언 2>

에이리언은 1979년 <에이리언>에서 첫 선을 보였다. H.R.기거의 기괴한 디자인과 리들리 스콧의 세밀한 연출력으로 채워진 <에이리언>은 ‘걸작이 탄생했다’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왔다. 영화 사상 이처럼 인상적인 외계 생명체가 있었던가. 제노모프(에이리언의 명칭)는 그동안 인간을 닮은 무언가에 한정됐던 외계인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영화는 제노모프과 함께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도 남겼고, 팬들은 당연히 속편이 제작되리라 믿었다. 

그 기대감에도 6년이나 걸린 건 속편을 차별화하려는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주의 덕분일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폐쇄공포증적 미장센으로 공포감을 자극했던 <에일리언>의 속편을 대규모 물량의 액션영화로 탈바꿈했다. 전작의 캐릭터성을 그대로 계승, 발전시켰고 제노모프 종족의 생태계를 묘사해 액션 시퀀스를 확장해나가는 영리한 전개를 보여줬다. 요컨대 <에일리언 2>는 제노모프 종족의 특성을 확립시켜 기나긴 생명력을 부여한 일등공신이다.

에이리언 2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시고니 위버, 마이클 빈, 폴 레이저, 랜스 헨릭슨, 캐리 헨

개봉 198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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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블레이드 러너 2049
(1982→2017, 35년)

여기서 소개하는 영화 중 가장 오래 걸린 속편이다. 1982년 리들리 스콧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를 공개했다. 당시엔 참담할 정도로 비평과 흥행에 실패했고, 훗날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버펑크 SF를 정립한 영화로 재평가 받았다. 그래서 언제나 ‘저주 받은 걸작’이란 수식어로 소개된다.

35년 후에 이 걸작의 후계자로 임명된 건 드니 빌뇌브 감독이다. 잘 만들어도 본전, 못 만들면 비난을 감당해야할 독이 든 성배를 드니 빌뇌브는 탁월하게 해석해냈다. 대처 불가능한 전편의 주인공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이야기의 핵심 수수께끼로 두되 K(라이언 고슬링)가 자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변형된 영웅담을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1편 못지 않은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해 보는 맛을 확실하게 계승했다. 사실 이 영상미야말로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거둔 최고의 성취가 아닐까.

<블레이드 러너 2049>
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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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터미네이터 2
(1983→1991, 7년)

또 제임스 카메론이다. 제임스 카메론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시리즈가 <터미네이터>다. <터미네이터>를 연출하지 않았다면 제임스 카메론은 영원히 데뷔작 <피라냐 2>의 악명을 지고 살았을 수도 있으니까. 미래에서 보낸 파괴자와 보호자의 대립, 그 자체가 설득력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육체, 스톱 모션 기법을 극대화한 연출 등 제임스 카메론의 탁월한 연출력이 빛난 출세작이다.

<터미네이터 2>는 1편의 악당이 2편의 아군이 되는 흥미로운 인물 설정을 선택했다.

7년 후 제작된 <터미네이터 2>는 전편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미래에서 온 암살자’라는 전편의 틀은 가져오되 인물 구성을 전복시켜 전편의 적을 아군으로 출연시키는 대담함, 액션 못지 않게 섬세하게 그려진 인물들의 성격, 1편의 장면들을 비튼 재치있는 유머 등 속편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 특히 CG와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적절히 배합해 완성한 액체 금속 로봇 T-1000(로버트 패트릭), 그것만으로도 이 속편의 가치는 충분하다.

5편까지 나온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도 단연 최고 악당인 T-1000.
터미네이터 2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91.07.06. / 2015.07.1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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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이 스토리 3
(1999→2010, 11년)

이 리스트에 두 편을 올린 픽사에게 경배하자. 1995년, 카우보이 인형 우디(톰 행크스)와 자신이 장난감인지 모르는 우주비행사 버즈(팀 앨런)의 이야기를 다룬 <토이 스토리>는 3D 애니메이션과 픽사 스튜디오의 가능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1999년 <토이 스토리 2>도 장난감 수집가 알에게 납치된 우디를 구하려는 장난감들의 어드벤처와 제시(조앤 쿠삭) 등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토로가 등장하기도 했다.(<토이 스토리 3>

이후 11년만에 공개한 <토이 스토리 3>는 실제 시간의 흐름을 스토리에 녹여냈다. 꼬맹이였던 앤디가 대학생이 되면서 더이상 장난감이 쓸모없어지게 되고, 그럼에도 어른이 된 친구에게 돌아가려는 장난감들. <토이 스토리 3>의 결말은 관객 개개인이 품고 있는 동심을 자극하며 전세계 ‘어른이’들을 울렸다. <토이스토리 4>의 제작이 발표됐을 때 기뻐하는 팬들만큼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던 건, <토이 스토리 3>가 그만큼 완벽한 속편이었다는 증거다.

토이 스토리 3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안 쿠삭

개봉 20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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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1985→2015, 30년)

그렇다. 이견이 있을 수 있을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만인이 인정하는 액션 영화의 걸작이다. 핵전쟁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정립한 <매드 맥스 2>, 스케일을 키워 몰락한 미래 사회를 그린 <매드 맥스 3>. <매드 맥스 4>에 대한 무수한 소문은 있었으나, 결과물은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주인공 멜 깁슨이 액션 영화를 할 수 없을 나이가 되자 팬들도 속편은 없겠구나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2012년 제작 확정 소식에도 진짜 나올 거라는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관객들은 잊을 수 없는 “기억할게”(위)와 ‘빨간 내복 기타맨’(아래)

그리고 2015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공개되자마자 그해의 영화 1순위로 올랐다. 여느 영화들과 달랐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오로지 액션으로만 스토리를 이끌어갔다. 그야말로 ‘장인’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구성은 장르 영화라는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단숨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발돋음했고, 톰 하디도 무수한 액션을 직접 소화해 존재감을 남겼다. 무엇보다 CG로 점철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아날로그 제작 방식이 추구하는 궁극의 감성이 담긴 액션 영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개봉 2015.05.14. / 2016.12.2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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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