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동양인이 영화에서 어떻게 다뤄지는 지를 중요하게 살핀다고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치>의 성취는 시사하는 바가 큰 데, 보람을 느끼나. 혹은 아시아계 배우로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체감하는 부분은.
=먼저, 내 생각은 이렇다. 모두가 선택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보람도 크다. <서치>에 대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대부분의 출연진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그 점이 줄거리의 한 부분, 스토리텔링으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거다. 여타 미국 배우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말이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틀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다만 그 관점이 꼭 훌륭하고 멋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예술의 자유에 달린 일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감독, 제작자, 배우들과 같은 우리 아티스트들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어떻게 의미 있는 행위로 번질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이든 아니든 간에,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서치>를 제외하고 본인이 맡았던 캐릭터 중에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뭔가. 어떤 이유에서 온 애착인가.
=개인적으로는 <콜럼버스>의 ‘진’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어린 시절 나는 주로 코미디 영화를 보며 자랐고, 20대가 되어서는 좀 더 성숙한 영화들을 보게 됐다. 시네마가 이룬 역사에 감사하게 됐으며, 거장들의 영화들도 접하게 됐다. <콜럼버스>가 걸작이라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훌륭한 영화이고 숱한 걸작들의 영향으로 태어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내 마음속에서 <콜럼버스>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높은 이상을 바라볼 줄 아는 영화다. 오늘날의 많은 영화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시도를 두려워 한다.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콜럼버스> 같은 영화들이 용감한 영화다. 그런 영화들과는 일종의 동류의식, 연대감을 느낀다. 내가 항상 이런 관점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만약 온전히 내 마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면, 이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높은 곳을 바라보는 영화를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