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cience Fiction)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아 온 장르인 만큼 그 범위도 굉장히 넓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너무도 달라 보이는 두 영화 모두 SF에 속한다. 넓고 넓은 SF의 바다 속에서 취향에 딱 들어맞는 영화를 찾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SF를 하위 장르로 분류하는 일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SF 하위 장르들 중 유명한 일곱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 SF의 하위 장르는 여러 창작물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와 확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장르간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그 점은 꼭! 염두에 두고 재미로 읽어보길 바란다.


1. 사이버펑크

<블레이드 러너>

사이버펑크는 사이버네틱(인공두뇌학, Cybernetics)과 펑크(Punk)를 결합한 말로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 문제, 부조리, 빈부 격차 등을 소재로 한 장르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도시 속에서 점차 인간성을 잃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주로 다룬다. 사이버펑크는 현 세태를 풍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보통 근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블레이드 러너>(1982)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인조인간을 통해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블레이드 러너>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와 영화 <매트릭스>(1999)가 있다.

<공각기동대>

참고로 일본의 경제와 기술은 1980년대 사이버펑크의 단골주제였다. 사이버펑크 소설의 대가 윌리엄 깁슨은 “현대 일본은 사이버펑크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홍콩과 상하이 역시 사이버펑크 도시 분위기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블레이드 러너> 속 로스앤젤레스의 풍경 역시 매우 날씨가 안 좋은 날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다.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개봉 1993.05.08. / 2018.02.15.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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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감독 오시이 마모루

출연 타나카 아츠코, 오오츠카 아키오

개봉 200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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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개봉 1999.05.15. / 2016.09.2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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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팀펑크

<9: 나인>

스팀펑크(Steampunk)는 전기 대신 증기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로 넓게는 SF 하위 장르, 좁게는 대체 역사 하위 장르다. 스팀펑크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하거나 산업혁명 시기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증기기관만 발달했다면 사회는 어떻게 되었을지를 보여준다. 다만 꼭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증기기관만 발달했을 때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도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다루는 사이버펑크와는 달리 스팀펑크는 대부분 밝은 톤을 유지한다. 다만 다른 장르와 결합해 어두워지는 경우도 있다. 쉐인 액커 감독의 애니메이션 <9: 나인>(2009) 같은 경우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스팀펑크가 혼합된 장르로 기계문명과 이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반성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1986),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역시 스팀펑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스팀펑크를 활용해 소년, 소녀의 사랑을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하거나 자연과 기계의 대립, 인간성 회복을 나타냈다.

9: 나인

감독 쉐인 액커

출연 일라이저 우드, 존 C. 라일리, 제니퍼 코넬리, 크리스핀 글로버, 마틴 랜도, 크리스토퍼 플러머

개봉 200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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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타나카 마유미, 요코자와 케이코, 하츠이 코토에

개봉 200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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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바이쇼 치에코, 기무라 타쿠야

개봉 2004.12.23. / 2014.12.0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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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젤펑크 

<퍼스트 어벤져>

디젤펑크(Dieselpunk)는 1950년대 디젤 연료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미국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장르다. 2차 세계대전이 자주 등장한다. 가벼운 분위기의 스팀펑크와는 달리 전쟁으로 인해 냉혹해진 분위기를 주로 보여준다. 핵전쟁으로 인한 공포가 기저에 깔려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스팀펑크보다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강철의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살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디젤펑크 디자인을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매드맥스> 시리즈이며 <퍼스트 어벤져>(2011) 역시 디젤펑크적인 이미지를 차용했다. 이외에도 석기시대를 기반으로 한 스톤펑크(Stonepunk), 유전자 기술을 도입한 바이오펑크(Biopunk) 등 많은 펑크 시리즈가 있지만 전부 다루려면 스크롤을 끝없이 내려야 할테니 펑크 시리즈는 이걸로 마치도록 한다.

퍼스트 어벤져

감독 조 존스톤

출연 크리스 에반스, 토미 리 존스, 휴고 위빙, 헤일리 앳웰

개봉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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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체 역사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대체 역사(Alternate History)는 역사적 사건이 현재와 다르게 전개된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를 탐구하는 장르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순간, 실제 역사에서와는 다른 선택을 하면 어떨까 상상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은 나치 암살단 ‘개떼들’과 유대인 쇼사나(멜라니 로랑)의 나치 주요 인사 암살 작전을 다룬 작품으로 대체 역사 장르의 쾌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국내에는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가 대체 역사물이다. 영화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지 못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아시아 전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아 88 서울 올림픽이 88 나고야 올림픽으로, 2002 월드컵 축구 선수들의 국기가 일장기로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 여행 장르와 결합해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 역사적 사건을 뒤바꾸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사소한 일을 바꾸지만 나비 효과에 의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 온다. 단, 시대적 배경만 차용한 경우는 대체 역사 장르라고 보기 어렵다. 대체 역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에’라는 상상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일라이 로스, 마이클 패스벤더, 다이앤 크루거, 다니엘 브륄, 틸 슈바이거

개봉 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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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 메모리즈

감독 이시명

출연 장동건, 나카무라 토오루

개봉 200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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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밀리터리 SF

<스타쉽 트루퍼스>

밀리터리(Military) SF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SF와 밀리터리가 결합한 장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군인이며 배경은 대체로 지구를 제외한 외계 행성인 경우가 많다. 무기 역시 SF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밀리터리 SF는 전투에 대한 설명과 그때 사용된 전술, 무기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군대와 개별 군인들에 대한 것도 빼놓지 않고 묘사해야 한다. 쉽게 말해 배경이 우주인 전쟁영화다. 여타 전쟁영화들처럼 용맹함, 희생정신, 전우애와 같은 군인 정신이 강조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타쉽 트루퍼스>(1997)가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캐스퍼 반 디엔, 디나 메이어, 데니스 리차드, 제이크 부시, 닐 패트릭 해리스, 클랜시 브라운, 세스 길리엄, 패트릭 멀둔

개봉 199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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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SF 하위 장르다. 미국에서 성행한 소위 막장 드라마를 칭하는 말인 소프 오페라(Soap Opera)와 스페이스가 합성된 용어다. 배경은 우주이기 때문에 기술이 매우 발달했으며 적들의 능력 역시 뛰어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타워즈>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있다. 밀리터리 SF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지만 다소 차이는 있다. 밀리터리 SF는 군인, 전쟁에 집중한 반면,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공간, 모험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적 배경 역시 스페이스 오페라는 반드시 우주가 배경이어야 하지만 밀리터리 SF는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스페이스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선한 존재로 정의, 혹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적과 맞서는 영웅 같은 존재다. 때문에 주인공의 모험이 주 골격이며 ‘실제 과학적으로 저게 가능한가?’는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78.06.01. / 1997.04.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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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리 페이스

개봉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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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포칼립스, 포스트 아포칼립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종말을 뜻하며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는 종말 이후 인류가 몰락한 세계를 의미한다. 멸망의 이유에는 대규모 전쟁, 핵무기, 전염병, 자연 재해 등이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법과 상식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세계이기 때문에 사회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주인공들 역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원시적인 욕구가 가장 우선시 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생존조차 보장해 줄 수 없는, 그야말로 무법의 세계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로는 <매드맥스> 시리즈가 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부족한 자원을 임모탄(휴 키스-번)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녹색의 땅으로 향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개봉 2015.05.14. / 2016.12.2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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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