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으시죠? 알고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 영화에는 나름 유명한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다이 하드2> <클리프행어> <딥 블루 씨> <드리븐>의 레니 할린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대륙의 미녀 배우인 판빙빙이 출연하고, 홍콩영화 좀 봤던 분들은 알 법한 증지위도 출연하고, <잭애스> 시리즈로 유명한 코믹 액션의 달인 조니 녹스빌도 출연합니다. 무엇보다 ‘영원한 따거’ 성룡이 출연합니다. 이제 좀 흥미가 생기시려나 모르겠네요.
<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는 오랜만에 개봉하는 추석 성룡 영화인 것 같습니다. 1980~90대에는 추석에 성룡 영화가 빠지면 섭섭하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성룡은 흥행의 보증수표였습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았던지. 한국에도 자주 왔었죠. 한국말 잘하는 거는 다 아실 테고.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번주 씨네플레이 선정 수요명화는 성룡의 명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실 테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성룡 액션의 진수를 담은 <폴리스 스토리>입니다.
1985년 개봉한 <폴리스 스토리>는 성룡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지면 큰일나는 영화입니다. 4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됐고 2004년에는 <뉴 폴리스 스토리>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러시 아워> 시리즈도 <폴리스 스토리>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아봅시다.
홍콩 경찰청의 특수기동대 소속 진가구(성룡) 순경이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기동대 훈련을 마치고 본서로 돌아와서 마약밀매 조직을 일망 타진하는 작전에 투입됩니다. 이 작전에서 진가구는 두목인 주도를 혼자서 체포합니다. 영웅이 됐죠. 서장은 부족한 증거를 보완하기 위해 주도의 여비서인 셀리나(임청하)를 법정에 세우려 합니다. 재판이 열릴 때까지 진가구는 그녀를 보호해야 합니다. 증언을 하기 싫었던 셀리나는 진가구의 녹음기에 장난을 쳐놓고 도망갑니다. 진가구는 징계를 먹고도 셀리나의 행방을 찾습니다. 그러다 함정에 빠져 셀리나를 구해내는 데엔 성공하나 대신 주도의 끄나풀 노릇을 한 모순경을 죽인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가구는….
스토리가 엄청 길군요. 이쯤에서 스토리는 생략하고 액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약 조직 일망 타진 작전부터 액션의 스케일이 어마어마 합니다. 대규모 총격전으로 시작된 액션 장면은 느낌적 느낌으로 판자집이긴 하지만 동네 하나를 아작냅니다. 하이라이트는 버스 액션 장면입니다. 언덕길을 질주하는 버스 바깥으로 성룡이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안전 장치요? 그런 거 없습니다. 급정거 하는 버스에서 3명이 버스 유리창 밖으로 떨어지는 장면도 있는데 생 아스팔트로 떨어집니다. 그 중 1명은 머리를 부딪쳐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임청하도 안전 장치 없이 건물 옥상에서 수영장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성룡의 액션은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 전에 잠시 얘기할 건 코미디입니다. 성룡은 코믹 액션의 대가죠. 액션 자체가 코믹한 것도 있지만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코미디 자체가 훌륭하기도 합니다. 셀리나와 여자 친구 아미(장만옥) 사이에서 진가구가 갈팡질팡하는 장면이라든지, 징계를 먹고 한적한 시골 파출소에서 전화를 받는 장면 등이 생각납니다. 동시에 3~4대의 전화를 받는 장면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전화를 받으면서 국수까지 먹습니다.
다시 액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셀리나는 진가구의 말을 안 듣고 까불다가 주도 일당에게 잡혀버립니다. 진가구는 증거 확보를 위해서 쫓습니다. 보스 주도와 악당 변호사 등은 백화점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또 한번 성룡 액션의 명장면이 등장합니다.
제일 유명한 건 백화점 샹들리에를 잡고 내려오는 장면이죠. 정말 역대급입니다. <폴리스 스토리>를 안 본 사람들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백화점 내에서 벌어지는 오토바이 액션도 명장면입니다. 보고 있으면 그냥 입이 떡 벌어집니다. ‘저걸 다 직접 하다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성룡이 스턴트맨을 따로 쓰지 않는 건 다 아시죠? 에디터는 성룡 마니아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폴리스 스토리>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니 다시 영화가 보고 싶어집니다. 류승완 감독이 성룡의 진짜 마니아입니다. <베테랑>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씨네21 Ⅰ 후반작업 중이던 올해 초, 1980년대 형사영화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야겠다는 얘길 했다.
류승완 감독 Ⅰ 심플한 대결 구도의 측면에서 80년대 형사영화들을 떠올렸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훨씬 이전에, 순수하게 영화를 좋아했던 시절에 극장에서 봤던 영화들이 80년대 장르영화다. 70년대 장르영화들은 그 후 시간이 지나 비디오로 봤다. 내게 형사영화의 원형은 <더티 해리>(1971), <프렌치 커넥션>(1971), <블리트>(1968)가 아니라 <비버리 힐스 캅>(1984), <리쎌웨폰>(1987), 좀더 지나서 <다이하드>(1988)다. 거기에 너무나 막강하게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모두 명확하고 뚜렷한 적과 단순하게 대결하는 구도의 영화들이다.
<베테랑>도 <폴리스 스토리>처럼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성룡 영화 얘기하다가 <베테랑>으로 마무리하려니 좀 그렇습니만 이쯤에서 이번주 수요명화를 마칩니다. 이번 추석에는 옛날 생각하시면서 성룡 영화 한번 보시면 어떨까요? 아, 성룡 영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NG 장면 꼭 보시고요. N스토어에 <폴리스 스토리> 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