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가 돌아왔다. 올해는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한국영화 <극한직업>과 <뺑반>이 박스오피스 1위를 두고 경쟁했다. 한 주 일찍 개봉해 놀라운 흥행 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극한직업>이 <뺑반>에 월등하게 앞선 상태라 승자는 일찌감치 정해졌다는 분위기다. 작년, 재작년은 어땠을까? 10년 전, 2009년부터 설날 시즌 극장가의 경쟁 구도를 돌이켜봤다.


2009년 1월 26일

적벽대전 2부 - 최후의 결전

작전명 발키리

2009년 설날 시즌은 외화가 선두를 다퉜다. (그 후 10년간 이런 사례는 없었다) 오우삼 감독이 <첩혈쌍웅 2> 이후 16년 만에 홍콩에서 연출을 맡은 <적벽대전> 시리즈의 2부가 히틀러 암살 작전을 그린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를 제쳤다. 홍콩 액션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오우삼의 전쟁 영화, 양조위-금성무-장첸 등의 스타 캐스팅, 한국인에게 친숙한 이야기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톰 크루즈의 이름값을 넘어섰다. 전년 여름에 개봉한 1부에 2배에 상응하는, 최종스코어 27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0년 2월 14일

의형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나 홀로 집에>와 <해리 포터> 시리즈 초기작을 만든 크리스 콜럼버스의 판타지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한 주 앞서 개봉한 <의형제>의 인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가족영화'라기엔 다소 유치한 소재와 비주얼이라 중장년층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 걸로 보인다. 남북 관계를 경유한우정담을 송강호와 강동원의 남다른 케미로 풀어낸 <의형제>는 개봉주의 관객수를 유지하며 2010년 설날 극장가의 승자로 남은 데 이어, 4주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5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었다.


2011년 2월 3일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평양성

걸리버 여행기

2011년은 코미디 3파전이었다. 조선시대와 삼국시대 사극 경쟁에 잭 블랙 원톱의 거인 판타지 <걸리버 이야기>까지 합세한 형국. KBS 예능/시트콤 PD 출신인 김석윤 감독이 내놓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일찌감치 1위에 올랐다. 치열한 건 2,3위 경쟁이었다. 개봉 초기엔 <걸리버 여행기>가 훌쩍 앞섰으나 설날이 가까워지면서 <평양성>과 <걸리버 여행기>가 만 명 미만 차이로 서로 하루씩 2위 3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2012년 1월 23일

댄싱퀸

부러진 화살

전혀 다른 분위기 두 한국영화가 붙었다. 서울시장의 아내가 댄스 가수가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댄싱퀸>과 판사 석궁 테러사건을 극화한 <부러진 화살>이다. 명절에 가족이 다함께 보기에 더없이 적합한 <댄싱퀸>이 확연히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화를 통해 정의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고발 영화 <부러진 화살>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꽤나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댄싱퀸>은 550만, <부러진 화살>은 350만의 최종스코어를 남겼다.


2013년 2월 10일

7번방의 선물

베를린

설날 주간에 개봉한 영화는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와 <남쪽으로 튀어>였지만 정작 1위를 다툰 건 각각 3주, 2주차에 접어든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었다. 2월 10일 설날 기준, 이미 각각 누적관객수 628만, 418만에 접어든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 두 영화가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초호화 캐스팅, 100억 이상의 제작비, 해외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베를린>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최종 승자는 1280만 관객을 만나 (2014년 초 기준)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7번방의 선물>이었다.


2014년 1월 31일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

2013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액션사극을 표방한 <조선미녀삼총사>과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 설날 주간에 개봉했지만 곧장 차트 뒷전으로 밀렸다. 한 주 먼저 개봉한 <겨울왕국>에 밀려, <수상한 그녀>는 2위로 차트에 진입했지만 보다 폭넓은 관객층을 수용해 명절 대목의 이점을 누렸다.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1,2위를 엎치락뒤치락 하던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는 각각 1030만, 866만 관객으로 극장 상영을 마쳤다.


2015년 2월 19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4년 만에 속편으로 찾아온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다시 한번 설날 극장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게 첫 주말 이후 이틀간 밀렸지만, '12세 관람가'에 힘입어 설날 연휴엔 여유롭게 선두 자리를 지키긴 했다. 하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입소문을 타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6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결국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기록을 크게 앞섰다.


2016년 2월 8일

검사외전

쿵푸팬더 3

경이로운 대진운이 불러온 '밸붕'이랄까. <검사외전>이 전편에 비해 인기가 훅 떨어진 <쿵푸팬더 3>를 가볍게 딛고 75%를 넘어서는 점유율로 2016년 설날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안정적인 흥행 파워를 자랑하던 황정민, 강동원 조합이라 충분히 성공이 점쳐지던 영화였지만, 경쟁작의 부재로 극장가를 완전히 독식했다. <데드풀>이 개봉하기 전까지 차트를 장악하는 2주동안 840만명이 <검사외전>을 찾았다.


2017년 1월 28일

공조

더 킹

조인성의 8년 만의 영화 복귀작인 건 물론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시국을 통과하던 있던 시점에 개봉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더 킹>의 우세를 내다봤다. 결과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날 연휴에 접어들며 <공조>가 치고 올라왔고, 점유율도 차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2주 뒤까지 안정적으로 1위를 수성해 780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2월 14일

블랙 팬서

골든 슬럼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시리즈가 이 시즌의 강자라는 걸 증명할 듯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연휴 전 주에 개봉됐고, 절반에 육박하는 점유율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내 큰 벽을 만났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단숨에 마블 히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블랙 팬서>, 강동원을 내세운 추적극 <골든슬럼버>에 밀렸다. <골든슬럼버>가 기대를 밑돌면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과 2,3위를 경쟁했지만, 극명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던 <블랙 팬서>의 독주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블랙 팬서>는 540만 스코어로, 마블 히어로 솔로영화 가운데서도 훌륭한 신고식을 치렀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