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에 따라 자주 보이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들이 있다. 그들의 가치는 차기작의 빈도와 밀도로써 증명되기도 한다. 근래 유독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는 할리우드 배우 10명의 신작을 간단히 정리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박물관은 살아 있다'와 '트와일라잇' 시리즈, <마스터>(2012) 등에 조연으로 참여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린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단숨에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2015년부터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드라마 <미스터 로봇>의 마지막 시즌이 올해 중에 공개되는 것 외에 2019년에 신작을 만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말렉의 새로운 캐릭터는 내년부터 만날 수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오랜만에 아이언맨 수트를 벗고 참여하는 영화 <닥터 두리틀의 여행>에서 '고릴라' 치치 목소리를 맡는다. <트루 디텍티브> 첫 시즌의 감독 캐리 후쿠나가가 연출하는 25번째 '007' 시리즈에서 맹인 악역을 맡는다는 유력한 소문이 돌고 있다.


<아쿠아맨>

앰버 허드

<아쿠아맨>의 히로인 메라 역의 앰버 허드는 새빨간 머리와 온갖 화려한 복장마저도 완벽히 소화하는 미모와 능수능란한 액션을 보여주며 아쿠아맨보다 더 강력하게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두 편의 차기작이 예정돼 있다. 당대 가장 잘 나가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손꼽히는 나빌 엘더킨의 영화 데뷔작 <걸리>와 파리 모델 업계의 밑바닥을 벗어나려는 연인을 그리는 로맨틱스릴러 <런 어웨이 위드 미>다. 불만으로 가득찬 세 명의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걸리>에선 <올 더 머니>(2017)의 J. 폴 게티의 납치 당한 손자를 연기한 찰리 플러머의 어머니 역을 맡는다. 허드의 상대역을 비롯한 <런 어웨이 위드 미>의 출연진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린 북>, <알리타: 배틀 엔젤>

마허샬라 알리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그린 북>, <알리타: 배틀 엔젤> 등 최근 석 달간 한 달에 한 번 꼴로 마허샬라 알리의 각기 다른 연기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달 말 방영을 마친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즌 3 다음으로 출연이 예정된 작품은 SF영화 <사브런>이다. 2016년에 조셉 고든 레빗이 캐스팅 됐다고 알려진 작품이지만, 제작이 밀려 현재는 마허샬라 알리의 출연만 확정됐다. 게다가 짤막한 시놉시스조차 비밀에 부쳐져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2016)의 프로듀서진,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의 작가진이 참여한다는 사실로만 어떤 영화인지 가늠해볼 수밖에.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레베카 퍼거슨

<로그 네이션>(2015)과 <폴 아웃>(2018)에 출연해 톰 크루즈와 함께 '미션 임파서블'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잡은 레베카 퍼거슨. 2021년 여름에 공개될 7번째 시리즈에 일찌감치 출연을 확정지었다. 그 전까지 우리는 퍼거슨의 각기 다른 장르의 신작들을 만날 예정이다.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의 <맨 인 블랙> 리부트에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외계인을 연기한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시리즈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아마 빌런이 아닐까 싶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의 속편 격인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닥터 슬립>과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와 데이비드 린치에 이어 드니 빌뇌브가 영화로 만드는 <듄>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참여한다. <위대한 쇼맨>(2017)에 이어 다시 한번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추는 <레미니센스> 촬영도 앞두고 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엠마 스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2016)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에도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2017)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에 출연해 더욱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올해 안에 만날 스톤의 신작은 10년 만에 돌아오는 <좀비랜드>의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이다. 엠마 스톤,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애비게일 브래슬린 등 4명의 주연배우, 감독 루벤 플레이셔, 각본 작가 렛 리스와 폴 워닉 등 전작의 주역들이 죄다 모였다. 그 다음 작품들의 키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 2>의 여자 주인공 이프의 목소리를 맡고,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속 캐릭터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그릴 <크루엘라>에도 출연한다.


<베놈>

톰 하디

만듦새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놈>(2018)은 세계적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에디 브록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한 톰 하디의 호연 덕이 컸다. 올해는 TV 드라마로 하디를 만나게 된다. <로크>(2013)로 연을 맺은 톰 하디와 스티븐 나이트 감독이 의기투합한 <타부> 시즌 2와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2017년 처음 공개된 <타부>는 2년 만에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되길 내다보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찰스 디킨스의 영원한 고전을 스티븐 나이트가 각색한 작품이다. 전설적인 조폭 알 카포네 역을 맡은 <폰조>는 촬영을 마쳤고, <베놈>과 <매드 맥스> 후속편에도 일찌감치 캐스팅 됐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엘르 패닝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무사히 안착한 엘르 패닝은 1년에 3편 이상씩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고 있다. 장르도, 배경도 저마다 다른 작품들을 경유하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구축 중이다. 우디 앨런의 성추문으로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등 5편의 신작이 예정돼 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앳된 커플의 로맨스를 담은 동명의 베스트셀러(한국어판은 <핀치 & 바이올렛>)를 영화로 옮긴 <올 더 브라이트 플레이스>와 패닝의 아름다움이 다시 한번 만발할 <말레피센트>의 속편은 올해 안에 만날 수 있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부녀를 연기하는, 샐리 포터의 신작 <몰리>는 내년 중 공개된다. 오랜만의 TV 시리즈 출연작 <더 그레이트>에선 18세기 러시아의 여왕 예카테리나 2세 역을 맡아 니콜라스 홀트와 호흡을 맞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티모시 샬라메

2017년 대중과 평단이 고른 찬사를 받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노렸던 티모시 샬라메. 발군의 연기력에 귀티가 물씬한 외모까지 톱스타의 조건을 두루 갖춘 그는 이미 수많은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시대극만 3편. <레이디 버드>(2017)그레티 거윅 감독의 새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는 메릴 스트립,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등 쟁쟁한 여성 배우들 사이에서 그나마 비중 있는 남성 캐릭터 로리 역을 맡았다. 아쟁쿠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왕 헨리 5세를 연기한 <더 킹>도 올해 개봉 예정.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프렌치 디스패치>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인 만큼 명배우들과의 앙상블이 벌써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거기에 <듄> 리부트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까지, 커리어가 하늘을 찌르게 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다.


<블랙 팬서>

루피타 뇽

블랙 팬서

장편 데뷔작 <노예 12년>(2013)으로 오스카를 비롯한 유수의 여우조연상을 휩쓴 루피타 뇽은 '스타워즈' 시리즈, <정글북>(2016), <블랙 팬서>(2018) 등 할리우드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는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순탄한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 <겟 아웃>(2017) 조던 필 감독의 새로운 호러 <어스>, 좀비 때려잡는 뮤지션으로 등장하는 <리틀 몬스터>, 오우삼의 클래식 <첩혈쌍웅> 할리우드 리메이크 모두 루피타 뇽의 차기작이다. 특히 기대되는 작품은 제시카 차스테인,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옹 코티아르, 판빙빙과 함께 할 여성 스파이 영화 <355>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톰 홀랜드

우리의 피터 파커, 톰 홀랜드의 올해 신작은 모두 MCU 작품이다.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거대 프로젝트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그의 두 번째 스파이더맨 솔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바로 그것. 늘 그래왔던 것처럼 허당 같아도 기대한 것 이상을 해내고야 마는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한편 2020년엔 웃음기를 싹 거둔 톰 홀랜드를 만날 수 있다.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를 더그 라이먼이 연출하는 <카오스 워킹>, 2차 세계대전과 60년대 사이를 배경으로 한 <더 데블 올 더 타임> 모두 어두운 톤의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