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에 따라 자주 보이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들이 있다. 그들의 가치는 차기작의 빈도와 밀도로써 증명되기도 한다. 근래 유독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는 할리우드 배우 10명의 신작을 간단히 정리했다.
<로그 네이션>(2015)과 <폴 아웃>(2018)에 출연해 톰 크루즈와 함께 '미션 임파서블'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잡은 레베카 퍼거슨. 2021년 여름에 공개될 7번째 시리즈에 일찌감치 출연을 확정지었다. 그 전까지 우리는 퍼거슨의 각기 다른 장르의 신작들을 만날 예정이다.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의 <맨 인 블랙> 리부트에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외계인을 연기한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시리즈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아마 빌런이 아닐까 싶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의 속편 격인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닥터 슬립>과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와 데이비드 린치에 이어 드니 빌뇌브가 영화로 만드는 <듄>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참여한다. <위대한 쇼맨>(2017)에 이어 다시 한번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추는 <레미니센스> 촬영도 앞두고 있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2016)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에도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2017)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에 출연해 더욱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올해 안에 만날 스톤의 신작은 10년 만에 돌아오는 <좀비랜드>의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이다. 엠마 스톤,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애비게일 브래슬린 등 4명의 주연배우, 감독 루벤 플레이셔, 각본 작가 렛 리스와 폴 워닉 등 전작의 주역들이 죄다 모였다. 그 다음 작품들의 키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 2>의 여자 주인공 이프의 목소리를 맡고,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속 캐릭터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그릴 <크루엘라>에도 출연한다.
만듦새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놈>(2018)은 세계적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에디 브록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한 톰 하디의 호연 덕이 컸다. 올해는 TV 드라마로 하디를 만나게 된다. <로크>(2013)로 연을 맺은 톰 하디와 스티븐 나이트 감독이 의기투합한 <타부> 시즌 2와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2017년 처음 공개된 <타부>는 2년 만에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되길 내다보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찰스 디킨스의 영원한 고전을 스티븐 나이트가 각색한 작품이다. 전설적인 조폭 알 카포네 역을 맡은 <폰조>는 촬영을 마쳤고, <베놈>과 <매드 맥스> 후속편에도 일찌감치 캐스팅 됐다.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무사히 안착한 엘르 패닝은 1년에 3편 이상씩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고 있다. 장르도, 배경도 저마다 다른 작품들을 경유하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구축 중이다. 우디 앨런의 성추문으로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등 5편의 신작이 예정돼 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앳된 커플의 로맨스를 담은 동명의 베스트셀러(한국어판은 <핀치 & 바이올렛>)를 영화로 옮긴 <올 더 브라이트 플레이스>와 패닝의 아름다움이 다시 한번 만발할 <말레피센트>의 속편은 올해 안에 만날 수 있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부녀를 연기하는, 샐리 포터의 신작 <몰리>는 내년 중 공개된다. 오랜만의 TV 시리즈 출연작 <더 그레이트>에선 18세기 러시아의 여왕 예카테리나 2세 역을 맡아 니콜라스 홀트와 호흡을 맞춘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