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스틸컷

류준열의 A to Z가 담겼다는 영화 <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느샌가 관객들의 눈에 들어와 다채로운 인상을 쌓아온 배우 류준열. 알면 알수록 왜 이 배우에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지 훤히 보인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프로페셔널한 모습, 사람 냄새나는 그의 일상까지 모아봤다.


원래 꿈은 교사였다

류준열은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교육자를 꿈꾸며 사범대 진학을 목표로 했고, 재수 시절 불현듯 목표를 선회했다. 밤낮으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너무 졸린 거다. 서서 공부하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류준열은 이때 ‘과연 이게 내 적성에 맞는 건가’ 싶었다. 좀 더 활동적인 일을 고민하던 그에게 영화는 하루 두세 편씩 볼 만큼 좋아하는 분야였고 그렇다면 ‘배우는 어떨까’ 생각했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학생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택했던 교육자의 꿈처럼, 배우가 되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자신이 있었다. 배우가 된다면 선생님은 배역으로도 접할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로 데뷔

클래지콰이 '내게 돌아와' MV 중에서

수원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류준열은 29세에 클래지콰이의 ‘내게 돌아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했다. 연인에게서 도망쳐 달리던 남녀가 발길을 되돌려 연인에게 돌아가는 스토리다. 지금과는 또 다른 류준열의 풋풋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소셜포비아>의 신스틸러, BJ 양게

<소셜포비아> BJ 양게 역의 류준열

장편 영화 데뷔는 익명성에 숨은 정보사회의 폐해를 현실적으로 그린 스릴러 <소셜포비아>를 통해서였다. 류준열은 인터넷 방송 BJ 양게로 변신해 악플러에 공분한 사람들과 ‘현피’(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것) 원정대를 꾸리는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본래 그의 역할은 현피 원정대 중 한 명인 단역에 불과했다고. BJ의 영상을 연구하며 현피를 중계하는 캐릭터를 준비해 간 류준열의 노력으로 <소셜포비아>에 없어선 안될 신스틸러 BJ 양게 캐릭터가 탄생했다.


<응답하라 1988>이 발견한 원석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응답하라 1988>은 류준열의 TV 데뷔작이었다. <소셜포비아>의 무대인사를 본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는 양게를 데려와 오디션을 보게 했다. <응답하라 1988>의 폭발적 인기 이후 공개된 오디션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순발력, 영리함까지 겸비한 류준열의 모습이 담겼다. 즉흥연기를 주문한 PD에게 연기를 시작한 줄도 몰랐을 만큼 빠져들게 만든 자연스러운 즉흥연기를 보여준 류준열은 “지금까지 100여 명 넘게 봐온 자유연기 중에 제일 재밌다”는 찬사를 들었다. 마지막 오디션을 마친 신원호 PD는 그의 손바닥에 ‘원석’이라는 두 글자를 써줬다.

류준열 인스타그램

배우 류준열에게선 신인의 풋풋함보다는 프로페셔널의 침착함이 흘러넘친다. 거기서 오는 여유, 안정감이야말로 관객들이 그에게 믿음과 기대를 거는 이유일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의 츤데레 정환 역으로 팬덤을 만든 이후 드라마 <프로듀사>, <운빨로맨스>를 거치며 주연 배우로 우뚝 성장했다.

(왼쪽부터) <응답하라 1988>, <운빨로맨스>


'열일'하는 배우 류준열

<글로리데이>(왼쪽) /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부지런히 찍었다. 재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 청춘의 한 자락을 연기한 <글로리데이>, 조직폭력배 이미지의 전형을 벗어나 힘을 뺀 <더 킹>, 평범한 광주 토박이 청년의 순수한 얼굴 <택시운전사>,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된 <리틀 포레스트>, 말없이 표현하는 고독과 공허 <독전>,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뺑반> 등 다양한 얼굴들을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이제 류준열은 단독 주연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개봉을 앞둔 <돈>을 통해 류준열은, 만인의 화두인 돈을 좇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신입 주식 브로커로 관객 앞에 나타날 준비를 마쳤다.

<택시 운전사>(왼쪽) / <독전>


타고난 친화력 'bys48'

'byh48'

이제 배우 류준열이 아닌 사람 류준열을 조금 들여다보자. 초반에 언급된 대로, 그는 학생들과 잘 지낼 자신이 있어서 교사를 꿈꾼 데다, 다 함께 하나의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직업인 배우를 택한 사람이다. 사람 좋아하는 사람 류준열에게 친화력은 최고의 재능이다. 함께 작업한 동료 배우들은 언제나 그를 분위기 메이커, 애교 많은 사람으로 꼽을 정도니까. 그래선지 배우들과 친분이 두텁다. <소셜포비아>의 변요한과 <응답하라 1998>의 이동휘, <글로리데이>의 수호, 지수 등의 배우들과는 일명 ‘byh48’이라는 모임도 결성했다. 일본의 아이돌 ‘akb48’에서 본 따 변요한의 이니셜로 만든 이름이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류준열의 인맥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류준열에게 '스폰지밥'이란?

KBS2 '연예가중계' 류준열 인터뷰

관심사도 취미도 많은 류준열. 그는 애니메이션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캐릭터 스폰지밥 덕후로 알려져 있다. 매일 아침 스폰지밥 영상을 켜 놓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밝고 유쾌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스폰지밥의 긍정적인 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네이버 V앱에서 진행한 류준열 채널 방송에서는 그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한국판 스폰지밥 전문 더빙 성우 전태열이 오직 류준열을 위해 “준열아~ 준열아~ 네가 내 광팬이라고 들었어~(후략)”라고 녹음한 음성을 들려준 것. 이때 류준열은 곧바로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성공한 덕후의 모습이다.


소문난 축(구) 덕(후) 류준열이 성덕된 사연?

스내치 유튜브 동영상에서 포착된 류준열

최근 류준열은 영국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내치(snatchy)의 영상에 깜짝 포착됐다. 스내치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런던 거리의 남성에게 다가가 “Would you be my Valentine?(제 연인이 돼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며 하트 모양의 풍선을 건네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이때 소문난 ‘축덕’(축구 덕후)인 류준열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관람하러 영국으로 휴가를 떠났고, 우연히 몰래카메라에 당첨됐다. 놀란 류준열은 갑작스런 고백에도 웃으며 풍선을 받고,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영상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자 스내치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믿을 수 없다”며 “단 몇 초 만에 웃어준 당신의 선택이 놀랍고 대단하다. 이번 기회에 한국 방문을 계획했다”고 소셜 미디어에 남겼다.

류준열이 축구선수 마라도나(왼쪽), 아이마르와 함께 찍은 셀카

류준열은 과거 재수를 하게 된 이유가 축구 게임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응답하라 1998>에서 맡은 정환 역도 축구광 캐릭터였고, 연예인 축구단인 FC MEN에 입단하기도 했다. 각종 해외 원정 경기 관람이 수차례 포착된 것은 물론, FIFA U-20 월드컵 수원 홍보대사에 임명됐던 그는 한국을 찾은 마라도나, 아이마르와 축구 경기를 하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