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해외 무대에 도전해왔다. 이제는 해외 작품들의 크레딧에서 한국 이름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여기 소개된 이들 외에도 많은 영화인들이 있지만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을 각 부문별로 소개한다.
감독 / 박찬욱
<리틀 드러머 걸>
박찬욱 감독이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그것도 BBC 드라마다. 이미 미국에서 영화 <스토커>를 만든 바 있지만 해외 드라마는 처음이다.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플로렌스 퓨, 마이클 섀넌 등이 출연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2018년에 방영했다. 첫 회를 681만 영국 시청자가 함께했다. 해외 비평가들도 박찬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3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된다.
박찬욱 감독은 이 드라마를 위해 약 1년여간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했다. 영화의 배경도 국제적이다.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이다 보니 다양한 나라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실제 로케이션 장소는 영국, 그리스, 체코에서 진행되었다고. 촬영감독 역시 한국인이다. <암살>, <만추> 등의 촬영을 맡았던 김우형 감독이다.
작가 / 김보연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드라마로는 12년 만에 돌아온 <스타 트렉> 시리즈에 한국인 작가가 합류했다. 1966년 방영했던 첫 시리즈 <스타 트렉: 디 오리지널 시리즈> 이래로 한국인 작가는 51년 만에 처음이다. 김보연 작가는 공동 작가 에리카 리폴드와 함께 메인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이미 2015년 미국 드라마 <레인>의 작가를 맡은 바 있다.
김보연 작가의 성장 과정은 독특했다.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녔지만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3년간 여러 나라로 이민을 다녔다. '여자 인디애나 존스'가 되고 싶어서 미국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가 우연히 들은 창작 수업, 시나리오 공모전 2위 당선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귀국해 한국에서 국립극장 번역가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미국 UCLA 영화학교로 유학했고, 작가로 자리 잡았다.
배우 / 배두나, 수현
<센스 8>,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진출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뚜렷한 성과나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쌓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배우만큼은 요즘 국내와 해외에서 핫하다. 배두나는 비교적 초기에 할리우드에 진출한 편이다. 한국인 배우들이 해외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이전부터 일본,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공기 인형>에 출연했으며, 이를 유심히 본 워쇼스키 자매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캐스팅하면서 할리우드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최근 드라마 <센스 8>, <킹덤>에 출연하며 꾸준히 해외 시청자들에게 눈도장 찍고 있다. 최근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판 <보그> 잡지 표지를 장식했다.
수현 역시 최근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에서의 활동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벤져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수현은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다가 국내에서 대학을 다녔다. 한중 슈퍼모델 대회 1위 입상하며 본격적인 연예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국내에서 배우로 데뷔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하며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촬영 감독 / 정정훈
<그것>
1990년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정훈 촬영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스토커>, <아가씨>까지 함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충무로에서 <신세계>까지 촬영 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오다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이후 할리우드에서 활동중이다. (<아가씨> 제외) 해외 무대에서 처음으로 눈에 띈 순간은 <나와 얼과 죽어가는 소녀>가 선댄스영화제 미국 드라마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을 때다. 그는 <스토커> 이후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자극받았다. 여기 소개된 외국 생활에 익숙한 다른 영화인들과 달리 신인의 마음으로 40대 중반에 할리우드행을 선택해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촬영감독으로 촬영한 작품으로는 <그것>, <커런트 워>, <호텔 아르테미스>가 있으며 <좀비랜드 2>도 개봉 예정이다.
모형 제작 및 애니메이터 / 마빈 킴, 박태현, 임승후 등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한국 스태프들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중 최근 각종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을 휩쓴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한국인 제작진들 중 세 명을 소개한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눈여겨 본 관객이라면 간간이 보이는 한국인 스태프들의 이름을 발견했을 것이다.
모형 제작 수퍼바이저(Modeling Supervisor)를 맡은 마빈 킴은 제주에서 태어나 5살까지 부산에서 살았다. 그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여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참여했다. 모형 제작 리드(Modeling lead)를 맡은 박태현 역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마빈 킴과 함께 위 영화들에 참여했다. 임승후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Senior Character Animator)는 한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웹디자인을 시작해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서른셋에 유학길에 올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배웠고 '픽사 클래스' 수업 프로그램을 들으며 게임 애니메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