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함께 통과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기억해보자. 몇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최강 동안들. 그러나 잊지 말자, 어쩌면 이들의 나이가 우리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영화를 통해 관객을 찾은 유명 캐릭터들의 나이를 따져봤다. 이들과 같은 해 태어난 동갑 영화인들도 함께 소개한다.
뽀로로 16세 배우 왕석현과 동갑
이 글에서 다룰 캐릭터 중 가장 어린 캐릭터. 대한민국 육아 왕 뽀통령, 아니 뽀로로의 생일은 2003년 11월 27일이다. 올해로 16살을 맞았다. 중2병이 도질 질풍노도의 시기는 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뽀로로의 생일이라는 2003년 11월 27일은 그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첫 방영일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뽀통령은 영화로도 여러 편 제작돼 큰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났다. 최근 출연작은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전설 속 보물을 찾아 떠난 뽀로로와 그 일행의 모험기를 담았다.
피카츄 23세 배우 톰 홀랜드, 김혜윤과 동갑
피카츄는 1996년 게임 <포켓몬스터 적·녹>에 등장하며 대중과 처음 만났다. 말이라곤 “피카피카”밖에 못할 것 같은 이 조그마한 캐릭터의 나이가 올해로 23살. MCU에서 활약 중인 톰 홀랜드와 젠다야 콜맨, <엑스맨> 세계관에 합류한 안야 테일러 조이, <스카이 캐슬>의 김혜윤과 동갑이다. 애니메이션, 게임 앱에 이르기까지 포맷을 가리지 않고 또래 배우들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카츄는 곧 새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을 찾을 예정이다. <명탐정 피카츄>는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피카츄가 소년 팀 굿맨(저스티스 스미스)와 함께 그의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피카츄의 목소리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다.
코난 25세 배우 배수지, 공명과 동갑
“진실은 언제나 하나!” 코난은 1994년부터 일본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 선데이>에서 연재된 <명탐정 코난>에서부터 등장한 캐릭터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알고 보면 25년의 연륜을 지닌 캐릭터. 공중전화부터 2G 휴대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극 중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시대의 통신 장비가 코난의 세월을 증명해낸다. 코난은 1997년 개봉한 <명탐정 코난: 시계장치의 마천루>를 시작으로 스크린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국내 극장을 찾은 작품은 <명탐정 코난: 전율의 악보>.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12기로 10여 년 전 작품이지만 국내 극장에선 지난 2월 개봉했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음치라 수난을 겪는 코난을 만날 수 있다.
신짱구 29세 배우 김태리, 빌 스카스가드와 동갑
우리가 아는 짱구는 영원한 5살. <짱구는 못말려>는 <명탐정 코난> 속 코난과 같이 세월이 흘러도 캐릭터들이 나이를 먹지 않는 ‘사자에상 시공’ 현상이 반영된 작품이지만, 짱구가 첫 등장한 만화 <크레용 신짱>이 1990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둬보자.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관객을 찾은 짱구는 올해로 29세를 맞이했다. 김태리와 박보영, 할리우드 배우론 빌 스카스가드, 토마스 생스터와 동년생이다.(여담이지만 빌 스카스가드와 토마스 생스터가 동갑이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기도 하다) 1993년 <영화 크레용 신짱: 액션가면 VS 하이구레 마왕>으로 스크린을 찾은 짱구는 2019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잃어버린 히로시~>에 이르기까지 총 27편의 작품으로 극장을 찾았다.
헬로키티 45세 배우 문소리, 신하균과 동갑
일본의 캐릭터 회사 산리오에서 만든 캐릭터, 헬로키티는 1974년생으로 올해로 45세를 맞이했다. 최근 개봉작 <나의 특별한 형제> <배심원들>로 각각 극장을 찾은 배우 신하균, 문소리와 동갑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동전지갑에 그려진 고양이 캐릭터에 불과했으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듬해 ‘헬로키티’란 이름을 얻은 이 캐릭터는 이후 몇 편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알고 보면 헬로키티는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를 의인화한 캐릭터라고. 국적은 영국으로 런던에 거주 중이며 애완동물로 고양이 챠미 키티를 기르고 있는 중년 여성인 셈이다. 올해 3월, 워너브러더스는 산리오와 함께 “헬로키티를 영화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사일지 애니메이션일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호빵맨 50세 배우 엄정화, 김원해와 동갑
호빵맨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지기 이전, 야나세 타카시가 연재하던 동화에 먼저 등장한 캐릭터다. 1969년 동화 속에 등장하는 호빵맨은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빵을 나눠주는 중년의 히어로였다고.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개발되며 단팥빵(우리나라에선 호빵맨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의 제목은 앙팡(단팥빵)맨이다) 모습을 한 히어로가 탄생했다. 제 머리를 떼어주면서 남을 지키는 희생의 아이콘, 호빵맨의 나이는 올해로 50살. 이제야 원작 동화 속에 등장했던 중년 히어로의 나이가 된 듯하다. 1988년부터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날아라 호빵맨>은 현재까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남아있다. 방영되는 동안 2천 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등장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작품. 꾸준히 극장판이 제작되고 있으며, 2019년 6월 신작 <날아라! 호빵맨 얼음나라 바닐라 공주>가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스누피 69세 배우 빌 머레이와 동갑
스누피는 찰스 M. 술츠가 1950년부터 신문에 연재했던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강아지 캐릭터다. 1950년에 등장했으니 올해로 69세를 맞았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긴 세월 동안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캐릭터. 연재 초반엔 사족보행을 하는 강아지에 불과했으나, 1960년대부턴 이족보행을 하기 시작했고 대사와 비중이 늘어나며 주인공 찰리 브라운보다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스누피 역시 2015년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를 통해 스크린에 입성했다. 원제는 애니메이션 이름을 따라 <더 피너츠 무비>(The Peanuts Movie)지만, 국내에선 스누피의 인기에 기대 제목 앞에 스누피의 이름을 덧붙였다.
무민 76세 배우 임현식, 박인환과 동갑
겉으로 봐선 귀엽기만 한 무민 역시 어르신이다. 원작 작가 토베 얀손(1914-2001)의 어린 시절 연습장에서부터 함께했던 캐릭터 무민은 1943년 핀란드의 잡지 <GARM>에 실린 토베 얀손의 삽화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1945년 소설로 발표되며 정식 데뷔를 치렀고, 1952년엔 만화로 연재되었으며, 1972년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영화로 제작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 무민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이름 역시 놓치지 말자. 2010년엔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무민을 연기했고, 2017년 제작된 <겨울왕국의 무민>에선 빌 스카스가드가 무민을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무민의 아버지인 무민 파파의 목소리를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영국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무민 밸리>(MoominValley)에선 <킹스맨> 시리즈의 태런 에저튼이 무민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미키 마우스 91세 고 아녜스 바르다 감독과 동갑
디즈니의 상징! 미키 마우스는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정신나간 비행기>를 통해 스크린에 첫 등장했다. 미키 마우스의 생일은 1928년 11월 18일인데, 이는 그의 세 번째 출연작 <증기선 윌리>의 개봉일이다. 역사상 첫 유성 애니메이션으로 남은 <증기선 윌리>는 미키 마우스를 디즈니의 상징으로 굳힌 작품이다. 휘 휘↘휘↗휘- 휘파람을 불며 배의 핸들을 돌리는 미키 마우스를 만날 수 있는 작품.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작품의 오프닝에서 볼 수 있는 그 미키를 탄생시킨 작품이다. 올해로 91살을 맞은 미키 마우스는 2018년 자신의 90살 생일을 맞이해 서울을 방문해 인천공항을 비롯한 여러 스폿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90살 치고 매우 정정하신 모습이 눈에 띈다.
곰돌이 푸 93세 배우 고 마릴린 먼로와 동갑
명언 제조기! 곰돌이 푸는 미키 마우스의 선배다. 디즈니의 1977년작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모험>을 통해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캐릭터지만 그 이전에 소설이 있었다. <곰돌이 푸의 모험>은 A.A. 밀른이 1926년에 발표한 동화 <위니 더 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A.A. 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지고 놀던 봉제 인형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쓴 동화. 디즈니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곰돌이 푸는 2011년 개봉한 후속편 <곰돌이 푸>로 34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 2018년엔 어른이 된 로빈과 곰돌이 푸가 재회한 내용을 담은 실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개봉하기도 했다.
베카신 114세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초록 원피스, 하얀 두건을 두른 베카신은 100년 넘게 사랑받은 프랑스의 국민 캐릭터다. 프랑스 최초 여성 주인공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만화 <땡땡의 모험> 그림체의 시초라는 점도 놀랍다. 베카신은 1905년 화가 조셉 팽숑의 손에서 탄생했다. 처음엔 잡지 <쉬제트의 일주일>에서 펑크 난 원고를 대체하기 위한 만화였지만, 곧바로 인기를 얻은 베카신은 몇 십년간 연재되었고 30여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20세기 초 유럽의 문화, 역사와 주인공 베카신의 사랑스러움이 고루 담긴 작품. 베카신 역시 영화로 제작돼 최근 국내 스크린을 찾았다. 실사 베카신을 만날 수 있는 영화 <베카신!>은 긍정왕 베카신이 꿈의 도시 파리로 향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원작의 감성을 살린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