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했던 늦봄을 지나 곧 무더운 여름이 온다. 문 밖으로 한 발자국만 걸어 나가도 달라붙는 눅눅한 공기에 숨이 막히고, 자연스레 떨어지는 식욕은 덤이다. 유독 여름만 되면 입맛이 없는 건 왜인지. 에어컨도 좋은 처방이지만, 그보다 더 효과가 좋은 처방이 있다. 맛있는 요리들이 잔뜩 들어있는 영화 한 편을 골라 보는 것! 영화가 끝날 때 쯤, 집나갔던 식욕이 어느새 돌아와 굶주린 배를 노크하고 있을 것이다. 양식, 한식, 일식 다양하게 준비했으니 입맛에 따라 골라보시길! 꿀팁이라면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선풍기가 돌아가는 잔잔한 소리와 함께 보길 바란다. 더운 공기에 짜증났던 마음이 한층 평온해지면서 더위도 가실테니 말이다. 아래 소개할 영화들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메리칸 셰프 Chef , 2014

감독 존 파브로 / 코미디 / 15세 관람가 / 114분

출연 존 파브로, 소피아 베르가라, 엠제이 안소니,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바로보기

‘절대 빈속으로 보지 말 것’. <아메리칸 셰프>를 본 해외 언론의 한 줄 평이다. 일류 레스토랑에서 헤드 셰프로 일하던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레스토랑 오너의 강압적인 메뉴 고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방문한 유명 음식 평론가가 음식을 먹고 남긴 혹평에 화를 참지 못하고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문제는 메시지가 공개였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된다.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칼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요리를 하기로 결심하고,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을 열게 된다. <아이언 맨> 감독이자 영화 속 해피 역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존 파브로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영화. 덕분에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주연급의 조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요리! 아들에게 만들어주는 치즈 토스트나, 푸드트럭에서 제조하는 쿠바 샌드위치, 레스토랑에서 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음식을 마음껏 요리하는 장면들의 조합은 그야말로 침샘을 폭발하게 만들 것.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볼 때 빈속으로 보는 건 절대 금물이다.


더 셰프 Burnt , 2015

감독 존 웰스 /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01분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오마 사이, 엠마 톰슨 ▶바로보기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점마다 별을 매기기로 유명하다. 2스타 이상을 수여한 레스토랑이 얻는 유명세는 어마어마하다고. 미슐랭 2스타를 받은 프랑스 최고의 셰프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는 자신의 강박 증세를 이기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슬럼프를 이기기 위해 그가 택한 건 한계를 극복하는 것. 미슐랭 3스타를 받기 위해 아담은 각 분야 최고의 셰프들을 불러 모은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레스토랑까지 지원해준 친구 토니(다니엘 브륄)까지 가세해 레스토랑의 문을 연 아담. 그런데 첫 시작이 어째 불안하기만 하다. 영화 <더 셰프>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치열한 주방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소개할 영화들 중 음식들의 퀄리티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개봉 당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며 이른바 ‘꿀잼 영화’로 이름을 알렸다. 흔히 먹어볼 수 없는 요리들을 보는 재미, 브래들리 쿠퍼의 불어 연기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 2006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 코미디, 드라마 / 전체 관람가 / 102분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타르자 마르쿠스, 모타이 마사코 ▶바로보기

요리 영화하면 일본! <심야식당>, <해피해피 브레드>, <남극의 셰프> 등 이번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를 전부 일본 영화로도 채울 수 있을 만큼 일본에서 제작된 요리 영화는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오늘 추천할 영화는 <카모메 식당>이다. 핀란드 헬싱키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그런데 주인이 핀란드인이 아닌 일본인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다? 낯선 주인 때문인지 가게를 오픈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손님이 오지 않지만 사치에는 매일 음식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만화 매니아 토미(자코 니에미), 정겨운 세 할머니 등 손님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카모메 식당엔 정겨운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카모메 식당>은 사치에의 일상과 손님들의 사연으로 채워진 이야기다.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따뜻한 커피와 시나몬 빵 등 맛있는 요리로 맞이해주는 사치에. 작디작은 가게에서 손님들이 갖고 나가는 건 부른 배와 따스한 위로다. 조금 덥더라도 동네로 걸어 나가 나만의 카모메 식당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사치에와 같은 주인이 맛있는 음식으로 언제든 반겨줄 테니.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 2018

감독 임순례 / 드라마 / 전체 관람가 / 103분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바로보기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연애는 제대로 되지 않고… 도시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혜원(김태리)는 도시에서의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며칠 뒤에 간다는 말도 잠시, 혜원은 그곳에서 일 년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혜원의 고향 생활엔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가 함께 한다. 그곳에서 혜원은 외면하고 있었던 편지를 숨겨두고 홀연히 떠난 엄마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리틀 포레스트>엔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할 한식들이 잔뜩 등장한다. 계란 샌드위치, 배추전, 떡볶이, 아카시아꽃 튀김, 콩국수, 밤 조림, 막걸리 등 변해가는 계절과 어울리는 음식들은 없던 식욕까지 샘솟게 만들 것. 음식들이 돋보이는 연출과 영상미 또한 일품이어서 더운 여름에 틀어놓고 잔잔하게 보기 좋은 힐링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김태리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황해 The Yellow Sea , 2010

감독 나홍진 / 범죄,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156분

출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곽도원 ▶바로보기

식욕을 돋우는 화려한 색감의 음식들을 보다 삭막한 색감의 <황해>가 나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 나간 식욕을 돌아오게 하는데 하정우 먹방만큼 강력한 먹방 영화는 없다. 크림빵을 세로로 욱여넣는 <범죄와의 전쟁>도 좋지만, 하정우 먹방의 레전드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다. 오죽했으면 ‘영화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하정우 먹방만 남았다’는 평들이 있을 정도.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잔인한 장면들이 들어있어 식욕을 떨어지게 할 수도 있지만, 먹방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바로 식욕이 회복될 정도다. 3일을 굶다 허겁지겁 먹는 국밥, 애드리브로 빚어진 김 먹방, 어묵, 총각김치, 감자 등 하정우 먹방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은 영화. 김과 함께 레전드로 남은 편의점 먹방도 빼놓을 수 없다. 핫바를 먹으며 편의점을 걸어 나오는 하정우를 보면 홀린 듯이 지갑을 챙겨 편의점으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가 개봉한 후, 편의점에서 하정우가 먹은 신라면 큰 사발과 의성 마늘 후랑크 소세지 조합이 ‘황해 정식’이 되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