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이티드>는 7월 18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Synopsis

사고사로 종결된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지점을 발견한 형사 에버(모니카 발사이). 의문을 제기해 보지만 동료 경찰들은 끝난 사건을 헤집는다며 그녀를 비난한다. 함께 형사로 일했던 남편 가보르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연 권총 자살을 했다. 딸 커티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하고, 모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아파트 때문에 90일 뒤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남편의 사망 현장이 트라우마로 남은 에버는 사건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공황 발작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녀는 중요한 단서를 눈썰미 있게 포착해내는 유능한 형사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망 사건에서 미심쩍은 연관성을 발견한 에버는 지방에서 올라온 동료 형사 페테르(졸탄 쉬미드)와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유능한 형사의 트라우마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에버는 동물적인 감각의 추리력을 보여준다. 그녀가 처음 주목한 사건은 브레이크 풀린 자가용에 깔려 사망한 남자다. 모두가 사고사라며 입을 모았지만, 에버는 시신에서 발견한 흔적에서 사건의 비밀을 발견한다. 목이 매달린 한 노인의 사망이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장면에서도 놀랄만한 디테일을 선보인다.

기쁜 일이라곤 일어나지 않는 <익스플로이티드>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에버의 비범한 촉은 관객들로 하여금 일말의 짜릿함을 안긴다. 그러나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임박한 출산)에 지옥(남편의 자살 현장)을 경험하고 만 그녀의 트라우마가 수사를 거듭 방해한다.


위장된 연쇄 살인

에버의 추측은 옳았다. 지금까지 자살 혹은 사고사로 결론 내린 많은 사건들의 연결 고리가 발견된다. 범인은 각 사건의 현장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프린트해 숨겨 두었다. 다섯 건의 사건에서 발견된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지식인들의 배신 / 둘, 부패 / 셋,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정치권력을 이용하다 / 넷, 외국인 혐오, 집시와 유대인을 혐오하도록 조장하다 / 다섯, 해외 이전과 나쁜 민영화. 누가 봐도 권력에 저항하는 단체의 메시지다. 동일한 내용을 포함한 '정치적 배신 6가지'라는 제목의 글이 어느 블로그에서 발견되고, '익스플로이티드'(Exploited)라는 이름의 반정부 단체가 연쇄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살인의 배후는 누구인가

에버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익스플로이티드>는 동시간대 발생하고 있는 살인의 현장을 교차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미 초장부터 영화는 피의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피의자와 피해자의 정체도, 내막도 알지 못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목격한 피의자가 아닌, 진짜 범인의 몸체가 누구인가에 대해 호기심의 끈을 놓을 수 없어진다.


회의와 불신을 바탕으로

<익스플로이티드>는 아름다운 환상만을 보고자 하는 관객보다, 지독한 허탈감이라도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유난히 이 영화에는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부감이 많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매여 고뇌하는 형사의 모습 뒤에 펼쳐진 부감은 사건을 조종하는 거대한 세력에 대한 암시처럼 보인다. 더구나 대부분 뒤집힌 상태로 존재하는 부감은 거꾸로 뒤집어진 세상을 말하는 은유나 다름없다.


<리자의 달콤, 살벌한 연애>

헝가리 유망 감독, 유즈 메스자로스 카롤리

전작 <리자의 달콤, 살벌한 연애>에서는 발랄한 일본풍의 코미디를 접목시킨 독특한 연애물을 보여준 감독 유즈 메스자로스 카롤리다.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 <익스플로이티드>가 이토록 건조한 정서의 수사물이라는 점이 기묘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리자의 달콤, 살벌한 연애> 역시 가벼운 표현 방식을 취했을 뿐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잔혹 코미디였다. <리자의 달콤, 살벌한 연애>는 제43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익스플로이티드>는 제39회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두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모니카 발사이를 눈여겨봐도 좋다. 그녀는 헝가리의 주목받는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의 <주피터스 문>, 라즐로 네메스의 <선셋>에도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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