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에 이르는 여름방학, 휴가 시즌은 설날, 추석과 함께 한국 극장가의 대목으로 손꼽힌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한국의 거대 배급사는 이 특수를 노려 '장사가 잘될 만한' 영화를 개봉시켜 흥행 극대화를 꾀한다. 2010년대 들어 이 시즌에 개봉한 작품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연대별로 정리했다.


* 2011년 *

고지전 (7월 20일, 쇼박스)

(7월 20일, CJ)

7광구 (8월 4일, CJ)

최종병기 활 (8월 10일, 롯데)

블라인드 (8월 10일, NEW)

2011년 여름방학 시즌을 여는 한국영화는 <고지전>과 <퀵>이었다. 그러나 제작비 100억 원을 웃도는 두 영화 모두 전주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개봉주엔 평단의 반응이 좋았던 <고지전>이 <퀵>보다 우세했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가 3위로 내려오면서 <퀵>이 <고지전>을 소폭 차로 앞질렀다. 한편 CJ는 <퀵>에 이어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의 또 다른 영화 <7광구>를 8월 1주차에 개봉시켰다. 완성도를 두고 쏟아지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7광구>가 개봉주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그 다음주 <최종병기 활>이 개봉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4주차까지 선두를 지켜 740만 명 이상의 최종스코어를 기록했다. 한편, <최종병기 활>과 같은 날 개봉한 <블라인드>도 오랫동안 상위권을 사수해 236만 관객을 만났다.


* 2012년 *

연가시 (7월 5일, CJ)

도둑들 (7월 25일, 쇼박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8월 8일, NEW)

나는 왕이로소이다 (8월 8일, 롯데)

7월 중반에 개봉하는 <5백만불의 사나이> 때문이었을까. CJ는 재난영화 <연가시>를 7월 초에 개봉시켜 일찌감치 여름방학 성수기 시장을 열었고,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하기 전까지 2주간 차트 선두에 있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1주 천하에 그치게 한 건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이정재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관객들을 불러들여 근 한 달만에 천만 관객을 넘겼다. <과속스캔들>(2008)과 <헬로우 고스트>(2010)를 연달아 성공시킨 차태현 주연의 새로운 코미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3주 전 개봉한 <도둑들>을 바짝 뒤쫓아, 같은 날 개봉한 또 다른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철저히 묻히는 사이, 500만에 육박하는 쌍끌이 흥행의 수혜자가 됐다.


* 2013년 *

감시자들 (7월 3일, NEW)

미스터 고 (7월 17일, 쇼박스)

더 테러 라이브 (7월 31일, 롯데)

설국열차 (8월 1일, CJ)

숨바꼭질 (8월 14일, NEW)

2013년 여름 극장가 경쟁 구도는 명확해 보였다. 데뷔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며 충무로의 흥행 감독으로 떠오른 김용화 감독이 첨단의 CG 기술을 동원해 만든 <미스터 고>와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역대 최고의 제작비로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의 대결. 하지만 7월 중순 개봉한 <미스터 고>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든 <감시자들>에도 밀려 근근이 130만 명을 동원하는 데에 그쳐야 만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 여름 극장가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쌍끌이 흥행으로 정리됐다. <설국열차>는 예상대로 무섭게 관객들을 빨아들였고, 거의 하정우의 원맨쇼에 가까운 형식에 흥행 감독의 작품도 아니었던 <더 테러 라이브>도 배우의 호연과 몰입도 있는 연출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한편, NEW는 7월 초 개봉한 <감시자들>과 8월 말 개봉한 <숨바꼭질>이 모두 550만 명이 넘는 쾌거를 이뤘다.


* 2014년 *

군도: 민란의 시대 (7월 23일, 쇼박스)

명량 (7월 30일, CJ)

해적: 바다로 간 산적 (8월 6일, 롯데)

해무 (8월 13일, NEW)

<군도: 민란의 시대>의 초반 페이스는 무시무시했다. 첫날에 50만 명을 동원했고, 개봉 5일 차인 일요일까지 3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다음주 개봉한 <명량>에 완전히 휩쓸렸고, 같은 날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 2>에도 밀렸다. 한국인이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이순신을 소재로 한 <명량>은, 어느 정도 흥행의 궤도에 올랐을 시에 움직이는 중노년층까지 일찌감치 극장으로 불러모아 개봉 12일 만에 천만영화가 됐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명량>을 곧장 선두에서 끌어내리진 못했지만 (<명량>이 무려 1500만 명을 동원한) 3주차에 드디어 1위를 차지해 866만 명을 최종스코어로 극장 상영을 마쳤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김윤석, 이희준, 한예리, 문성근, 박유천 등의 호연이 돋보였던 <해무>는 여러 화제 요소에도 불구하고 <명량>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단 하루도 꺾지 못했다. 세 작품 모두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렇게 희비가 갈렸다.


* 2015년 *

암살 (7월 22일, 쇼박스)

베테랑 (8월 5일, CJ)

협녀, 칼의 기억 (8월 13일, 롯데)

뷰티 인사이드 (8월 20일, NEW)

2015년 여름방학 성수기는 천만영화를 두 개나 배출한 시즌이었다. <도둑들>에 이어 캐스팅에 힘을 싣고 일제강점기의 독립 투사들의 작전을 그린 <암살>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견제를 제외하면) 꽤 순조로운 분위기 아래 최동훈 감독에게 첫 ‘쌍천만 감독’의 타이틀을 선사했다. <암살>의 기운이 한풀 꺾인 3주차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흥행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마블의 <앤트맨>이 개봉하기까지 한 달 동안 내내 1위를 지켰고, 그 사이에만 11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병헌, 전도연이 무협영화에 도전해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협녀, 칼의 기억>은 <베테랑>,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도 밀려 4위로 차트에 오른 뒤 계속 내리막을 걸었고, 한 주 뒤 개봉해 2015년 여름 시즌에 가장 존재감이 작았던 <뷰티 인사이드>의 흥행 수치 1/4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 2016년 *

부산행 (7월 20일, NEW)

인천상륙작전 (7월 27일, CJ)

덕혜옹주 (8월 3일, 롯데)

터널 (8월 10일, 쇼박스)

모두가 웃었다. 2016년은 4대 배급사의 여름방학 대작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부 좋은 성적을 거둔 해였다. 유료 시사라는 명목의 변칙 개봉을 감행한 <부산행>은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좀비마냥 빠른 기세로 스코어를 올려 19일(사실상 22일) 만에 천만영화 반열에 올랐다. 첫 주말 이틀에만 240만 명이 좀비가 습격한 서울의 지옥도를 관람했다. 바로 다음주에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이 ‘국뽕’ 논란에도 불구하고(혹은 그에 힘입어) <부산행>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두 영화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양상이 펼쳐졌다. 주인공 덕혜옹주에 관한 역사왜곡에 대한 지적이 따랐던 <덕혜옹주>는 개봉 3일째에 <인천상륙작전>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딛고 1위에 올랐고, 하정우 주연의 재난영화 <터널>에 선두를 내준 후에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 2017년 *

군함도 (7월 26일, CJ)

택시운전사 (8월 2일, 쇼박스)

청년경찰 (8월 9일, 롯데)

장산범 (8월 17일, NEW)

2017년 여름 시즌을 향한 관심은,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한창 주가를 달리던 송중기와 황정민을 기용해 220억원을 투자해 만든 <군함도>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울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천만은 물론 2천만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솔찬히 들렸다. 하지만 역사 왜곡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 <군함도>는 주말도 아닌 개봉 첫 날에만 97만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드롭율을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인 80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으로 극장 상영을 마쳤다. 수혜는 한 주 늦게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누렸다. <변호인>의 송강호가 다시 한번 한국 현대사의 얼굴이 된 <택시운전사>는 12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아주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갖춰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은 성공을 보장한다는 속설을 증명했다. 한창 더운 날씨에 무거운 역사물이 연달아 개봉하는 건 역시 부담스러웠던 걸까, 상대적으로 가벼운 (여혐적인 요소가 짙다는 논란도 일었던) 코미디인 <청년경찰>에도 꽤 많은 관객이 몰렸다. <숨바꼭질>로 데뷔에 성공한 허정 감독의 새로운 호러 영화 <장산범>은 130만 명을 동원하는 데에 그쳤다.


* 2018년 *

인랑 (7월 25일, 워너브러더스)

신과함께-인과 연 (8월 1일, 롯데)

공작 (8월 8일, CJ)

목격자 (8월 15일, NEW)

이변은 2018년 여름에도 일어났다.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강동원을 내세워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 리메이크에 도전한 <인랑>은 일찌감치 흥행작으로 점쳐졌지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크게 밀린 채 차트에 올라 100만 관객도 만나지 못한 채 극장가에서 내려왔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배급한 롯데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이미 지난 겨울에 1400만 명을 넘긴 1편에 이어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 역시 무리 없이 천만을 넘겨, 김용화 감독은 최동훈, 윤제균에 이어 ‘쌍천만 감독’의 타이틀을 얻었다. 순제작비만 165억을 투입한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개봉 3주차까지 꾸준히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며 손익분기점을 살짝 웃도는 성적을 거두었다. <공작>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한 이성민의 또 다른 주연작 <목격자>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2019년 *

나랏말싸미 (7월 24일, 메가박스)

엑시트 (7월 31일, CJ)

사자 (7월 31일, 롯데)

봉오동전투 (8월 7일, 쇼박스)

2019년 여름 극장가 대전은 <나랏말싸미>가 열었다.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하고 고(故)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이 꽤 화제가 됐던 영화였지만, 신미대사(박해일)가 훈민정음 창제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는 줄거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면서 관객의 냉대를 맞닥뜨려야 했다. 7월 마지막날엔 한국형 재난 코미디 <엑시트>와 엑소시즘과 슈퍼히어로를 결합한 <사자>가 맞붙었다. ‘문화가 있는 날’인 개봉 첫날엔 <엑시트>가 49만, <사자>가 38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게가 <엑시트>에 쏠리면서 첫 주말 이틀엔 156만, 44만 관객의 격차로 벌어졌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특수 삼아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점쳐졌던 <봉오동 전투>는 한 주 먼저 개봉한 <엑시트>와 그리 크지 않은 격차로 1,2위를 다투었다. 2주 차엔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에 선두를 내주고, <엑시트>를 소폭 앞서고 있다. (8월 14일 기준)


문동명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