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도일출은 원작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이름과 천부적인 재능, 대학생이었다가 도박판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설정 정도만 비슷하고 다 다르다. 오래전 만화다 보니 현재로 설정을 가져오기에 제약이 많았다. 그렇다고 만화보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웃음)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똑같다” 이런 대사들이 대한민국 청년의 현실을 자조 섞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도일출이 공시생이고 흙수저에 가까운 인물은 맞다. 주변에 금수저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은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현실에 열등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도박을 잘하면 고시 합격해서 받는 월급보다 버는 돈이 많으니 이 판이 현실보다 더 공정하다는 일종의 푸념 같은 거다. 그렇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는 아니다.
-다른 배역 중 탐나는 배역이 있었나.
=이광수 배우가 연기한 ‘까치’다.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다. 페이소스도 갖고 있으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마 이광수, 임지연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기다리게 될 거다.
-류승범 배우를 ‘지금 시점에 꼭 만나야 할 멘토’라 말했는데.
=제 또래 배우들 중에 류승범 배우의 작품 대사 한번 안 따라 해본 사람들이 없을 거다. 평범한 대사도 명대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나처럼 학교 다닐 때 평범했던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그 사람을 동경하게 된다. 처음 봤을 때 너무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람이었다. 예전에 <품행 제로>(2002),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에서 봤던 류승범이 아닌 거다. (웃음) 만나서 얘기해보면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고 지쳐갈 때였다. 어느 날 툭 던진 말이 있다.
“슬슬 오지?”
이 말을 듣고 심장이 쿵 하더라. 어떻게 알았지 하고.
“하기 싫을 땐 하기 싫다고 얘기해도 된다.”
본인이 겪은 얘기들을 들려주니 큰 힘이 됐다. 내가 지금 이 시기에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 힘을 얻었구나 생각했다.
-연기자로서의 긴 호흡에 대한 것 같다.
=자기가 겪은 시행착오와 내 나이에 겪은 감정들을 이야기해주며 앞으로 영화를 하면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