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플로테이션의 전설적인 여성 배우 팸 그리어를 위한 영화 <재키 브라운>을 발표한 쿠엔틴 타란티노는 6년 만에 신작 <킬 빌>을 내놓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킬 빌> 역시 한 명의 여성 캐릭터를 원동 삼아 작동하는 영화다. 타란티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긴 <펄프 픽션>에서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남긴 우마 서먼이 주인공 블랙 맘바/더 브라이드에 캐스팅 됐다. 브라이드는 한때 최고의 킬러였지만 보스인 빌이 아닌 다른 이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총을 맞고 4년 만에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복수를 다짐한다. 온갖 무술영화에 오마주를 바친 영화답게 정교한 액션들이 펼쳐지는데, 우마 서먼은 1편에선 사무라이 검으로 적들을 베어나가고, 2편에선 쿵푸로써 복수의 종착지를 향해 간다. <킬 빌>의 여정은 복수를 위한 길인 한편, 뱃속에 품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딸을 품에 안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서먼의 존재는 비단 쭉쭉 뻗은 몸으로 무술을 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붙이를 향한 모성애를 담아내는 데에서도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