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의 원작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에는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하네요.

유해진의 단독 주연 영화 <럭키>가 10월13일 개봉합니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킬러 형욱(유해진)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며 기억을 잃어버립니다. 무명배우 재성(이준)은 기억을 잃은 형욱을 보고 목욕탕 키를 바꾸고 도망갑니다. 형욱은 자신이 무명배우라고 생각하게 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생의 반전을 그린 <럭키>는 알고 보니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습니다.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같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일본판 <링>
감독 나카타 히데오 출연 마츠시마 나나코, 나카타니 미키, 사나다 히로유키 개봉 1998년 일본 흥행 수입 10억엔 국내 관객수 서울 56,983명
한국판 <링>
감독 김동빈 출연 신은경, 정진영, 김창완 개봉 1999년 관객수 서울 332,354명
일본 공포영화의 대명사 <링> 다 아시죠? 한국에서 리메이크 했습니다. 당시 정말 잘나가던 신은경이 출연한 이 영화는 서울 관객 33만명을 모았군요. 그럭저럭 나쁜 성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동빈 감독은 <링> 이후 <레드 아이>(2004), <두 개의 달>(2012) 등 공포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원작에 비해 완성도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씨네21>에 실린 박평식 평론가의 20자평을 소개합니다. “완전히 이해하려면 초능력이 필요하다 ★★☆” 이 영화는 배두나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어떤 역할이냐면요. 브라운관에서… 여기까지! 2003년 미국판 <링>도 국내 개봉했네요.

한국판 <링>과 일본판 <링> 비교.

일본판 <비밀의 화원>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니시다 나오미, 리쥬 고 개봉 1996년
한국판 <산전수전>
감독 구임서 출연 김규리 개봉 1999년 관객수 서울 15,844명
<산전수전>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여고괴담>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김규리를 좋아했거든요. <산전수전>은 돈을 좋아해 은행에 취직한 아현(김규리)이 주인공입니다. 아현은 은행 강도 인질이 됐다가 구출된 뒤 사라진 현금 5억원이 든 돈가방을 찾으러 나섭니다. 그러면서 제목처럼 산전수전을 겪습니다. 비록 흥행에 실패한 영화지만 한때 김규리의 팬으로서 감히 말씀드리면 원작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 사키코를 연기한 니시다 나오미보다 김규리가 더 예쁩니다. 원작 <비밀의 화원>을 봐야 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워터 보이즈>(2001), <스윙걸즈>(2004) 등으로 유명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초기작이라는 점입니다.

<산전수전>과 <비밀의 화원>. 돈을 좋아하는 주인공을 연기한 김규리(왼쪽)와 니시다 나오미.

일본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오오사와 카카오, 시바사키 코우, 나가사와 마사미 개봉 2004년 일본 흥행 수익 85억엔(역대 14위). 국내 관객수 428,202명
한국판 <파랑주의보>
감독 전윤수 출연 차태현, 송혜교 개봉 2005년 관객수 328,538명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많이 아실 겁니다. 송혜교의 영화 데뷔작인 <파랑주의보>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건 잘 모르셨죠?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봤지만 <파랑주의보>는 못 봤거든요. 2005년 개봉한 <파랑주의보>는 32만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리메이크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작의 힘이 너무 셌던 걸까요. 차태현과 송혜교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파랑주의보>(왼쪽)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출연한 송혜교와 나가사와 마사미가 눈에 뜁니다.

일본판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감독 나루시마 이주루 출연 오카다 준이치, 츠츠미 신이치 개봉 2005년 일본 흥행 수익 5억엔
한국판 <플라이 대디>
감독 최종태 출연 이문식, 이준기 개봉 2006년 관객수 510,604명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을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GO>라는 소설과 영화도 좋아했습니다. 물론 <플라이 대디>도 같은 이유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판과 한국판을 굳이 비교해본다면 오카다 준이치 대 이준기의 대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일 꽃미남 대결이라고 봐도 괜찮겠죠. 이준기는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출연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문식의 연기가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네이버 네티즌 평가는 썩 좋지 못하군요.

<플라이 대디>의 이준기(왼쪽)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오카다 준이치.

일본판 <샤란Q의 엔카의 꽃길>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비토 이사오, 하기와라 마사토 개봉 1997년
한국판 <복면달호>
감독 김상찬, 김현수 출연 차태현, 임채무, 이소연 개봉 2007년 관객수 1,611,192명
이경규가 MBC 예능 <복면가왕>의 컨셉이 <복면달호>와 같다고 방송에서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면 <복면달호>도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애매합니다. <복수혈전> 이후 이경규가 절치부심하여 제작한 <복면달호>는 괜찮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원작 <샤란Q의 엔카의 꽃길>을 본 사람은 저를 포함해 국내에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오사카 출신의 록 밴드 보컬인 주인공이 도쿄에 가서 복면을 쓴 엔카 가수 ‘복면 타로’가 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샤란Q라는 실제로 활동하는 밴드의 멤버 ‘층쿠’가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사무라이 픽션>의 타키타 요지로 작품입니다.

<복면달호>(왼쪽)와 <샤란Q의 엔카의 꽃길>.

일본판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감독 하기니와 사다아키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이시바시 렌지 개봉 1991년
한국판 <바르게 살자>
감독 라희찬 출연 정재영, 손병호 개봉 2007년 관객수 2,190,250명
장진이 제작한 영화 <바르게 살자> 역시 일본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라희찬 감독은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비록 연출을 하지 않았어도 <바르게 살자>는 장진의 그늘이 많이 드리운 영화인 걸로 기억합니다. 장진의 유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배꼽 잡고 보셨겠죠. 정재영이 연기한 꽉 막힌 성격의 순경 정도만이 웃음 폭탄이었습니다.

<바르게 살자>(왼쪽)와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주인공의 복장이 비슷합니다.

일본판 <남쪽으로 튀어>
감독 모리타 요시미츠 출연 토요카와 에츠시, 아마미 유키, 타나베 슈토 개봉 2007년 일본 흥행 수입 1억9천만엔
한국판 <남쪽으로 튀어>
감독 임순례 출연 김윤석, 오연수, 한예리 개봉 2012년 관객수 832,894명
한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도 열심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덕분에 <남쪽으로 튀어>의 한·일 버전의 영화를 모두 봤습니다. 한국판에 기대가 컸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김윤석, 오연수 배우와 감독 임순례를 믿었는데 일본색을 빼면서 어딘가 부족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핫한 한예리가 첫째 딸 민주로 출연했었군요.

무정부주의자 아버지를 연기한 김윤석(왼쪽)과 토요카와 에츠시.

일본판 <용의자 X의 헌신>
감독 니시타니 히로시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츠츠미 신이치, 시바사키 코우 개봉 2008년 일본 흥행 수익 49억2천만엔 국내 관객수 94,790명
한국판 <용의자 X>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개봉 2012년 관객수 1,552,055명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원작의 <용의자 X>는 리메이크 성공 사례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위 말해서 ‘폭망’한 영화는 아닙니다. 원작의 서스펜스 대신 멜로가 다소 추가된 건 한국 버전 특유의 변신이었습니다.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에 출연한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팬이라면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소설을 각색한 일본 드라마 <갈릴레오> 시리즈(<용의자 X의 헌신>은 이 드라마의 극장판 격입니다)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용의자 X>(왼쪽)와 <용의자 X의 헌신>.

개봉 예정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감독 모리 준이치 출연 하시모토 아이, 마츠오카 마유, 미우라 타카히로 개봉 2015년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크랭크인 2017년 1월
<아가씨> 김태리의 차기작으로 이미 유명해진 작품 <리틀 포레스트> 역시 일본 원작 영화가 있습니다. 일본 영화는 이가사리 다이스케의 동명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하시모토 아이가 연기한 이치코를 김태리가 연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판 주인공 이름은 혜원입니다.

일본판 <골든 슬럼버>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사카이 마사토, 다케우치 유코 개봉 2010년
한국판 <골든 슬럼버>
감독 노동석 출연 강동원 크랭크인 2017년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처럼 강동원의 출연작으로 유명해진 영화도 있습니다. <골든 슬러버>입니다. 총리 암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택기기사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가 주인공인 <골든 슬럼버>가 어떻게 한국식으로 각색이 될지 궁금하네요. 한국 리메이크작에도 비틀즈의 명작 <골든 슬럼버>가 흘러나오겠죠. 이 노래가 없으면 성립이 안 되는 영화니까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

일본 영화를 거치지 않고 드라마에서 한국 영화로 바로 리메이크 된 작품들이 있습니다. 1991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는 1993년 한국에서 영화로 리메이크 됐습니다. 주인공은 문성근과 김희애입니다. 정말 옛날 영화군요. 김희애는 지금 당장 멜로영화에 출연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문성근은 상상이 안 됩니다. <101번째 프로포즈>는 신씨네에서 제작한 영화로 이른바 ‘기획영화’였습니다. 19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관객 반응과 캐스팅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리메이크에 따른 조사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한국영화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이었죠. 그런 시절에 위와 같은 시스템을 만든 건 도전에 가까웠습니다.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일본 드라마 <백야행>은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2009년 한국판이 개봉했습니다. 박신우 감독이 연출하고 한석규, 손예진, 고수 등이 출연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워낙 팬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 버전 영화의 평가는 조금 나뉘는 분위기인 것 같군요. 원작에 완벽하게는 못 미치지만 이미지는 구현했다는 네이버의 리뷰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는 펫>

아마도 장근석의 인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너는 펫>이라는 2011년 개봉 영화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가 원작입니다. 김하늘도 출연합니다만 한류 스타 장근석을 위해 기획된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국내 성적 관객수 543,313명으로 좋지 않습니다.

<화차>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야심작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변영주 감독이 <발레교습소> 이후 8년 만에 만든 상업영화였습니다. 특히 김민희의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화차>는 소소해 보이지만 흥행에 성공(2,436,400명 동원)하면서 일본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일본 개봉명은 <화차 HELPLESS>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