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콘텐츠가 온라인에 둥지를 틀었다. 소설, 만화, 드라마, 예능이 그랬다.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에 이어 이제는 영화도 극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하기 시작했다. 김상중, 김강우, 주원 주연의 <특근>은 10월21일 네이버 TV 캐스트를 통해 공개된다. 웹무비 <특근>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한다. <특근>을 만나기 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콘텐츠들의 짧은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웹소설
온라인으로 들어간 오프라인 콘텐츠의 시작은 아마도 소설이었던 것 같다. 기원을 따지자면 PC통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웹소설(인터넷 소설)은 기존 소설과 완전히 다른 문법을 만들어냈다. 귀여니 작가의 <늑대의 유혹>은 이모티콘을 사용한 소설이다. 기존 소설계는 발칵뒤집어졌다. <늑대의 유혹>은 책으로 출간된 첫 인터넷 소설이다. 2004년 강동원, 조한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웹툰
만화도 종이가 아닌 모니터로 들어왔다. 웹툰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2003~2004년 연재한 강풀의 <순정만화>다. <순정만화>는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스노우캣 등의 초기 웹툰이 개그, 에세이풍의 옴니버스 형태였던 것과 달랐다. 장편 스토리 웹툰으로서 첫 성공 사례가 됐다. 물론 이 작품도 영화로 제작됐다. 2008년 개봉한 <순정만화>에는 유지태, 이연희 등이 출연했다. 지금 웹툰은 출판만화보다 위상이 훨씬 더 높다. <이끼>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비롯한 여러 웹툰이 한국영화, 드라마로 제작됐다.
웹드라마
다음은 드라마다. TV에서 방영되던 드라마를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국내 웹드라마 초기에 주목할 만한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스트리밍 서비스 비메오(vimeo.com)와 인디시트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홍보는 트위터 등 SNS로 이뤄졌다. 인터넷의 인기를 기반으로 2012년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한 회 10분 내외의 짧은 웹드라마는 지상파, 케이블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콘텐츠다. 네이버 TV캐스트 웹드라마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다양한 장르의 웹드라마가 서비스되고 있다.
웹예능
드라마 이후에는 예능이 인터넷으로 들어왔다. 2015년 tvN이 제작한 <신 서유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서 공개한 <신 서유기>는 4일 만에 누적 조회수 1500만 건을 기록했다. 5000만 조회수를 넘기는 데는 한달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 서유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웹드라마에 비하면 웹예능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처럼 보인다. 그전부터 웹예능 역할을 한 아프리카TV 같은 개인방송 등과의 경쟁관계에서 아직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는 영화가 인터넷으로 들어올 때가 됐다. 극장 개봉한 영화를 컴퓨터로 다시 보는 게 아니다. IPTV 직행 영화도 아니다. 웹무비는 영화로 제작했으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개봉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 웹무비는 국내에서 이미 시도된 적이 있다. 2000년, 류승완 감독 연출, 임원희 주연의 <다찌마와 LEE>, 김지운 연출, 신하균 주연의 <커밍아웃>, 장진 감독 연출, 정재영 주연의 <극단적 하루> 등 3편이 비슷한 시기에 딴지일보와 지금은 사라진 씨네포엠 사이트에서 온라인 개봉했다. 특히 1970년대풍으로 만든 액션영화 <다찌마와 LEE>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드라마 제작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다룬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을 시작으로 영화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가 미국의 AMC 등 메이저 극장 체인에서 보이콧 당하기도 했다. 2017년 공개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작품이다. <옥자>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 사용자들에게 바로 서비스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웹무비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문와쳐(대표 윤창업)가 제작한 <특근>(감독 김건)이 그렇다. <특근>은 웹드라마로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 TV캐스트에서 10월21일부터 4부로 나눠 공개된다. 김상중, 김강우, 주원 등이 출연하는 <특근>은 매구, 불가살이 등 전설 속의 괴생명체와 맞서는 착괴갑사(조선시대 범을 잡는 특별군사 ‘착호갑사’의 변형된 명칭) 요원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김상중은 베테랑 요원 정봉, 김강우는 냉철한 원칙주의자 요원 효찬, 주원은 패기 넘치는 신입 요원 기웅을 연기한다.
19일 오후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특근>은 웹무비의 특성에 맞는 액션을 보여줬다. 기존 웹드라마의 평균적인 러닝타임인 10여분에 맞춰 1980년대와 현재의 두 액션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됐다. 1980년대는 정봉(김상중)과 효찬(김강우)이 처음 만나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인 매구를 쫓는 이야기다. 현재로 오면 신입 요원 기웅(주원)까지 가세한다. 요원들은 자동차 모양을 한 요수(요괴) 불가살이와 대결한다. 두 액션 모두 자동차 광고를 연상시킬 정도의 추격신이 기본 바탕이다. 스피드를 앞세운 액션은 짧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준다.
러닝타임 33분의 <특근>은 넷플릭스의 경우처럼 온라인 개봉을 목적으로 한 장편은 아니다. 네이버 TV캐스트 공개 이후 장편영화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든 파일럿 중편이다. 웹무비와 스토리를 연계한 허일 작가의 동명 웹툰도 네이버 금요 웹툰에 연재 중이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두 플랫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웹무비에서 미처 공개하지 못한 새 괴수가 등장하는 스토리를 웹툰에서 볼 수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이다.
<특근>을 제작한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는 “<특근> 웹무비를 통해 장편 프로젝트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에서 괴수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든다. 신인감독의 영화라면 특히 투자받기 어렵다. <특근> 파일럿 웹무비는 회당 50만 정도의 조회수가 목표”라고 말했다. 총 200만 조회수와 웹툰으로 인한 인지도까지 더하면 장편 프로젝트 투자 유치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한국에서 괴수물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7광구>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까닭에 한국형 괴수 액션물을 표방하는 프로젝트 <특근>은 우선 웹무비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특근>의 새로운 시도가 기존 충무로 투자·제작 시스템에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