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할리 퀸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2019년, 본가가 아닌 분가 ‘블랙 레이블’을 자처한 <조커>가 예술성과 흥행 모두 잡은 가운데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이 본가의 후속 타자로 선발됐기 때문. 오랜 세월 이어진 원작과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후 수많은 변화를 겪은 DCEU(DC 확장 유니버스), <버즈 오브 프레이>는 이 두 가지를 어떤 식으로 반영했을까. 해외 매체와 팬들이 발견한 이스터에그를 정리해봤다.


할리 퀸이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에서 데뷔할 당시 디자인

<버즈 오브 프레이>의 시작은 할리 퀸(마고 로비)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그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나온, 할리 퀸젤이 화학물에 빠져 할리 퀸이 된 순간이 나오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아주 잠깐 등장한 할리 퀸의 오리지널 코스튬이 나온다.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왼쪽), 단독 코믹스 표지

할리 퀸은 조커와 헤어지고 난 후 롤러 더비 경기에도 참가한다. 클라이막스에서도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2013년 발간한 단독 코믹북 시리즈에서 할리 퀸이 스케이트를 즐긴다는 설정이 추가됐기 때문.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한 야누스 기업 건물

로만 시오니스(이완 맥그리거)의 가문이 운영하는 야누스 기업. 이 야누스 기업의 건물은 이미 <저스티스 리그>에서 잠깐 등장한 바 있다. <버즈 오브 프레이> 속 에이스 케미스트리 폭발 장면 속 바리케이트에도 야누스가 쓰여있다.


코믹스 속 1대 블랙 카나리 다이애나 드레이크(왼쪽), 현재 활동 중인 2대 블랙 카나리 다이애나 로럴 랜스

극 중 르네 몬토야(로지 페레즈)가 다이애나에게 어머니를 언급하며 ‘엄마도 그런 힘으로 경찰을 도왔다’고 언급한다. 코믹스에서도 1대 블랙 카나리 다이애나 드레이크와 2대 블랙 카나리 다이애나 로럴 랜스는 모녀 관계. 다만 1대는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고, 2대만 초능력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블랙 카나리는 원작에서도 ‘버즈 오브 프레이’의 초대 멤버.

참고로 원작에선 유부녀시다. 상대는 그린 애로우.


카산드라 케인

카산드라 케인(엘라 제이 바스코)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바뀐 캐릭터. 원작에서 벙어리 수준으로 말이 없고 무술과 암살에 특화된 인물. 원래 레이디 시바와 데이비드 케인라는 암살자 부모를 두고 있으나, 영화에선 위탁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어쩌면 후속작에선 두 사람이 등장할 수도? 원작에선 카산드라 케인이 아니라 레이디 시바가 버즈 오브 프레이의 일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레이디 시바와의 피 터지는 모녀 상봉


DC 코믹스에 등장한 엘리너 루스벨트

할리 퀸이 조커가 잃어버린 것을 자신이 찾은 적이 있다며 언급하는 '루스벨트 부인의 누드 사진'. 루스벨트 부인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를 뜻하며, 엘리너는 1981년 <올 스타 스쿼드론>에 진짜로 등장한 적 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왼쪽)을 오마주한 극중 장면

할리 퀸의 블랙 마스크에게 한 대 얻어맞으며 갑작기 시작되는 뮤지컬 시퀀스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속 마릴린 먼로의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친한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의 오마주. 이 노래는 <물랑 루즈>에서 니콜 키드만이 부른 바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이 코트니가 연기한 캡틴 부메랑

할리 퀸이 카산드라 케인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급습했을 때, 한 현상수배서를 보고 "나 얘 아는데"라고 말한다. 디거 하크니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으로, 두 캐릭터는 촬영 중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또 이 장면에서 할리 퀸이 입은 코트와 모자는 <인저스티스> 코믹스에서 나온 것.

<인저스티스> 코믹스(왼쪽)를 반영한 영화 속 장면


증거실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카타나가 사용한 검이 있다.


브루스와 할리 퀸

할리 퀸은 애완 하이에나를 브루스라고 소개한다. 물론 그의 설명대로 브루스 웨인에서 본딴 것이겠지만, 폴 디니와 함께 할리 퀸을 창조한 브루스 팀을 연상시킨다. 할리 퀸이 배트맨의 정체를 안다기보다 브루스 웨인 본인도 고담에서 백만장자로 유명하니까 그냥 그 이름을 썼다고 보는 게 좋을 듯.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이하 TAS)에서 할리 퀸은 애완 하이에나를 두 마리 키웠는데, 이름은 버드와 루. 유명한 코미디 듀오 '애봇과 코스텔로'의 본명, 버드 애봇과 루 코스텔로에서 본뜬 것이다.

할리 퀸의 하이에나, 버드와 루


비버 버니

발레 스커트(투투)를 입고 있는 박제 비버의 이름은 '버니'.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캐릭터다. 할리의 첫사랑 상대는 할리가 미워죽겠다고 한 친구를 직접죽이고 수감된다. 할리는 그를 기억하고자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이 박제된 비버를 가지고 나왔다고. 영화에서 할리는 버니에게 몇 번 말을 건네곤 하는데, 코믹스에서도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할리와 조커가 헤어질 때, 조커가 창문 밖으로 버니를 던지는 장면이 촬영장에서 포착됐었지만 완성본에선 편집됐다.

???: 박제 비버는 좋은 대화상대입니다.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할리 퀸과 카산드라가 보는 만화는 <트위티와 실베스터>. 그 장면에서 TV 위 <포크 피그> 비디오테이프도 잡힌다. 두 애니메이션은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의 <루니 툰> 시리즈. 같은 회사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메타적인 표현법과 애니메이션적 성격을 빗댄 듯하다.

<트위티와 실베스터>(왼쪽), <포크 피그>


로만 시오니스와 빅터 재즈가 고문한 키오는 골든 라이언 컴퍼니 소속이다. 골든 라이언은 201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버즈 오브 프레이>처럼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조커>가 수상한 황금사자상의 명칭이다. 촬영 일정상 의도한 이스터 에그는 아닌 듯하나(재촬영도 베니스 영화제 전에 끝났으니), 어쩌면 베니스영화제를 향한 기도(?)를 담은 것일지도.


로빈슨 파크는 로빈과 조커를 창조한 제리 로빈슨에 대한 오마주. . 이 지역은 그래픽노블 <배트맨: 이어 원>에도 언급되는 고담시의 유명한 곳이다. 영화 <조커>에서도 9번가 애비뉴 지하철 정류장에 로빈슨 파크라고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자레드 레토의 조커

버려진 놀이공원에 왔을 때 한 창문에 빨간 글씨로 ‘hahahahaha’가 쓰여있는데 이는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새긴 타투 글씨체와 똑같다. 이곳이 조커와 할리 퀸의 은신처였음을 암시하는 것.


르네 몬토야가 블랙 카나리의 문자를 받았을 때, TV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우리 생애 나날들>(Days of our Lives). 스토리 작가 폴 디니는 위 영상에서 친구인 알란 소킨이 광대를 연기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할리 퀸을 창조했다. 그 아이디어에 애니메이션 디렉터 브루스 팀의 디자인을 거쳐 탄생한 게 TAS의 할리 퀸. 알란 소킨은 TAS에서 할리 퀸 목소리를 맡았다.


할리 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왼쪽) 티셔츠의 문구를 쇄골 문신으로 새겼다.

블랙마스크 무리에게 포위되고 몬토야가 입을 옷을 찾을 때,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 퀸 복장이 나온다. 할리 퀸은 이번 영화에서 이 옷을 입지 않지만, 그 티셔츠에 쓴 ‘Daddy's Lil Monster’ 문구를 쇄골쪽에 문신으로 새겼다. 이 장면에서 할리가 몬토야에게 건네는 옷도 할리 퀸의 코스튬 중 하나다.


영화 속 마스크는 코믹스 속 블랙 마스크의 갱단 펄스 페이스 소사이어티를 떠올린다.

블랙마스크 갱단은 다양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이는 고전 배트맨 코믹스에서 블랙 마스크가 이끄는 펄스 페이스 소사이어티(false face society)를 연상시킨다. 그중 한 명은 브와나 비스트(B’wana Beast!)를 연상시키는 표범 가면을 착용했다.

가장 왼쪽 표범 마스크는 브와나 비스트(오른쪽 사진)를 반영한 듯하다.


<인저스티스 2>(왼쪽)의 영향을 받은 영화 속 장면

블랙 카나리가 카나리 크라이를 쓰는 장면은 <인저스티스 2>에서 블랙 카나리가 기술을 쓰는 장면을 재현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