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오덕후>덕후. 아마도 ‘덕후’라는 말은 이런 변화 과정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십덕후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어감은 별로네요. 뜬금없이 덕후 이야기를 꺼낸 건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감독들 가운데서도 덕후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영화계 성덕(성공한 덕후)들을 만나봅시다.


국내편

류준열 인스타그램
고레에다 히로카즈(오른쪽) 감독과 함께 씨네토크 행사에 참석한 류준열.
V라이브에서 고레에다 덕질 중인 류준열.

류준열
축덕, 고레에다 히로카즈 덕후
류준열은 축덕(축구 덕후)입니다. 박지성 선수의 팬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덕질 하러 영국까지 가서 EPL 경기 직관하다가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축구 게임에 빠져 대학입시에 실패한 후 재수를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연예인 축구단 활동도 합니다.
류준열은 배우다운 면모도 보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합니다. 일본어로 된 시도 써서 고레에다 감독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올해 7월에는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태풍이 지나가고> 씨네토크에 등장하면서 성덕 인증했습니다.

심형탁 성덕 인증샷.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영웅기> 더빙 현장.

심형탁
도라에몽 덕후
솔직히 배우 연예인 덕후하면 이분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심형탁은 연예인 덕후의 아이콘입니다.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우주영웅기> 본편 더빙에 특별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덕후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이시영 배우 아니 선수.
각종 방송에 출연한 이시영 선수.

이시영
권투 덕후
이시영은 건프라 덕후로 처음에 알려졌습니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방송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건프라는 사실 한줌밖에 안 되는 덕후들 사이에서는 좀 흔한 편입니다. 오히려 권투가 더 이시영의 덕질 생활을 빛나게 합니다. 비록 지금은 선수생활을 접었지만 그녀는 한때 인천시청 선수로 활약했으며 2013년에는 48kg급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이시영 주연의 멋진 권투 영화 나오면 꼭 볼 겁니다.

프로볼러에 도전한 김수현.

김수현
볼링 덕후
이시영과 비슷한 케이스가 김수현입니다. 얼마 전 프로 볼러 선발전에 출전해 1차전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김수현이 11월10일 개봉 예정 영화인 <스플릿>에 출연했으면 딱인데 좀 안타깝네요. <스플릿>은 도박 볼링의 세계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박해진씨, 여기 매장 아닌가요?
박해진씨, 여긴 창고 아닌가요?

박해진
운동화 덕후
운동화 좋아하는 배우, 가수 많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박해진이 운동화를 보관한 방 사진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냥 거기는 신발 매장이었습니다. 드라마에 이어 내년 개봉 예정인 <치즈 인 더 트랩>에서도 박해진은 유정을 연기합니다. 영화에 운동화 많이 신고 나올까요? 어쩐지 박해진 출연하면 신발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신하균 덕질 사진은 찾을 수가 없네요. 대신 레이 사진 넣으드렸습니다.

신하균
만화, 애니, 프라모델 덕후 
좀 의외의 인물이었습니다. 신하균은 책을 볼 것 같았거든요. 어쨌든 신하균은 최근까지도 프라모델 조립 등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확인은 불가능한 듯하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 덕후로 알려졌습니다. 데프콘과 경쟁 관계인가요? 아, 신하균운 레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스카짱을 사랑하는 데프콘과는 겹치지 않네요. 호러 영화 마니아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일명 서태지폰 광고 화면.

심은경
서태지 덕후
배우 심은경은 나이에 비해 좀 어른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태지 덕후라고 합니다. 2008년 ETPFEST 공연을 본 뒤로 팬이 됐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2008년 서태지가 오랜만에 등장한 휴대전화 광고에서 서태지를 못 알아보는 연기를 (1994년생이니 15살 정도였던) 심은경이 했다는 겁니다. “근데 아저씨 누구세요?”라는 대사가 기억납니다. 2012년 서태지의 8집 활동을 집대성한 DVD <Record of 8th - 398일의 기록>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합니다. 역시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겠죠.

박찬욱 감독이 촬영한 사진. 김민희를 귀찮게 하는 김태리.
덕질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한 김태리.
에디터는 김태리 덕후.

김태리
김민희 덕후
<아가씨>의 아가씨를 사랑한 상대역 숙희를 연기한 김태리는 김민희 덕후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오디션에서 김태리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묻자, 김민희라고 대답한 일화부터 영화 촬영 기간 내내 그야말로 김태리는 덕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가씨>의 제작발표회에서 김태리는 자신이 김민희 덕후라고 공개해버렸습니다. 김태리의 덕질을 보며 덕통사고 당해 태리 입덕한 분들도 많을 듯. 다음 영화 <리틀 포레스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지진희 
레고 덕후 
이 잘생긴 배우가 레고 덕후였다니. 사실 이 포스팅을 위해 인터넷 검색하다가 처음 알게 됐습니다. 드라마에 본인 레고를 갖고 나오기 시작하더니 신세계 백화점의 의뢰를 받아 백화점 건물을 똑같이 재현한 레고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가방도 만들고 손재주 많은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2017년 개봉 예정인 <레고 배트맨 무비> 더빙하시면 좋겠습니다.


해외편

비디오 가게 알바 시절 본 영화의 음악을 만드신 엔니오 모리코네(왼쪽)와 <헤이트풀8> 작업을 함께 한 쿠엔틴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덕후
덕 중에 덕은 양덕이라 했던가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덕업일치의 산증인입니다. 원래부터 영화 덕후여서 영화학교에 진학했다가 자퇴한 타란티노는 덕질 겸 생계를 위해 비디오 가게 알바생이 됐습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영화를 소개해주면서 유명해졌고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감독 데뷔도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 <펄프픽션>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타란티노 감독과 그에 못지 않은 영화 덕후 봉준호 감독이 만나면 끝도 없는 영화 얘기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옆에서 이 두사람의 얘기를 듣는 게 제 소원입니다.

성공한 덕업일치를 이룬 안노 히데아키 감독.

안노 히데아키
오타쿠 1세대
성공한 덕후는 성공한 덕후를 낳습니다. 덕후를 양산해낸 장본인인 안노 히데아키도 사실은 덕후였습니다. 덕질을 하다보니 덕후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버린 거죠. 그가 연출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덕후는 반으로 줄지 않을까요. 안노 히데아키는 오타쿠라는 말이 없던 시절부터 덕질을 한 1세대 덕후입니다. 중학 시절에는 순정만화에 빠졌고, 고교 시절엔 아마추어 특촬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자위대에 체험 입대를 자처한 밀리터리덕후이기도 합니다. 

피터 잭슨(가운데) 감독. <호빗: 다섯군대 전투> 기자회견 현장.

피터 잭슨
톨킨 덕후
여기 또 성공한 덕후가 덕후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사에 남을 3부작이 된 이유가 다른 게 아닙니다. J.R.R. 톨킨의 소설은 영화화하기 힘들다고 했을 때 엄청난 톨키니스트(J.R.R. 톨킨 팬)였던 피터 잭슨이 나섰습니다. 그에게 <반지의 제왕> 연출은 순도 100퍼센트의 덕질이었던 거죠.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더 영화를 잘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덕질의 최고 레벨에 도발한 데이비드 테넌트.
왼쪽 사진은 <닥터후> 50주년 기념 인터뷰. 오른쪽 사진은 마블 드라마 <제시카 존스>.

데이비드 테넌트
<닥터후> 덕후
<닥터후>를 보고 자라서 닥터가 됐습니다. 덕업일치, 성덕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국 배우 데이비드 테넌트는 드라마 <닥터후>의 10대 닥터로 출연하게 됩니다. 한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인 것 같습니다. 덕질의 달인답게 데이비드 테넌트는 마블 코믹스의 팬이기도 합니다. 2015년 미국 드라마 <제시카 존스>에 출연하면서 성덕의 레벨을 한 단계 올렸습니다. 이 덕후 아저씨를 스크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고물상 주인을 연기한 사이먼 페그. 영화에서는 얼굴이 안 나옵니다.
<스타트렉: 비욘드>에 출연한 사이먼 페그. 얼굴 많이 나옵니다.

사이먼 페그
SF 덕후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사이먼 페그를 봤습니다. 거기엔 할리우드 스타가 아닌 덕후 영국인 아재가 있었습니다. 사이먼 페그는 <스타워즈> 덕후, <스타트렉> 덕후더군요. 스페이스 오페라 덕후, 사이먼 페그는 <스타워워즈>, <스타트렉> 모두 출연하는 덕업을 이뤄냈습니다. 아, 단순히 출연만 하는 게 아니죠. 시나리오도 씁니다. 능력자 덕후 인증입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스 베이더 양말 신고 감.
<스타워즈> 드로이드와 인증샷 남김.
리포터와 포스 대결 펼침.

제이콥 트렘블레이
<스타워즈> 덕후
최근에 본 가장 귀여운 덕후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소개합니다. 올해 초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룸>의 잭 역으로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됐습니다. 어마어마한 스타들 속에서 제이콥의 시선을 끈 건? 바로 R2D2, C3PO, BB-8이었습니다. 눈을 떼지 못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그 장면, 정말 귀여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