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라는 소재.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그만큼 여전히 인기 있는 소재입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장르로 시도됐는데요. B급 코미디, 로맨스, SF, 사극 등 여러 장르에 시간 여행 소재를 더했던 드라마들을 모았습니다. 모두 다 한 번쯤 겪어보면 재밌겠지만, 다 필요 없고 지금은 코로나가 없던 때로 돌아가거나 종식된 미래로 가보고 싶네요. 드라마로라도 대리만족 해 볼까요?
미래에서 온 게임 주인공과의
시간여행 (+ 병맛 코미디)
퓨처맨 시즌 1~3
'바이오틱 워즈'는 그 누구도 깨지 못한 고난이도 비디오 게임입니다. 그 게임을 깬 유일한 인물 조쉬(조쉬 허처슨). 그는 게임 속에서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지만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스스로를 꿈도 목표도 없고 현실 도피를 위해 게임에 몰입하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게임이 현실이었습니다.
게임의 최종 단계를 깨고 기쁨의 환희에 몸부림치던 순간 게임 속 캐릭터들이 조쉬의 눈앞에 나타나는데요. 2162년, '바이오틱 워즈' 게임 속에서 왔다는 그들.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실제 미래에서 벌어진 일이고, 과거에서 미래를 구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일종의 신병 훈련용으로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조쉬를 데리고 TTD(시간여행장치 이름)를 이용해 바이오틱이 되는 치료제를 개발한 박사를 막기 위해 더 과거 1969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그러나 미래에서 온 전사들은 현실 전투력은 0에 가까운 조쉬를 보고 당혹스러워지죠.
초능력은 커녕 별볼일 없어 보이는 조쉬가 히어로 '퓨처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병맛, 코미디 장르로요. <헝거게임>으로 얼굴이 익숙한 조쉬 허처슨이 어쩌다 히어로가 된 퓨처맨을 연기합니다. 세스 로건이 제작과 연출을 맡았는데요. 평소 세스 로건식의 B급 코미디 감성이 취향이었다면 유쾌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OTT 플랫폼 훌루에서 최고의 시리즈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시즌이 최근 왓챠플레이에 공개됐습니다. 편당 30분 내외라 가볍게 낄낄대며 보기 딱일 것 같네요.
외계인이 타임 머신 타고
시간여행
닥터 후 시즌 1~12
(왓챠플레이에서는 1~10시즌까지 서비스 중)
코로나로 다들 안 하던 취미 한 가지씩은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닥터 후>를 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지 않을까 싶습니다. <닥터 후>는 영국드라마라는 게 한국에서 대중화될 무렵부터 영드 추천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던 작품입니다. <닥터 후>를 아직까지 못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시즌이 너무 길어서... 요즘같은 시기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닥터 후>는 2005년 첫 방송 했습니다. 벌써 15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장수 시리즈물입니다. 엄밀히 따져 1963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했던 올드 닥터 시리즈까지 합하면 50년이 넘은 시리즈입니다. 올드 시리즈든 뉴 시리즈든 기본 틀은 같습니다. 기이하고 별난 성격의 닥터라 알려진 외계인 타임로드가 경찰 전화박스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적들과 마주하며 사람을 구합니다. 죽음의 위기 때마다 재생성을 통해 여러 생명을 가질 수 있는데요. 이 설정 때문에 여러 배우가 닥터 역할을 맡아도 극에 위화감이 없습니다. 13대에는 첫 여성 닥터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초반 시리즈는 지금 보기엔 효과가 허술해 보일 수 있습니다만, 매료된 팬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역시 드라마가 재밌다는 증거겠죠?
조선시대로 풍덩 빠지는
시간여행
퐁당퐁당 LOVE
가끔 오글거리고 유치한 로맨스물이 끌릴 때가 있죠? <퐁당퐁당 LOVE>가 딱 그런 드라마입니다. 제목부터 심하게 오글거리지만. 오히려 정작 드라마는 제목만큼 오글거리진 않습니다. 수학포기자인 고3 단비(김슬기)가 수능 시험날 물웅덩이 풍덩 빠져 조선 시대에 떨어지며 시작합니다. 단비는 세종대왕 시대, 오랜 가뭄으로 기우제를 지내던 중 비와 함께 내려오죠. 현실에서 스스로 쓸모없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존귀한 대접을 받게 됩니다. 수포자 고3이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왕이라 평가받는 세종 이도(윤두준)를 가르치는 꼴이 되기도 하고요. 스마트폰 등 현대 문물을 알려주고, 자격루를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그러다 알콩달콩 사랑도 꽃피죠.
시간여행 설정의 깨알 재미를 담당하는 건 역시 현대 문물과 과거 문물이 충돌할 때인데요. 느닷없이 불닭볶음면, 삼각 김밥을 먹는 조선왕의 모습은 이질적이고도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윤두준,김슬기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각각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났던 작품으로 꼽습니다. 풋풋한 청춘 성장 로맨스물로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잘 어울리는 단막극입니다.
진짜로 웹툰 찢고 나온
시간여행
W
보통 웹툰, 만화가 드라마화 될 때 캐스팅에 적역인 배우들을 두고 만화를 찢고 나왔다고 해 만찢남, 만찢녀라고 부르곤 합니다. 드라마 <W> 안에서는 주인공들이 진짜로 웹툰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의사인 오연주(한효주)의 아버지는 'W'를 연재해온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입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라진 자리, 웹툰이 띄워져있는 아버지의 PC 화면에서 피묻은 손이 튀어나와 오연주를 웹툰 속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오연주는 죽어가는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살려냅니다. 주인공이 죽지 않고 자신의 자아를 갖게 되면서 웹툰은 창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웹툰 속 인물들과 현실 속 인물들이 자유롭게 웹툰과 현실을 오갑니다.
같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웹툰의 시간과 현실의 속도는 많이 다른데요. 이를테면 웹툰 속 주인공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한 달이든 1년이든 빠르게 건너뜁니다. 마치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장면 전환 뒤 한 달 후, 1년 후가 나온 것처럼요. 이때 현실에서 웹툰으로 들어온 인물은 누적된 피로감에 기절하기도 하죠.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알함브라의 궁전> 등 여러 방식으로 시간여행 소재를 다뤄온 송재정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신선한 소재에 비해 설정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다소 부실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요.
스무 살로 Go Back
시간여행
고백부부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 <고백부부>는 결혼을 후회하게된 부부가 1999년 서로가 만나기 전 스물의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의 드라마입니다. 결혼 반지를 빼는 순간 시간이 되돌려집니다. 스무 살 때 과팅에서 만나 최반도(손호준)와 덜컥 결혼까지 해버린 그 날을 후회하던 마진주(장나라). 과거로 돌아갔는데 멋진 선배가 나타나 고백을 합니다. 최반도 역시 과거로 돌아가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 그녀와 잘해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스무살로 돌아간다고 설렘만 가득할까요. 정말 서로를 다시 선택하지 않을까요. 스무 살이 된 부부는 미래의 일들이 떠오르며 문득 슬픔에 잠깁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은 미래에 태어난 아들이죠. 이미 부모가 되고 가족으로 엮인만큼 고민되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특히 또래 부부들의 공감을 많이 샀는데요.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과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시키는 동시에 30∼40대 엄마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과 고민을 공감가게 풀어냈기 때문이죠.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