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는 <스타워즈> 감독 조지 루카스가 운영하는 ‘루카스필름’의 컴퓨터그래픽 부서로 시작했다.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편집자였던) 마르시아 루카스와 이혼해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주게 되면서 80년대 중반 픽사를 내놓았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매입하면서 픽사는 독자적인 회사가 됐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가 2006년 디즈니에 74억 달러에 팔리기 전까지 최대주주였다.
픽사의 공동설립자 에드 캐트멀, 스티브 잡스, 존 래시터 감독
마스코트는 스튜디오 첫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1986)의 주인공인 탁상용 스탠드다. 이 캐릭터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부서 데스크에 놓여 있던 제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룩소 주니어>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1995)를 제작하기 전, 1990년대 초반의 픽사는 광고를 만들면서 돈을 벌었다. 트로피카나, 리스테린, 필스베리, 트리덴트, 폭스바겐, 캘리포니아 복권 등이 클라이언트였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우디는 복화술사 인형으로 설정돼 있었다. 공동제작을 맡은 디즈니의 중역들이 복화술사 인형은 공포영화에나 어울린다고 판단해 결국 변경됐다.
<토이 스토리>의 버즈 역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빌리 크리스탈에게 제안됐지만 거절당해 코미디언 팀 앨런에게 돌아갔다. 크리스탈은 이를 두고두고 후회하며 다른 픽사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적극 어필했고, 결국 <몬스터 주식회사>(2001)의 마이크 목소리를 맡게 됐다.
바비 인형은 <토이 스토리>의 우디 여자친구로 등장하기로 설정됐으나, 마텔 사는 바비에게 특정한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기를 원해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픽사는 그 자리를 새로 만든 캐릭터 보핍으로 대체했다. 영화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서 마텔은 2, 3편에 바비의 등장을 허용했다.
<토이 스토리 2> / <토이 스토리 3>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 곳곳에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픽사의 첫 장편 <토이 스토리>엔 단편 <룩소 주니어>에 나왔던 노란색 공이 등장한다. ‘피자 플래닛’ 트럭과 함께 거의 모든 픽사 영화에 등장하는 코드 ‘A113’는 존 래시터, 브래드 버드 등이 졸업한 캘리포니아 예술학교 (AKA 칼 아츠)의 캐릭터 애니메이션과의 강의실 번호였다.
<벅스 라이프>(1998)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는 전통이 생겼다. 픽사의 1988년 단편 <틴 토이>에 이어, <벅스 라이프>와 상영된 <게리의 게임>과 <몬스터 주식회사>와 상영된 <포 더 버즈> 역시 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알라딘>(1992)의 속편인 <돌아온 자파>(1994)이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해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되면서, 디즈니는 <토이 스토리>의 속편 역시 비디오 직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다. 하지만 제작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도 좋고, 제작 비용이 역시 넉넉해야 한다고 판단해 극장 개봉을 결정해 결국 예산 대비 5배를 훌쩍 넘기는 수익을 거뒀다.
<토이 스토리 2>(1999)는 개봉하기 1년 전 어느 직원이 실수로 데이터를 지워버리는 바람에 제작이 물거품 될 뻔했지만, 육아 때문에 집에서 근무하던 기술감독 갈린 서스만이 데이터를 백업해놓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음악가 랜디 뉴먼은 <랙타임>으로 1982년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주제가상 후보에 지명된 이후 20년간 16개 부문 노미네이트 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만했고, 2002년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제가 ‘If I Didn't Have You’로 처음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로부터 9년 뒤 <토이 스토리 3>의 ‘We Belong Together’로 다시 한번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부는 픽사의 첫 번째 흑인 캐릭터가 될 뻔했다. 본래 다 큰 성인남자로 설정된 주인공 역할은 수많은 캐릭터군을 거쳐 6살 소녀 부로 정해졌는데, 그 중엔 흑인 캐릭터도 포함됐다. 그로부터 근 20년이 지난 올해, 흑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 <소울>이 개봉될 예정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부
<인크레더블> 에드나 모드 / <니모를 찾아서> 크러쉬
소속 감독들 몇몇이 목소리 출연으로도 참여했다. <인크레더블> 시리즈의 브래드 버드는 히어로 의상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 역의 캐스팅에 난항을 겪던 중 물망에 올랐던 배우 릴리 톰킨이 감독이 해보는 것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직접 더빙을 맡았다. <니모를 찾아서>를 공동 연출한 앤드류 스탠튼은 바다거북 크러쉬뿐만 아니라 <토이 스토리 2> 속 저그 황제의 목소리까지 소화했다. <카>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조 랜트는 <카> 이전에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에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바 있다.
<토이 스토리> 1-2편, <벅스 라이프>의 스토리 수퍼바이저였던 조 랜프트는 <카>의 제작이 한창이던 2005년 8월 16일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카>와 더불어 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팀 버튼의 <유령 신부>(2005) 역시 랜프트에게 추모 메시지를 띄웠다.
닥 허드슨
<카>(2006)는 닥 허드슨의 목소리를 맡은 전설적인 배우 폴 뉴먼의 유작이자 최고 흥행작이다. 그는 레이싱 영화 <위닝>(1969)에 출연한 이래 레이싱에 푹 빠져서 1972년 처음 대회에 참가해 ‘르망 24시’에서 2위에 오르는 등 79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레이서 폴 뉴먼 / <내일을 향해 쏴라>의 폴 뉴먼
쥐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지만, <라따뚜이>(2007)는 그걸 얼마간 가능하게 했다. 영국의 한 반려동물 체인점은 <라따뚜이>가 개봉한 후 쥐 판매가 절반이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편, <니모를 찾아서>의 인기로 (니모의 종인) 흰동가리에 대한 인기가 폭등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월-E의 목소리를 맡은 이는 벤 버트다. <월-E>(2008)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소리들을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역할을 차지한다. 할리우드의 이름난 사운드 디자이너인 벤 버트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부터 시리즈에 참여해 R2-D2의 소리와 영화 전반의 사운드 이펙트를 담당했고 <E.T.>(1982)와 <인디아나 존스> 2-3편, <스타 트렉> 리부트 시리즈 등에 참여했다.
피트 닥터는 <업>(2009)을 만들면서 피터 딘클리지 주연의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2003)에 영감을 받았다. 칼 할아버지처럼 자기 껍질을 벗어던지고 타인과 교감하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단순함이 돋보였다고.
<스테이션 에이전트>
<업> 속 집을 매달고 다니는 풍선 캐노피는 총 10297개의 풍선으로 이루어졌다. 애니메이터들은 단순히 풍선 덩어리만 묘사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보이지 않는 풍선들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효과들까지 전부 고려해 풍선의 숫자를 정확히 정해둔 채 작업에 임했다.
무성영화처럼 대사 한 마디 없이 관객이 눈물을 쏟게 하는 <업>의 오프닝 시퀀스엔 사실 대사가 있었다. <니모를 찾아서>부터 픽사에 합류한 스토리 수퍼바이저 로니 델 카르멘은 부모님의 무성 홈비디오를 떠올리곤 감독 피트 닥터에게 대사와 사운드 효과를 모두 없애버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지금의 버전이 됐다.
2002년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이 신설된 이래 12번 후보에 올라, <니모를 찾아서>부터 <토이 스토리 4>까지 총 9편이 수상했다.
앤드류 스탠튼 / 피트 닥터
2009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업>은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더불어 작품상 후보까지 지명됐다. 애니메이션으로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건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1991)에 이은 두 번째였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탔지만, 작품상은 캐서린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2009)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인사이드 아웃>(2015)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동안 작가진은 총 27개의 감정들을 떠올렸다. 서사를 간결히 하기 위해 놀람, 자부심, 믿음 등이 제외되고 기쁨, 슬픔, 까칠, 소심, 버럭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각국의 문화를 고려해 <인사이드 아웃>의 설정을 나라마다 조금씩 수정했다. 일본 버전에서 라일리가 꺼려하는 채소는 브로콜리 대신 피망으로 바뀌었고, 라일리 아버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하키 경기는 그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선 축구로 대체됐다.
가장 큰 수익을 기록한 작품은 <인크레더블 2>(2018)다. 전작의 2배에 해당하는 12억 4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블랙 팬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 이어 2018년 흥행작 4위를 차지했다. 올해 3월 6일 개봉해 코로나19 여파로 1억 달러를 겨우를 넘긴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최저 수익작이다.
<인크레더블 2>
픽사의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출연한 배우가 있다. <슈퍼맨> 1, 2편과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 NBC 시트콤 <치어스> 등에 출연한 배우 존 라첸버거다. <토이 스토리>의 돼지인형 햄, <인크레더블>의 언더마이너, <카>의 트럭 맥 등 픽사 전작에서 크고 작은 역할의 목소리를 도맡아왔다. 라첸버거는 <토이 스토리>의 햄과 <벅스 라이프>의 P.T 플리 역을 제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