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은 연출과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 각본, 음악, 편집까지 도맡은 전무후무한 재능을 선보였다. 처음 영화에 출연한 1914년, 일주일에 한번 꼴로 단편영화를 개봉시킨 그는 바로 그해 연출 작업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떠돌이 캐릭터를 시작했다. 장편 데뷔작 <키드>(1921)부터 <황금광 시대>(1925), <시티 라이트>(1931), <모던 타임즈>(1936), <위대한 독재자>(1940), <무슈 베르두>(1947) 등 46년간 11개 장편의 감독을 맡은 채플린이 주연을 맡지 않은 영화는 두 번째 장편 <파리의 여인>(1923)과 말론 브란도와 소피아 로렌을 내세운 유작 <홍콩에서 온 백작>(1967)뿐이었다. 초기의 떠돌이 캐릭터에 이어 유대인 이발사와 독재자 힌켈의 1인2역, 유복한 홀어미만 노리는 연쇄살인범, 한물간 코미디언, 퇴위 당한 왕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재미는 물론 당대의 사회상을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