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꽃>의 전개가 고조될수록, 그간의 출연작이 재평가 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백희성을 연기 중인 이준기. 최근 그의 팬들은 이준기의 드라마 출연작을 두고 ‘피땀눈물’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이준기의 드라마 출연작 중 피, 땀, 눈물 각 키워드에 맞는 특징을 가진 드라마를 소개해본다.
피 = 액션 소화력
무법 변호사, 크리미널 마인드, 조선 총잡이
<왕의 남자> 공길로 데뷔한 이준기는 활동 초기 ‘예쁜 남자’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액션 장인’. <개와 늑대의 시간>을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며 지금의 별칭을 얻게 됐다. 조선시대부터 현대물까지, 그는 여러 작품에서 액션을 펼치면서 그 열정을 선보였다. 드라마 안에서도 그 액션이 빛나지만, 촬영 현장에서도 액션 장면을 준비하고 스스로 즐기면서 장면의 디테일과 사실성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PD가 “이준기는 스턴트에 가까운 액션 연기도 스스로 즐긴다”며 이준기의 활약을 직접 인증했다. 맨몸 액션은 물론이고 총기, 검, 부채 등등 도구를 이용한 액션에도 능하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준비할 때는 러시아 무술 시스테마를 익혔다고. 이준기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김민수 무술 감독은 “액션 장면 촬영 전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와 상의한다”며 “실제로 액션스쿨에 들어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전문 스턴트 못지않은 실력”이라고 칭송했다.
땀 = 1인 2 정체성
악의 꽃,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피' 부분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을 언급하고 왜 작품에는 안 넣었냐 하면, <개와 늑대의 시간>는 이준기에게 액션 말고도 또 하나의 시그니처를 준 작품이기 때문. 바로 1인 2역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이수현과 케이를 훌륭하게 연기한 이준기는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1인 2역, 혹은 한 명이 두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금 출연 중인 <악의 꽃>도 연쇄살인마 도현수와 금속공예가 백희성을 맡아 외형부터 성격까지 전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계보에서 빠질 수 없는 드라마가 <일지매>. 왕족의 일원 이겸에서 저잣거리에서 사는 나용으로, 그리고 민중을 돕기 위해 도적 일지매까지. 한 인물의 성격을 파고들어 다양한 면모를 연기하는 이준기는 매 드라마마다 호평을 받으며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늘리고 있다.
눈물 = 비극적 인물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아랑사또전, 투윅스
사실 드라마 속 이준기의 캐릭터가 비극적인 경우가 많지만, 팬들이 뽑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눈물 캐릭터는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있다. 그가 연기한 왕소는 평생 사방의 적을 두고 살아온 4황자. 그가 이렇게 경계심이 많아진 건 얼굴에 상처를 낸 것이 그의 어머니이기 때문. 형제들끼리도 등한시하는 판국에 자신을 염려하는 해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안타깝게도 해수는 현대에서 온 인물이라 이뤄지지 못할 사랑을 품은 셈. 이와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 운명을 맞이한 <아랑사또전> 김은오도 있다. 김은오는 그저 이곳저곳 떠도는 한량처럼 등장하지만, 귀신 아랑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지옥에 가는 것조차 감수하는 인물이 된다. 반면 <개와 늑대의 시간> 못지않게 피땀눈물을 꾹꾹 뭉쳐놨다는 <투윅스> 장태산도 있다. 본인은 살해 누명을 써서 피땀 흘리며 도망가는 와중 자신의 옛 연인이 낳은 딸을 만나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