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존 윅> 시리즈는 은퇴한 전설의 킬러인 주인공이 병으로 죽은 아내가 남긴 개를 죽인 자한테 복수를 하면서 다시 킬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복수의 반복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시리즈 2편(<존 윅 – 리로드>)의 마지막에서 최고회의 룰을 어기고 성역으로 지정된 뉴욕 콘티넨탈 호텔에서 산티노를 살해하고 끝나자, 시리즈 3편(<존 윅 3: 파라벨뤀>)에서는 최고회의에서 존 윅을 파문하고 살인청부를 개시하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영화는 초반에 동부표준시를 기준으로 오후 6시에 존 윅에 대한 파문이 발효되고 현상금 1400만 달러(나중에 1500만 달러로 증액됨)가 붙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최고회의 룰을 어긴 대가로 존 윅을 파문하고 모든 서비스가 금지되며, 현상금 1400만 달러로 살인청부가 개시된다는 의미에요. 존윅에 대한 현상금과 살인청부의 법적성격은 민법상 전형계약의 하나인 현상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의할 것은 민법상 현상광고의 내용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살인을 내용으로 하는 현상광고는 강행법규에 반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므로 민법상 당연히 무효이고 형법상으로도 살인교사죄 등의 범죄에 해당합니다. 영화는 존 윅의 세계관을 인정한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존 윅에 대한 현상광고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하나씩 살펴볼게요.

현상광고는 민법 제675조 이하에서 정하고 있는데, 광고자가 어느 행위를 한 자에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의사를 표시하고 이에 응한 자가 그 광고에 정한 행위를 완료하면 효력이 생겨요. 영화에서 광고자는 존 윅에 대한 살인청부을 광고한 최고회의이고, 광고내용대로 존 윅을 살인한 자는 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완료한 자에 해당합니다. 현상광고의 법적성격을 계약으로 보는 것이 다수설(단독행위로 보는 것이 소수설)인데, 계약으로 본다면 현상광고는 청약(존 윅에 대한 살인청부와 현상금 1400만 달러)과 승낙(존 윅을 살해하는 행위)으로 이루어지고 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한 자(존 윅을 살해한 자)는 존 윅을 죽인다고 해서 바로 현상금 1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자인 최고회의가 존 윅의 사망을 인지해야 비로소 현상금 1400만 달러를 받을 권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상광고에는 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한 사람한테 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꼭 있어야 하는데, 보수는 금전 외에 물건이나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할 권리부여 등 다양한 형태로 지급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보수지급은 원칙적으로 선착순이라서 먼저 행위를 완료하면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수인이 동시에 완료하면 보수를 균등한 비율로 나눕니다. 만약 보수가 분할이 불가능하면(물건, 계약체결권부여 등의 보수는 성질상 분할이 불가능할 수 있음) 추첨으로 결정하게 돼요. 그리고 현상광고에는 그 행위에 조건을 붙이는 것도 가능한데, 영화에서 존 윅을 죽이는 방법이나(수장, 화장, 독살, 총살 등) 죽인 후 시신을 최고회의에 꼭 가져와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이는 것도 가능해요. 만약 지정행위에 조건이 붙어 있다면 지정행위 완료 외에 그 조건도 성취되어야 보수청구권이 생겨요. 판례는 ‘제보로 검거되었을 때에 신고인 또는 제보자에게 현상금을 지급한다’는 현상광고 사안에서, 탈옥수의 거처 또는 소재를 경찰에 신고 또는 제보하면 광고에서 정한 행위는 완료되는 것이지만, 경찰이 검거를 해야 조건이 성취되는 것으로 보았어요. 이 사안에서 제보자가 경찰에 탈옥수의 소재를 신고하였고(지정행위 완료 의미), 경찰이 호프집 안에서 탈옥수를 검문하고 파출소에 데려간 이상 검거도 되었다(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의미)고 보아, 제보자의 대한민국에 대한 보수지급청구를 인정했습니다(탈옥수 신창원 사건).

현실은 현상광고에서 시상하는 경우는 선착순이 아니라 응모자 중 우수한 결과물을 제출한 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것은 민법상 ‘우수현상광고’에 해당합니다. 우수현상광고는 응모기간을 꼭 정해야 효력이 있고 우수자가 없다는 판정은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러나 광고에서 미리 표시를 하거나 판정의 표준이 있으면 우수자가 없다는 판정도 가능해요.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다수의 응모 공고문(우수현상광고의 성격을 가짐)에는 하단에 작은 글씨로, 기준에 못 미칠 때에는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최고회의의 존 윅에 대한 살인청부 현상광고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수현상광고가 아니라 (일반)현상광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먼저 행위를 완료한 자(존윅을 죽이는 자)가 1400만 달러를 받을 권리가 생겨요.

현상광고는 그 기간을 정하면 기간만료 전에는 철회하지 못하고 기간을 정하지 않은 때는 행위를 완료한 자가 있기 전에 광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철회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 존 윅은 사막에서 최고회의 위에 있는 장로를 만나 화해를 청하고, 이에 장로가 존 윅한테 충성서약을 즉시 보일 것과 윈스턴을 죽이면 파문을 철회하고 살인청부도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장로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막사 같은 곳에서 존 윅한테 임무를 부여(충성서약을 보일 것과 윈스턴을 죽일 것)하고 임무를 완료하면 파문을 철회하고 살인청부도 취소하겠다고 말한 것이 과연 현상광고의 적법한 철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법상으로는 적법한 철회라고 할 수 없어요. 현상광고를 철회하려면 현상광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유사한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영화 초반에 존 윅에 대한 현상광고(파문과 살인청부 공지)는 중앙 행정실을 통해 전세계에 전산 등을 통해 공지가 되었으므로, 파문철회와 살인청부취소도 같은 방법으로 공지가 되어야 현상광고가 적법하게 철회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영화에서 장로는 사막에 있는 막사에서 부하들 몇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윅한테 구두로 임무를 완료하면 파문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는데, 중앙 행정실을 통해 파문철회가 전세계에 전산 등을 통해 공지되지 않았다면, 파문철회 사실을 알지 못하는 킬러가 존 윅을 죽이고 최고회의에 현상금 1400만 달러를 청구해도 최고회의는 현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어요.

존 윅은 1편에서 죽은 아내가 남긴 개가 강도한테 죽임을 당하자 복수로 강도와 그 부친을 모두 죽이고, 3편에서는 소피아(할리 베리)가 자신의 셰퍼드 한 마리를 전 보스 베라다가 총으로 쏘자 분노해서 베라다 일당한테 총을 쏘기 시작하고 한 바탕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타인이 소유하는 개를 죽이는 것은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데요. 만약 개가 죽기 전에 학대를 당해서 상해를 입고 그 후유증으로 죽게 되면, 재물손괴죄 외에 동물보호법위반죄도 성립해요. 영화에서 소피아의 개는 베라다가 쏜 총에 맞았지만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죽지 않았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고, 만약 총에 맞아서 상해를 입었다면 동물학대에 해당하여 동물보호법위반죄는 성립할 수 있어요.

존 윅 시리즈는 4편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3편에서 존 윅에 대한 살인청부 현상광고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고 철회되지도 않았지만 존 윅이 형식상 사망했기 때문에 현상광고에서 정한 행위(존 윅을 죽이는 것)는 불능이 되었으므로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존 윅 4편에서 새로운 법률쟁점을 기대해봅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