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개막을 눈앞에 뒀다. 2020년, 모두가 힘든 한 해지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UMFF)에게도 더없이 고된 시간이었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UMFF는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여러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10월에서 4월로 개막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었다. 가을이 아닌 봄의 완연한 향취를 나누기 위한 움직임은 그러나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UMFF는 그럼에도 관객들과 만날 방법을 강구했다. 산에서 함께 하는 영화제라는 특징은 지키되, 방역 또한 지킬 수 있는 방법. UMFF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해법을 들고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오는 10월 23일 금요일부터 11월 1일 일요일까지 진행될 제5회 UMFF. UMFF가 준비한 영화를 즐기는, 산과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함께 만나보자.


현장에선 자동차극장

UMFF에서 공개한 자동차 극장 전경

UMFF가 내린 답은 바로 '자동차 극장'. 영화는 영화관에서, 기존 영화제의 틀은 깨트리지 않는 선에서 영남알프스의 자연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절충안인 셈이다. 이번 자동차 극장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될 것이다. 자동차 극장 티켓은 한 작품당 5천 원. 서울 시내 자동차 극장에 비하면 1/4 가격이다. 또 인당이 아닌 대당 티켓이기에 차 한 대로 4인 가족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자가를 이용해 UMFF 개최지 영남알프스까지 온 관객들이라면 올해는 자가에서 영화를 즐기면 된다.

UMFF의 꼼꼼한 자동차 극장 준비는 차량 구역을 구분한 것에서도 돋보인다. 크기가 다소 큰 차량이 앞을 가리는 일 없도록 일반 승용차와 SUV의 구역을 분리했다. SUV 구역을 이용해야 하는 차량에 관해선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돼있으며 대형, 풀 사이즈 SUV, 5인승 이상의 RV차량, 벤, 미니버스, 대형버스 등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UMFF에서 공개한 자동차 극장 전경

자동차 극장이니 영화를 보기에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UMFF가 친환경영화제를 표방하기에 모든 차량은 시동을 끄고 창문을 열어 설치된 스피커로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 즉 차량의 소음이나 관객들을 불편하게 할 행동은 원천 금지됐다. 스크린 또한 가로 17m, 높이 10m 크기로 준비돼 여느 자동차 극장 못지않은 사이즈다. 서늘한 가을 날씨에만 어느 정도 대비한다면 가성비 좋은 영화 관람을 하기 충분하다.

자동차 극장은 차량에 따라 구역을 나누었다.


집에서는 온라인 상영

<네이처 심포니>

<조스 밸리의 클라이머>

자가가 없다고 서러워 말자. 자가가 없어도, 현장에 가지 않아도 UMFF는 영화제를 찾아준 모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영화제들이 그랬듯, UMFF 또한 온라인 상영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온라인 상영 역시 자동차 극장 못지않은 가성비로 무장했다. 영화제가 개막하는 10월 23일부터 11월 1일 폐막까지, 온라인 상영작 전부를 볼 수 있는 관람권이 5천 원이다. 편당, 인당, 그런 것 없이 모든 작품을 보는 프리 패스가 5천 원. 상영작을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마저 잊게 할 가격이다.

또한 이용 가능한 기기의 폭도 넓다. 한 번 결제하면 PC와 모바일 모두 관람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큰 화면을 선호한다면 PC가 최적에 답이겠지만, 일상생활 속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면 모바일로도 관람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선택권을 보장한단 점부터 UMFF가 관객들의 수요를 꽤 자세히 살펴봤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작품마다 상영하는 시기가 다르므로, 관람권을 구매했어도 보고 싶은 작품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관람 가능한지 반드시 살펴보자.


장수하는 영화제를 꿈꾸며

코로나19으로 한창 들썩인 2020년, UMFF는 트레일러를 통해 자신들의 비전을 천명한다. 이번 5회 UMFF의 트레일러 주인공은 설악산의 유일한 지게꾼 임기종. 끊임없이 산을 오르는 모습은 물론이고, 산을 오르내리는 자신의 일을 두고 "달란트", "사명"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임기종 지게꾼은 UMFF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악영화제라는 다소 제한적인 테마를 고수하며, 사회적 거리두리라는 장벽을 두고도 끝내 자구책을 찾은 UMFF는 임기종 지게꾼의 모습을 통해 말한다. 산을 찾은 관객들을 지키는 것은 자신들의 달란트이며 사명이라고.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해야죠”라는 임기종 지게꾼의 말처럼, UMFF도 기다리는 관객들의 곁으로 왔다. 자동차 극장과 온라인 상영을 관객들에게 청량한 풍경을 안겨줄 UMFF.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