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백현진의 흔적도 있다. 극장에서 상영될 땐 영화라 부르고 미술관에 놓였을 땐 비디오라 불릴 만한 작업이라, 백현진은 '동영상'이라 부른다. 30분 남짓한 단편 <디 엔드>(2009)는 머릿속에 맴도는 무언가가 그림과 노래로는 잡히질 않아서 동영상이라는 매체와 훈련된 배우들(박해일, 문소리, 엄지원, 류승범)을 통해 그걸 엿볼 수 있을까 싶어서 시도한 작업이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다시 한번 만든 단편 <영원한 농담>(2011)은 90년대에 가깝게 지내다가 행방을 아알지 못했던 뮤지션 지인을 제주도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 그에게서 받은 인상을 제주도에서 영상으로 풀어내보고 싶다는 충동에서 비롯됐다. 두 작품 모두 김우형이 촬영을, 장영규가 음악을,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