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트로피

한국엔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권위 있는 영화상이 없다. 대종상? 말을 말자. 대종상은 올해 개최조차 불투명했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이 대중에게 인정받는 영화상이 아닐까 싶다. 23년째 사회를 보는 김혜수의 드레스가 매년 화제인 청룡영화상이 11월2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수상 내역보다는 배우들의 레드카펫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시상식이긴 하지만 에디터는 올해 청룡영화상 주요 부문 예측을 해보기로 했다. 재미를 위해 총 9개 부문 중 절반 이상 예측이 빗나가면 에디터의 수영복 뒤태를 공개할 작정이다. 참고로 에디터는 30대 후반 아저씨다. 안구 테러 예상된다. 청룡의 선택 예측과 함께 에디터 나름의 선택도 덧붙여보았다. 이른바 '두두의 선택'이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 <곡성> <내부자들> <동주> <밀정> <부산행> <아가씨>

<내부자들>

청룡의 선택 예측/ <내부자들>
청룡영화상은 의외로 보수적인 선택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최근에 그런 성향을 더 보인다. 2014년에는 <변호인>이 작품상을 받았다. 청룡영화상을 <스포츠 조선>에서 주관하는 걸 생각하면 좀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내부자들>이 작품상을 받을 만한 이유는?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가. 수상 소감에서 소신 발언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아가씨>

두두의 선택/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이준익 감독의 <동주> 사이에서 고민했다. 어떤 영화가 작품상을 받아도 불만은 없지만 근소한 차이로 <아가씨>를 선택했다. <아가씨>의 미장센은 전 세계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박찬욱 감독은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만 두번(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3년 <올드보이>) 수상했다.


감독상
후보 <밀정> 김지운, <곡성> 나홍진, <아가씨> 박찬욱, <내부자들> 우민호, <동주> 이준익

나홍진 감독

청룡의 선택 예측/ <곡성> 나홍진
올해 수많은 관객들은 현혹시켰던 <곡성>은 지난 11월8일에 열린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곡성>은 청룡영화상의 11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영평상에 비해 청룡영화상이 더 대중적인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면 나홍진 감독이 충분히 받을 만하다.

김지운 감독

두두의 선택/ <밀정> 김지운
<밀정>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에스피오나지(스파이)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은 ‘차가운 누아르’를 보여주겠다고 했고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밀정>에 녹아 있다. 최우수작품상의 경우처럼 <동주>의 이준익 감독과 김지운 감독 사이에서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김지운 감독을 선택했다. <동주>의 경우 신연식 감독의 각본이 훌륭했다고 판단했다. 각본상은 분명 <동주>의 몫이다.



남우주연상
후보 <곡성> 곽도원, <밀정> 송강호, <내부자들> 이병헌, <아수라> 정우성, <터널> 하정우

<아수라> 정우성

청룡의 선택 예측/ 정우성
청룡영화상의 심사위원들은 곽도원과 정우성을 놓고 저울질 할 듯하다. <밀정>의 송강호가 보여준 연기는 물론 훌륭하지만 2년 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변호인> 등에서 보여준 연기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하지 않을까. <내부자들>의 이병헌과 <터널>의 하정우는 곽도원과 정우성에 비하면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청룡영화상이 곽도원 대신 정우성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에디터가 생각하는 그것과 동일할 것 같다. 두두의 선택을 확인해보시라.

<아수라> 정우성

두두의 선택/ 정우성
어렵다, 어려워. 연기의 신에 가까운 <밀정>의 송강호에게 줘야 할까, 올해 가장 뜨거웠던 <곡성>의 곽도원에게 줘야 할까, <아수라>에서 진짜 개고생한 정우성에게 줘야 할까. 고생이라면 <터널>의 하정우도 만만치 않은데. <내부자들>의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 역시 올해의 캐릭터다. 고심 끝에 정우성을 선택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아수라>의 정우성은 자신의 모든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눈부신 연기를 선보였다. 이른바 정우성의 ‘인생연기’.


여우주연상
후보 <아가씨> 김민희, <덕혜옹주> 손예진,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최악의 하루> 한예리, <굿바이 싱글> 김혜수

<최악의 하루> 한예리

청룡의 선택 예측/ 한예리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수상했다. 그 전 해에는 <한공주>의 천우희가 받았다. 2년 연속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손을 들어준 청룡영화상이 올해도 파격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흐음. 이 예측은 모험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덕혜옹주>의 손예진으로 가야 할까. 수영복 예쁜 걸로 준비해야겠다.

두두의 선택/ 김민희
여전히 논란인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김민희가 시상식에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에디터는 김민희가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가씨>의 김민희는 충분히 청룡 트로피를 받을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남우조연상
후보 <부산행> 김의성, <부산행> 마동석, <밀정> 엄태구, <터널> 오달수, <곡성> 쿠니무라 준

<부산행> 마동석(왼쪽), 김의성

청룡의 선택 예측/ 김의성, 마동석 공동 수상
김의성과 마동석 둘 다 <부산행>에서 주인공 공유보다 더 눈에 띄는 활약을 한 건 사실이다. 만일 두 사람이 공동 수상한다면 김의성이 ‘<부산행> 관객 1200만 명이 넘으면 마동석에게 명치를 세게 맞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서 화제가 됐던 공약 이야기가 나오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이 시상식의 흥행을 고려한다면 김의성과 마동석은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수상자들이다.

<곡성> 쿠니무라 준

두두의 선택/ 쿠니무라 준
<곡성>의 외지인, 쿠니무라 준이 없었다면 그렇게 현혹될 수 있었을까. 이 ‘낚시의 장인’에게 낚였던 사람으로서 쿠니무라 준이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면 한다.


여우조연상
후보 <덕혜옹주> 라미란, <검은 사제들> 박소담, <터널> 배두나, <부산행> 정유미, <곡성> 천우희

<검은 사제들> 박소담

청룡의 선택 예측/ 박소담
귀신 들린 연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은 소름 돋게 그 역할을 해냈다. 박소담이 트로피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불만 있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터널> 배두나

두두의 선택/ 배두나
에디터도 처음에는 박소담을 꼽았다. 귀신 들린 연기는 역시 쉽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 <터널>의 배두나를 다시 떠올렸다. 하정우가 혼자 터널 안에서 원맨쇼를 할 때 진짜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인 사람은 배두나였다. 어쩌면 귀신 들린 연기보다 남편의 생사가 걸린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신인남우상
후보 <동주> 박정민, <그물> 이원근, <내부자들> 조우진, <날, 보러와요> 이상윤, <글로리데이> 지수

<동주> 박정민

청룡의 선택 예측/ 박정민
‘중고 신인’이라는 타이틀은 언론에서 좋아할 법하다. 박정민은 2011년에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이제훈과 함께 <파수꾼>에 출연했다.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들고 어색해하는 박정민을 기대해본다.

<동주> 박정민

두두의 선택/ 박정민
<동주>를 본 관객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시인 윤동주를 연기한 강하늘보다 혁명을 꿈꾼 송몽규(박정민)를 더 눈여겨 봤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강하늘은 없지만 남우조연상 후보에 박정민은 있다. <동주>에서 박정민이 없었다면 강하늘이 읊었던 그 시들이 그렇게 슬펐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늦었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 박정민에게 수상의 영광이 있으면 한다.


신인여우상
후보 <귀향> 강하나, <아가씨> 김태리, <곡성> 김환희, <나홀로 휴가> 윤주, <스틸 플라워> 정하담

<아가씨> 김태리

청룡의 선택 예측/ 김태리
독보적인 무게감이다. 김태리를 선택하지 않으면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은 꽤나 강한 비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가씨>의 광팬들은 영화의 공식 상영이 끝난 뒤에 나온 감독판을 다시 스크린에 걸게 할 정도로 집요하다.

<아가씨> 김태리

두두의 선택/ 김태리
청룡의 선택과 동일한 선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태리의 경우는 정말 이견이 없지 않을까. 환희야, 미안해.


신인감독상
후보 <굿바이 싱글> 김태곤, <부산행> 연상호, <검사외전> 이일형, <검은 사제들> 장재현, <우리들> 윤가은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윤가은(왼쪽) 감독과 배우 최수인.

청룡의 선택 예측/ 윤가은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신인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상하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장편 애니메이션을 두 편(<돼지의 왕> <사이비>)이나 만들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에만 국한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유력해 보인다. <우리들>은 단연 올해의 독립영화였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오른쪽)이 진행한 씨네마톡에 참석한 윤가은 감독.

두두의 선택/ 윤가은
청룡의 선택과 두두의 선택이 또 한번 일치했다. <우리들>은 2011년 윤성현 감독에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안긴 <파수꾼>과 묘하게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파수꾼>은 10대 후반 남자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고 <우리들>은 10대 초반 여자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두 영화 모두 학교를 기반으로 한 친구들 사이의 감정에 주목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
*수영복 드립은 제발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