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라스트 워>(2020)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2010년 개봉한 영화 <스카이라인>(2010)(이하, <스카이라인 1>)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다. SF(공상 과학) 장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스카이라인 1>(Skyline, 2010). '인간의 뇌를 수확하는 외계인의 출현'이라는 설정만으로도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지만, <스카이라인 1>이 당시 SF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유는 화려하다 못해 빛이 나는 제작진 라인업 덕분이었다. <아바타> <2012> <300> <엑스맨> 등의 비주얼을 매만진 하이드록스사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숨에 그해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것. 포스터 상단을 '<아바타> <2012> 제작진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문구 한 줄로 가득 채웠을 만큼, <스카이라인 1>은 내로라하는 제작진들의 기술력이 똘똘 뭉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중심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2007)의 메가폰을 잡았던 스트로즈 형제가 있었다. 하이드록스사의 대표이기도 한 두 형제는 그들의 차기작으로 <스카이라인 1>을 선택했다. 비주얼 장인이라는 수식어답게, 그들은 <스카이라인 1>을 통해 형제의 노하우가 담긴 비주얼 기술들을 촘촘하게 펼쳐냈고, 섬세함의 정성만큼이나 SF 영화 마니아들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SF 팬들의 사랑을 등에 업은 <스카이라인 1>은 1편이 개봉한 지 7년 만에 <스카이라인 2>(Beyond Skyline, 2017)를, (드디어) 올해엔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까지 내놓는 데 성공하며 '스카이라인 유니버스'를 구축하기에 다다른다.
트릴로지(3부작) 딱지가 붙어 있는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유형은 두 가지다. 왜 3부작까지 만들어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재생 버튼을 누르는 자와, 이전 시리즈를 다 봐야 한다는 부담감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 자. 그런 면에서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가 지닌 장점은 <스카이라인 1>, <스카이라인 2>와 비교적 분리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즉, 이전 시리즈들을 정주행하지 않아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는 것. 오프닝부터 친절히 <스카이라인>의 역사를 되짚어주는 덕분에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 역시 쉽다.
" 인간의 뇌를 수확하는 외계인 하베스터들이 지구를 침공한 지 15년. 두뇌는 사람이지만 외모는 외계인인 하이브리드와 인류가 공존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면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 래드퍼드 장군은 과거 군의 에이스였지만 현재는 잠적한 로즈를 찾아내고, 로즈는 군대로 돌아와 다시 한번 임무를 맡게 되는데…"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
<스카이라인 1>이 제러드(에릭 벌포)와 일레인(스카티 톰슨)의 이야기를, <스카이라인 2>가 마크(프래크 그릴로)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의 중심엔 1편의 주인공이 낳고, 2편의 주인공이 키운(!) 로즈 콜리(린지 모건)가 서 있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 하이브리드 외계인(두뇌는 사람이지만 외모는 외계인인 이들을 일컫는 용어)과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이 깨진 세상. 특별한 능력을 지닌 로즈 콜리만이 이 사태를 막기 위한 유일한 구원자로 등장한다. 인류를 구할 유일한 해답은 단 하나다. 침략자들의 행성에 존재하는 코어 드라이버를 손에 거머쥐는 것뿐. 코어 드라이버를 찾기 위해 우주선에 몸을 실은 로즈 일행이 외계 행성, '코발트 원'으로 발을 내디디며 <스카이라인>의 마지막 시리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챕터를 연다.
<스카이라인 1>이 SF영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단연 화려한 CG(컴퓨터 그래픽) 덕분이었다. 한화로 약 105억 원밖에 되지 않는 제작비였지만, 지구를 침공한 외계 생명체가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을 감탄스럽게 그려내며 후한 평가를 얻어냈다.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 역시 SF 영화 팬들이라면 사랑해 마지않는 시각 효과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저예산 SF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를테면 모든 외계인을 통제할 수 있는 코어 드라이버가 존재하는 '코발트 원' 행성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우주의 질감이 담긴 전경을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외계 행성을 탐험하고 싶었다"는 리암 오도넬 감독의 말처럼, 미지의 행성 '코발트 원'에서 긴 러닝 타임을 소요한다. 상상력이 덧입혀진 세계의 디테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깝지 않은 작품.
<스타쉽 트루퍼스>(1997), <에이리언 2>(1986) 등 20세기 SF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외계 생명체의 비주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다. 특수 수트를 통해 구현했다는 외계인의 몸짓은 마치 90년대 SF영화 속 우리가 익히 즐겨왔던 생명체의 비주얼을 연상시키며 추억을 환기한다. 공상 과학 장르와 괴수물을 잘 버무린 리암 오도넬 감독은 <스카이라인> 트롤로지의 마지막인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를 'SF 맛집' 계보에 안착시켰다. 우주, 외계인, 행성, 괴수. 이 중 한 가지라도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리는 것이 컴퓨터의 몫이라면, 영화가 구축해놓은 세계관을 설득시키는 건 배우가 해야 할 일이다. 배우가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드느냐에 따라 SF영화의 몰입도가 결정되기 때문. 그런 점에 있어서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는 린지 모건이라는 배우를 재평가하기에 마땅한 작품이다.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에이리언>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밀라 요버비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그녀는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를 통해 제 가능성을 선명히 내비쳤다. 레인저 리온(조나단 하워드)부터 저격수 오웬스(다니엘 베른하르트), 트렌트 레드퍼드(알렉산더 시디그)를 이끄는 수장으로 분한 린지 모건은 액션신부터 감정신까지 섬세하게 완성하며 제 기량을 뽐냈다. 특히. 린지 모건은 외계 생명체와 맞서는 하이라이트 신에서 <스위트홈>의 이시영을 연상시키는 듯한 신체적 기량을 드러내며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SF부터 액션, 그리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스카이라인: 라스트 워>의 다채로운 맛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관람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