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에서도 콜린 파렐은 짙은 눈썹을 움직이며 흥분해 있다. 콜린 파렐은 첫 주연작 <타이거랜드>(2000)에서 베트남 참전병사로 분한 이래 주인공을 사사건건 옭아매는 정보국요원(<마이너리티 리포트>), 살기 위해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남자(<폰부스>), 3대 대륙을 정복해 대제국을 건설한 정복자(<알렉산더>), 마약 운반책으로 위장해 범죄조직에 잠입한 비밀경찰(<마이애미 바이스>) 등 주로 격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마초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더 랍스터>(2015)의 데이빗은 많이 달랐다. 근시라는 이유로 이혼 당하고 커플 메이킹 호텔에 오게 된 데이비드는 불안함에 빠져 있다. 사랑을 찾지 못해 랍스터가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도망쳐 들어온 숲에서 자기처럼 근시인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났지만 그곳은 사랑이 금지돼 있다. 콜린 파렐에게 무기력이라니, 분명 낯설었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파렐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