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화제작들이 속속 개봉을 앞둔 요즘, 멀티플렉스의 개봉작 외에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스케줄러를 미리 준비해두시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특별전

~ 6월 6일 @ 서울아트시네마

<클로즈업>

이란을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세상을 떠난 지도 근 5년이 흘렀다. 서울아트시네마는 키아로스타미가 살아생전 44년간 펼쳤던 영화 세계를 아우르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197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영화 <여행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부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1999)까지 키아로스타미가 세계적인 거장으로 입지를 굳게 다진 일련의 대표작들,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텐>(2002), 그가 죽고 이듬해 공개된 유작 <24프레임>(2017) 등이 상영된다. 이란의 이국적인 풍경 아래서 담아낸 따스하고 명상적인 이야기를 전할 뿐만 아니라, 영화의 형식적인 긴장 또한 놓는 법이 없었던 키아로스타미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데에 무리 없을 프로그램이다.


신카이 마코토 전작전

~ 5월 21일 @ CGV 용산아이파크몰

<초속 5센티미터>

일본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는 자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370만 관객을 동원한 <너의 이름은.>(2016)으로 단단한 인지도를 갖게 됐다. <너의 이름은.>을 수입한 미디어캐슬이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운영하는 전용관 '시네마캐슬'에선 신카이가 연출한 애니메이션을 총망라한 기획전을 진행한다. 신카이 월드의 독보적인 세계를 만방에 알린 단편 <별의 목소리>(2002)부터 최신작 <날씨의 아이>(2019)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그의 지난 작품들이 간간이 상영되긴 했지만, 한 자리에서 전작을 모두 소개하는 건 이번 기획전이 처음이다. 러닝타임 32분의 <별의 목소리>와 63분의 <초속 5센티미터>(2007)는 묶어서 틀고, <날씨의 아이>는 자막판과 더빙판을 모두 상영한다.


<둥글고 둥글게>

5월 15일 @ 시네마테크KOFA

5월 18일 @ 경기아트센터

5월 21일 @ 부산 영화의전당

시청각 프로젝트 <둥글고 둥글게>는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한 작가 장민승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한국 사회가 지나온 중요한 순간을 담은 영상, 사진, 문서 등의 기록들을 재구성해 연출한 작품이다. 가수 박효신, 봉준호 감독과 협업해온 정재일이 음악을 맡았다. 비단 과거의 흔적들을 전시하는 걸 넘어 '현재'의 관객이 당시를 추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과 매체를 적극 활용했다. 작년 11월 광주에서 공개된 데 이어 서울, 수원, 부산에서 각각 다른 날 상연되는데, 그 방식 또한 약간 상이하니 선호하는 포맷을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GAMExCINEMA

5월 19일 ~ 6월 9일 @ 시네마테크KOFA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는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게임과 영화를 가로지르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전을 연다.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와 더불어 게이머의 상상을 충족하는 청춘영화, 게임 개발자와 게임 커뮤니티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한다. 게임과 관련한 영화는 만듦새가 별로인 경우가 상당수인데, "게이머로서 그리고 컬트영화 애호가로서 이 작품들이 우리 극장에서 상영될 가치가 있다"고 밝힌 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의 기획의 변이 이 범상치 않은 상영작들을 극장에서, 몇몇은 35mm 필름으로 만날 기대를 부풀린다. 당시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돼 화제를 모았지만 완전한 실패로 남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가 커리어 최악의 영화와 인생에서 가장 큰 실망으로 꼽은 <슈퍼 마리오>(1992), 올해 초 해체를 발표한 다프트 펑크의 유일한 사운드트랙을 즐길 수 있는 <트론: 새로운 시작>(2010)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인디펜던트 우먼 : 당신의 처음

~ 5월 21일 @ 퍼플레이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온라인 플랫폼 '퍼플레이'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한 기획전 '인디펜던트 우먼: 당신의 처음'을 진행 중이다. 한국 여성 감독들이 장편영화로 입봉하기 전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프로그램이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우리들> 윤가은, <소공녀> 김고운, <미쓰백> 이지원, <벌새> 김보라 등의 초기작 15편을 볼 수 있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 단편은 볼 수 있는 루트 자체가 극히 제한되기에, '인디펜던트 우먼: 당신의 처음'은 평소 좋아하는 여성 감독들의 시작은 어땠고 지금과는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따져볼 수 있는 귀한 기회라 할 만하다.


디아스포라 영화제

5월 21일 ~ 5월 23일 @ CGV 인천연수

<야상곡>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9월에 개최됐던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올해 원래대로 5월에 다시 찾아오게 됐다. 이주민, 난민 같은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디아스포라'의 일반적인 개념을 넘어, 국가라는 경계와 개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국내외 장/단편 영화들이 한데 모였다. 변희수 하사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던 올해는 성소수자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의 비중이 특히 높다. 한편, 객원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추천하는 '디아스포라의 눈' 섹션은 새소년의 황소윤과 래퍼 슬릭이 각자 <미스터 노바디>(2009)와 <탠저린>(2015)을 선택해 직접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환경영화제

6월 3일 ~6월 9일 @ 메가박스 성수

<군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18회를 맞는 장수 영화제다. 프로그램을 빼곡히 채운 영화들의 시놉시스만 봐도 세상에는 환경 문제를 꼬집고 이를 헤쳐나가고자 애쓰는 이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환경이란 곧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터전의 문제이기에, 서울환경영화제의 프로그램이 아우르는 작품들은 예상보다 폭넓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면밀하게 탐구한 최초의 시네아스트"라는 명목으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생전에 발표한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기도 한다. 필자가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 돼지, 닭, 소의 일상을 흑백 이미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군다>(2020)다.


무주산골영화제

6월 3일~6일, 11일~13일, @ 무주산골영화관 등지

영화와 더불어 초여름의 자연까지 만끽할 수 있는 무주산골영화제도 어김없이 문을 활짝 연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영화제 특성상 단기간 많은 관객이 모이는 것을 지양하고자 일일 관객수를 제한하고, 기간도 중간에 텀을 두고 더 넉넉하게 진행된다. 많은 영화제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면서 코로나19 시국의 한계를 타파하는 길을 모색했다면, 무주산골영화제는 '산골 무주'가 정체성이라는 믿음을 고집하면서 온전히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근래 여러 영화제를 통해 빼어난 작품성을 보장받은 한국의 독립영화들, 얼마 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휩쓴 <노매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의 장편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2015), 작년 해외 영화인들의 베스트 리스트에 빈번히 올랐던 <전혀아니다, 별로아니다, 가끔그렇다, 항상그렇다>(2020), 브라질의 걸출한 시네아스트 클레버 멘돈사 필류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극장 문을 나서면 눈 앞에 펼쳐지는 파릇한 산과 별천지는 보너스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