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가 가미된 시대극, 사회고발적인 네오리얼리즘 등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1960년 <하녀>를 발표했다. 한국영화 대표작을 선정하는 리스트에 늘 최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한국영화사에서 <하녀>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공간의 구도를 통해 명징하게 드러내는 계급 격차, 무력한 남자와 그를 옭아매는 여자들의 삼각관계, 그걸 극대화하는 거침없는 에로티시즘, 뻣뻣하고 비장한 문어체 대사 등. 김기영 영화 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이 <하녀>에 응축되어 있다. 김기영은 <하녀>를 70년대에 맞춰 다시 만든 <화녀>(1972)를 비롯해 <충녀>(1972), <화녀‘82>(1982), <육식동물>(1984) (화마로 인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준비하고 있던 <악녀>까지) 등 <하녀>에 뿌리를 둔 일련의 시리즈 영화들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