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디즈니 영화는 없었다. 공개 이후 전 세계 평단이 호평을 줄줄이 이어가고 있는 디즈니 신작 <크루엘라>는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영화다. 벌써부터 오스카 의상상 예비 후보로 예측되고 있는 화려한 의상, 1970년대 런던을 그대로 살려낸 거대한 세트.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그 위를 활보하며 저만의 색채를 채워나간다. 자신의 분노를 재능으로 승화시킨 주인공이 복수를 성공하는 데에서 오는 짜릿한 쾌감. 새로운 크루엘라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엠마 스톤, 그리고 그와 맞붙는 엠마 톰슨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크루엘라>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스파크 튀는 주연들의 신경전 주변에서 영화의 풍미를 돋워주는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으니. 영화의 개성만큼이나 저마다 선명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크루엘라>만의 앙상블을 완성한 조연 배우들의 이력을 살펴봤다.


마크 스트롱

보리스 역

예고편에 등장한 한 장면만으로도 느껴지는 냉철함.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보리스는 공개된 스틸 이미지 속 그의 눈빛만큼 절제력 넘치는 캐릭터다. 남작 부인의 곁에서 그의 군더더기들을 제거하는 비서. 하지만 마크 스트롱의 출연작을 많이 봐온 이들이라면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숨은 선함이 언젠가 반짝이며 제 몫을 해낼 걸 안다. 그의 이름만 봐도 지난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떠오를만큼, 그는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 친숙한 배우다. 국내 관객에게 가장 친숙할 역할은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를 장렬하게 불렀던 <킹스맨>의 캐릭터 멀린일 것. <1917> <미스 슬로운> <이미테이션> 등 호평을 받은 작품엔 빠짐없이 등장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에바 그린과 함께 출연하는 차기작 <노세보>로 관객 곁에 돌아올 예정이다.

<킹스맨: 골든 서클>


조엘 프라이

재스퍼 역

원작과 달리 실사 <크루엘라>는 크루엘라의 수족, 재스퍼와 호러스에게 보다 입체적인 숨결을 불어 넣는다. 홀로 런던 땅을 밟은 에스텔라가 복수심에 불 탄 크루엘라가 되기까지, 그의 흑화 성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이가 바로 좀도둑 동료 재스퍼. 그는 크루엘라의 꿈을 응원하고, 폭주 기관차 같은 크루엘라 내면 곡선의 완급 조절을 도와주는 섬세한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2007년 데뷔해 주로 드라마를 통해 커리어를 쌓은 영국 배우 조엘 프라이가 그를 연기했다. <왕좌의 게임> 속 대너리스의 두 번째 남편, 히즈다르 조 로라크 역으로 그의 얼굴을 마주한 이들이 많을 것. 연기를 겸하며 연극 제작 프로듀서, 뮤지션으로 활동한 그의 이색 경력이 눈에 띈다. 2017년 <패딩턴>에 출연하면서부터는 주로 영화에 출연해오고 있는 중. 비틀즈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예스터데이>, 넷플릭스 영화 <러브 웨딩 리피트> 등에 출연했다.


폴 윌터 하우저

호레이스 역

원작에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가 있다면? 크루엘라와 재스퍼의 뒷골목 동료이자 베스트 프렌드, 호레이스다. 속 터지는 말만 골라하지만 중요한 순간, 자신의 능력보다 월등한 활약을 보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캐릭터. 그간 다양한 영화에서 감초 역할로 활약해왔던 폴 윌터 하우저는 <크루엘라>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2010년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해 단역으로 경력을 쌓은 그는 <크루엘라>를 연출한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전작 <아이, 토냐>에서 토냐 하딩(마고 로비)의 은퇴 사건에 연루된 인물 션을 연기하며 평단에 눈도장을 찍었다. 앞으로 세 편의 차기작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다작왕. 어떤 작품에서든 강렬한 존재감으로 관객의 시선을 독차지해온 그가 다음엔 어떤 캐릭터로 찾아올지 눈여겨보자.


에밀리 비샴

캐서린 역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타 역을 맡는다고 표기되어있었던 배우, 바로 영국 출신 에밀리 비샴이다. 2011년 런던독립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유럽 평단에 존재감을 알린 그는 2016년 <헤일! 시저>를 통해 할리우드에 발을 뻗기 시작했다. 2019년엔 벤 위쇼와 함께 출연한 미스터리 영화 <리틀 조>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정상에 선 능력자. <크루엘라>는 그의 필모그래피 속 첫 디즈니 영화다. <크루엘라>에서 그는 에스텔라의 어머니, 캐서린을 연기했다.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은 건 그가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기 때문. 에밀리 비샴의 연기가 초반부 서사를 탄탄히 다져놓은 덕에 크루엘라의 폭주(!)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커비 하월 바티스트

아니타 역

최근 HBO의 명작들에 줄줄이 출연해 미래가 주목되는 배우로 언급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커비 하월 바티스트다. 2011년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수 편의 단편 영화, TV 시리즈의 작은 역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제 얼굴을 알려간 그는 산드라 오 주연 드라마 <킬링 이브>에서 그의 동료, 엘레나를 연기하며 신선한 얼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베로니카 마즈> <와이 우먼 킬> <굿 플레이스>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에 모두 얼굴을 비추며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의 폭을 넓혀온 배우. <크루엘라>에선 크루엘라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유일한 친구, 아니타를 연기했다. 쿠키 영상의 내용을 미뤄봤을 때 속편에서의 돋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바, 디즈니와 그녀의 협업을 기대해보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