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성장기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 대중이 즐길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몇 년 사이 놀랍도록 깊어진 눈망울, 조용히 두둑해진 필모그래피를 마주한 순간 우린 한 배우의 성장을 체감한다. <간 떨어지는 동거> 그리고 <새콤달콤>으로 시청자를 찾은 배우 장기용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모델 장기용에서 배우 장기용이 되기까지.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을 지나온 그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성실히 제 몸집을 키워왔고, 이젠 굵직한 작품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고 있다. 배우 장기용의 성장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본다.


1 안녕하세요, 모델 장기용입니다

장기용의 첫 번째 꿈은 모델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모델 장기용입니다'라는 인사말이 다소 어색해지긴 했으나, 배우 장기용이란 수식어를 달기 전 그는 모델로도 형형한 존재감을 남겼다. 스스로를 '경상도 남자'라고 소개하는 장기용은 울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모델이라는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과감히 서울행 열차 티켓을 끊었다. 2012년 런웨이에 첫발을 내디디며 시작된 그의 모델 생활. 모두가 다 그렇듯 처음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지만 보란 듯이 장기용은 앞으로 나아갔다. 콤플렉스 중 하나였던 교정기를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만들며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 소년미 가득한 자신만의 생김새를 발판삼아 장기용은 굵직한 화보들에 제 이름을 올렸고, '모델 장기용'의 커리어를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괜찮아, 사랑이야>

2 배우 데뷔작은, <괜찮아, 사랑이야>

장기용은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처음 배우로서 얼굴을 비췄다. 데뷔작치곤 꽤나 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비중은 아주 짧았지만 말이다. 극 중 오소녀(이성경)의 남자친구 샘으로 출연한 장기용은 수광(이광수)의 질투심을 유발하며 재기발랄한 존재감을 새겼다.


<선암여고 탐정단>

<고백부부>

<이리와 안아줘>

3'배우' 장기용을 빚어가던 시기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장기용은 모델에서 배우로 완전히 경로를 틀었다. 처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이후. <최고의 결혼>(2014) <선암여고 탐정단>(2014) 그리고 방점을 찍은 <고백부부>(2017)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를 익혔다. 이 시기를 지나며 열 편에 다다르는 작품을 마주했지만, 배우로서 장기용의 가능성을 눈에 띄게 드러낸 작품은 단연 <고백부부>라고 할 수 있겠다. 첫사랑과 짝사랑의 클리셰가 담뿍 담긴 정남길의 매력을 '장기용스럽게' 승화시키며 <고백부부> 흥행에 힘을 보탰다. 본인 스스로도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로 꼽는 작품이라고. 이후에도 매년 두 편 이상씩 작품을 내온 장기용은 2019년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거머쥔다. 무엇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라는 놀라운 결과로 트로피를 받아 더욱 의미가 뜻깊다. 2017년과 2018년은 배우 장기용을 섬세하게 빚어가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4 만인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만나다

배우에게 있어 개인의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것. 딱 알맞은 시기,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장기용은 배우 인생 그래프가 서서히 올라가던 시점, <나의 아저씨>라는 행운을 만나게 됐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과도 같은 <나의 아저씨>에서 장기용이 연기한 광일은 좋은 어른을 두지 못했다는 이유로 엇나갈 수밖에 없었던 불행스런 캐릭터다. 물론, 그 모든 과거 서사를 고려하더라도 광일은 용서될 수 없는 인물임이 분명하지만, 지안과 광일 사이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통해 우린 어른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 복수심, 증오, 그리움, 후회 …. 도저히 하나의 상태로 정의될 수 없는 광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해낸 장기용은 소위 '연기신'들 사이에서도 빛을 발했고, 다행스럽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모델' 장기용이 가진 편견을 완전히 벗어버린 듯한 장기용은 이후 많은 이들에게 배우로서 더 선명히 각인되기 시작한다.


5 작품마다, 장면마다 달라지는 얼굴을 가졌다.

배우 장기용을 두고 흔히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란 말들을 하곤 한다. 이젠 이미 닳을 대로 닳은 표현이지만 그만큼 장기용은 작품마다, 아니 장면마다 다른 얼굴을 꺼내 보여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세상의 모든 원망을 이고 진듯한 눈빛을 매섭게 꺼내 보이던 광일(<나의 아저씨>)이었던 장기용. 그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박모건을 만나 그렇게나 촉촉한 눈빛을 꺼내 들 줄 누가 알았으랴. 어떨 땐 반항아 같다가도, 어떨 땐 멜로 DNA로 가득 찬 장기용의 얼굴은 배우가 가진 최고의 복(福)처럼 느껴진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지나 여러 편의 멜로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기까지. 장기용이 한 장르에 고정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양한 빛을 내뿜는 그의 매력적인 얼굴 덕분이다.


6<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박모건을 만나다

장기용에게 2019년은 남다른 해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나의 아저씨>와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탄탄하게 입지를 다진 장기용에게 <검블유> 박모건이 찾아왔기 때문. 사회 곳곳에 위치한 피곤함에 찌들어있는 배타미(임수정)에게 귀염스럽게 어깨를 내어주는 연하남 박모건. 장기용의 매력으로 완성된 박모건이란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지진 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장기용은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펼쳐냈고, 이후 꾸준히 굵직한 캐릭터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검블유>의 열기가 식기도 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스크린 데뷔까지 이뤄낸 그는 첫 작품부터 4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