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워너 브러더스의 <루니 툰> 캐릭터가 만난 기획 영화 <스페이스 잼>(1996)의 속편이 25년 만에 개봉한다. 이번엔 조던이 떠난 현재 최고의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루니 툰> 캐릭터들을 만났다.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에 개봉에 맞춰 음악을 중심으로 1편 <스페이스 잼>을 복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I Believe I Can Fly"

R. KELLY

1973년 여름, 어린 마이클 조던이 늦은 밤 집 앞 공터에서 혼자 농구 연습에 열중하는 오프닝에 'I Believe I Can Fly'가 흐른다. 차근차근 감정을 끌어올리면서 전하는 "내가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라는 노랫말은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소년의 꿈을 나타낸다. 이 오프닝과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조던이 야구장에 나타나는 후반부, 엔딩 크레딧까지 3번이나 쓰인 <스페이스 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명곡 'You Are Not Alone'을 작곡하면서 대중적인 발라드에도 출중한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 알 켈리는 그 이듬해 나온 'I Believe I Can Fly'로 9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R&B 스타로 자리잡았다. <스페이스 잼> 사운드트랙이 6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릴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었지만 'I Believe I Can Fly'는 11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Un-Break My Heart'에 밀려 결국 2위에 머물러야 했다. 90년대 중반 힙합/R&B 신의 스타 뮤직비디오 감독 하이프 윌리엄스(Hype Williams)가 비디오를 연출했다.


"Space Jam"

QUAD CITY DJ'S

<스페이스 잼>은 마이클 조던을 위한 영화다. 오프닝 크레딧부터 자명하다. 중학교 졸업사진부터 레이니 고등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거쳐 시카고 불스와 USA 국가대표로 활약한 조던의 플레이들을 담은 거친 질감의 푸티지가 차례대로 지나가고, 간간이 출연진과 스태프의 이름이 삽입됐다. BGM은 쿼드 시티 디제이스의 'Space Jam'. 코트 위를 종횡무진 하는 조던의 움직임이 마이애미 베이스 비트와 우렁찬 랩과 추임새(쿼드 시티 디제이스의 전신인 95 사우스의 히트곡 'Whoot, There It Is'에서 따왔다)에 힘입어 더 역동적으로 보인다. 쿼드 시티 디제이스는 데뷔 싱글 'C'mon N' Ride It (The Train)'과 앨범 <Get On Up and Dance>를 성공시키고 <스페이스 잼>의 테마곡 격의 'Space Jam'까지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활동을 멈췄는데,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를 위해 신곡 'Brand New Jam'을 만들었다.


"Basketball Jones"

BARRY WHITE & CHRIS ROCK

루니 툰 세계에 침입한 너드럭스 일당은 루니 툰 캐릭터를 노예로 데려가기 위한 내기 농구 시합을 벌이기로 한다. 체구가 작고 움직임이 둔한 걸 보고 벅스 바니가 잔머리를 써서 농구 시합을 제안한 건데, 다른 이의 재능을 훔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너드럭스들은 NBA 선수 찰스 바클리, 패트릭 유잉, 래리 존슨, 먹시 보그스, 숀 브래들리의 농구 실력을 뽑아가고, 그들에게 당한 다섯 선수는 코트에 서지 못하게 된다. 찰스 바클리가 마을 농구장에서 연습하던 여자애들에게 아무런 수도 쓰지 못할 때 나오는 음악은 배리 화이트와 크리스 락의 'Basketball Jones'다. 코미디 듀오 치치 앤 총(Cheech & Chong)이 1973년에 발표한 곡을 베테랑 소울 싱어 배리 화이트와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리메이크했다. 동굴처럼 깊은 저음이 무기인 배리 화이트의 느릿느릿한 내레이션과 크리스 락의 피치를 한껏 올린 경망스러운 지껄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NBA 선수들이 능력을 되찾기 위해 치료를 받는 모습이 그저 하찮아 보인다.


"Fly Like an Eagle"

SEAL

벅스 바니는 NBA 스타의 능력치를 흡수한 너드럭스를 이기기 위해 현실 세계에서 마이클 조던을 데려온다. 자기를 "한물간 대머리"라고 놀리는 걸 들은 조던은 루니 툰즈 멤버들과 함께 너드럭스와 승부를 벌이기로 마음먹는다. 벅스 바니와 대피 덕이 조던의 집에 잠입해 그의 농구 장비들을 가져오고, 그걸 착용한 조던은 오랜만에 코트에서 실력 발휘를 한다. 영국 R&B 뮤지션 씰의 'Fly Like an Eagle'이 은퇴하고 야구 선수로 활동하던 조던의 농구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음악으로 쓰였다. 이 노래 역시 리메이크다. <스페이스 잼> 사운드트랙 총괄 프로듀서인 도미니크 트레니에가 직접 씰에게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의 원곡을 리메이크 해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Pump Up the Jam"

TECHNOTRONIC

드디어 결전의 날. 경기에 앞서 '툰 스쿼드' 멤버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 테크노트로닉의 'Pump Up the Jam'과 함께 이어진다. 벅스 바니는 바짝 바지를 고쳐 입고, 실베스터와 트위티는 뜀박질을 하고, 대피 덕은 잔뜩 보호구를 착용한다. 툰 스쿼드의 테마 같은 곡이지만 <스페이스 잼> 사운드트랙엔 수록되지 않았다. 벨기에 그룹 테크노트로닉의 'Pump Up the Jam'은 1989년 발표돼 힙합과 하우스가 섞인 스타일의 청사진을 제시했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히트한 하우스 넘버로 회자된다. 중독적인 멜로디와 비트, 정신을 쏙 빼놓는 그래픽이 어우러진 뮤직비디오가 현재 유튜브 조회수 2억 회를 훌쩍 넘겼다는 점은 이 곡의 여전한 영향력을 나타낸다.


"Hit 'Em High (The Monstars' Anthem)"

B-REAL, BUSTA RHYMES, COOLIO, LL COOL J, METHOD MAN

툰 스쿼드의 테마가 'Pump Up the Jam'이라면, 너드럭스 팀 '몬스타스'의 테마는 'The Monstars' Anthem'이라는 부제까지 붙은 'Hit 'Em High'다. 90년대 중반 당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래퍼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비 리얼, 버스타 라임스, 쿨리오, 엘엘 쿨 제이, 그리고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메소드 맨이 목소리를 모았다. 몬스타스 멤버 다섯에 맞춰 무려 5명의 스타 래퍼를 불러온 걸로도 <스페이스 잼>이 1996년 당시 얼마나 큰 프로젝트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동부 힙합의 유명 프로듀서인 트랙마스터스(Trackmasters)의 비트 위에 다섯 래퍼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플로우가 쏟아지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Hit 'Em High!'를 반복하는 후렴구만 간략히 쓰여 결국 빌보드 100에 차트인조차 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I Found My Smile Again"

D'ANGELO

<스페이스 잼> 엔딩 크레딧엔 앞서 소개한 곡들을 포함해 7개의 노래가 사용됐다. 참여진에 비하면 음악을 사용하는 섬세함은 상당히 아쉬웠던 영화는 엔딩 크레딧의 음악 역시 대개 무성의하게 배치된 게 사실인데, 그중에서도 귀를 사로잡는 트랙이 있다. 바로 디안젤로의 'I Found My Smile Again'이다. <스페이스 잼>이 개봉하기 1년 전인 1995년 21세의 나이로 작곡, 프로듀싱, 연주까지 도맡은 데뷔 앨범 <Brown Sugar>를 발표해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디안젤로가 오랜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키보드, 드럼 머신, 목소리가 산뜻하게 어우러진 노래는 분명 <스페이스 잼> 분위기와는 딱히 어울리진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엔딩 크레딧 속 음악 가운데 유독 돋보인다. 앞서 소개한 'Fly Like an Eagle'의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했던 디안젤로는 <스페이스 잼> 이후 영화 사운드트랙을 통해 몇 개만 간간이 선보이다가 2000년 1월 희대의 걸작 <Voodoo>를 발표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