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기자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이 언론소송에서 패소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데, 40년 전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개인적 제안을 받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발생하는 일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특히, 영화는 초반에 미카엘이 의뢰를 받고 4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미카엘의 개인정보 등을 조사하는 리스베트(루니 마라)의 이야기 두 축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타인에 대한 조사 업무가 중요한 장치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법에 의해서도 이러한 업무가 가능한지 등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타인의 사생활, 위치정보 등을 수집하고 조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미카엘은 언론소송에서 패소하여 그동안 기자로서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고 경제적으로도 파산 직전에 몰립니다. 곤궁에 처한 미카엘한테 재벌 헨리크가 40년 전 실종된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조사해주면 큰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미카엘은 고민 끝에 이 제안을 수락하죠. 미카엘은 40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헨리크가 제공하는 집에 머물면서 헨리크가 제공한 자료들부터 헨리크의 친족들,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탐문하면서 조사를 진행합니다. 한편, 헨리크는 미카엘한테 40년 전 사건의 조사를 의뢰하기 전에 미카엘이 사건을 의뢰할 만한 인물인지 판단하기 위하여 미카엘에 대한 사전 조사를 먼저 진행하는데, 미카엘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은 업체는 정보원 리스베트한테 미카엘에 대한 조사를 맡깁니다.

정리하면, 미카엘은 40년 전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단순히 실종과 관련된 소재파악 등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헨리크의 친족들과 주변인물들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고, 리스베트는 미카엘을 조사하기 위해 불륜관계 등 민감한 사적 영역까지 모든 내용을 조사합니다. 즉, 두 사람이 각자 의뢰를 받고 한 행위들은 타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업무에 해당하는 것이죠. 미카엘이 한 조사 행위가 사생활 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금 애매할 수 있으나, 리스베트가 미카엘에 대해 조사한 일들은 정확하게 특정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일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미카엘의 직업은 기자이고 리스베트는 의뢰받은 회사의 정보원으로, 즉 둘 다 경찰이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도 경찰이 아닌 자가 이런 업무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생깁니다. 결국 이것은 ‘탐정업’이 가능한지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서 탐정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크게 ‘사생활 등 조사업 금지조항’과 ‘탐정 등 명칭사용 금지조항’이 그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두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2016헌마473). 그러나 신용정보법이 2020년 2월 4일 개정(2020년 8월 5일 시행)되면서 탐정업을 금지하는 규정이 삭제되어 개별 법령에서 허용하는 경우에는 특정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죠. 이에 따라 ‘탐정업’에 대한 관리와 규제, 탐정사 자격요건과 의무사항, 국민의 권리침해와 의뢰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 관리 감독기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탐정업’이 허가제인지 신고제인지, 탐정사의 자격요건과 의무사항, 탐정업의 업무범위, 제재 및 감독수단 등 주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입법상 공백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현재 대략 탐정사는 8000여 명, 탐정 관련 민간단체는 20여 개, 민간단체에서 발급하는 30종 이상의 탐정관련 자격증이 있다고 확인됩니다.

그러나 신용정보법이 2020년 2월 4일 개정되기 전 탐정업 금지규정이 존재하던 시기에도 현실에서는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의 이름으로 개인 등에게 의뢰를 받거나 의뢰 없이 타인을 불법적으로 조사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어 왔고, 신용정보법에서는 ‘사생활 등 조사업 금지조항’과 ‘탐정 등 명칭사용 금지조항’ 중 하나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판례사안을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심부름센터에서 타인의 불륜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고, 차량에서 전화번호를 임의로 알아내고, 자동차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하여 타인 차량의 위치를 전송받는 행위 등을 하면 모두 유죄로 처벌하였습니다. 현재는 개인 등이 탐정업을 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탐정업’ 관련 법률안에 의하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사건에 대한 조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것은 법에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위법한 행동은 당연히 금지되는 것이므로 탐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위법행위를 하면 당연히 해당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습니다.

영화에서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금융거래 등 정보, 평판, 기자활동 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정보도 모두 수집·조사하였는데 우리나라 법에 의하면 위법한 행동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2.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어떻게 될까

영화 후반부에 하리에트의 오빠 마르틴이 여성들을 납치하여 성적으로 고문하거나 상해를 가하는 방법 등으로 고문을 가하고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미제로 남아있던 여성들에 대한 잔혹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알고 봤더니 마르틴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다수의 사건들은 수 십 년 전에 발생하였기 때문에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마르틴이 범인이라는 진실을 밝혀냈어도 마르틴이 처벌받는지 여부는 별개입니다. 즉, 우리나라 형사법제에 의하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이었으나 2015년 7월 31일에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현재는 살인죄의 경우 범행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와 상관없이 공소제기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2015년 7월 31일 전에 살인죄 범행을 저질렀어도 그 당시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그동안 진행된 기간에 상관없이 범인을 잡기만 하면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나 영화에서 마르틴이 저지른 범죄는 수십 년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에 의하더라도 2015년 7월 31일 당시 25년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됐다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