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전성기를 맞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내며 작품마다 성장한 모습을 선보인 배우들이 있다. 현 영화 산업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마블 스튜디오, 그들이 펼쳐낸 세계관 속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나 연기자로서 또 다른 도약을 선보인 배우 넷을 모았다.


톰 홀랜드

데뷔작 <더 임파서블>(2012)

MCU 대표작 <스파이더맨> 시리즈, 피터 파커 역

톰 홀랜드는 스크린 데뷔작에서부터 전 세계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다른 떡잎이었다. 2008년부터 18개월 동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던 소년은 작품을 마무리할 때쯤 <더 임파서블>의 오디션을 봤고, 단번에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한가운데에서 기적같이 살아난 한 가족을 조명한 영화 <더 임파서블>에서 믿음직한 장남 헨리 역으로 굳건한 심지를 선보인 그는 곧바로 론 하워드 감독의 <하트 오브 더 씨>의 어린 토마스 니커슨 역으로 캐스팅돼 할리우드의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가 할리우드의 중심에 들어선 건 소니 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가 마음을 합친 '스파이더맨 리부트' 시리즈의 주역,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낙점된 2015년부터다.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으로서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는 이후 2019년까지 매해 한 편 이상의 마블 영화로 관객 곁을 찾았다.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면서, 동시에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체리>에선 피터 파커와 상반된 어두운 얼굴로 호평을 받고, <카오스 워킹> <언차티드> 등 할리우드의 대형 작품의 얼굴로도 활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제 막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스파이더맨의 10대 시절을 마무리 짓고, <스파이더맨 4>로 다시 돌아와 할리우드에서 화려한 웹스윙을 선보일 톰 홀랜드의 다채로운 활약을 기대해 보자.


젠데이아

데뷔작 <우리는 댄스소녀>(2010)

MCU 대표작 <스파이더맨> 시리즈, 미셸 역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를 익히며 자란 젠데이아는 아동 모델로 데뷔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10대 초반 디즈니채널에서 방영될 <우리는 댄스소녀>의 주인공 씨씨 역의 오디션을 봤고, 그의 단짝 친구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록키 역을 맡아 연기 데뷔를 치렀다. 디즈니채널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우리는 댄스소녀>를 통해, 젠데이아는 데뷔와 동시에 스타가 됐다. 동시에 앨범을 내며 가수로서도 활약했고,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최연소 참가자로 출연해 인상 깊은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젠데이아의 삶은 그의 이름을 딴 단편 다큐멘터리에 기록됐고, 할리우드의 영 앤 리치들을 조명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은 단골 소재가 됐다.

젠데이아가 미국의 10대가 가장 열광하는 틴에이저 스타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한 단계 도약한 시점은 마블 스튜디오와의 연과 맞물려있다. 스크린 데뷔작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그의 이름을 전 세계 관객에게 알린 작품이다.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속 깊은 미셸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낸 그는 그해 <위대한 소맨>에서 이상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는 서커스 쇼걸 앤 윌러를 연기하며 필모그래피의 폭을 넓혔다. 마약중독자 소녀를 연기한 <유포리아>에서의 놀라운 연기로 제72회 에미상에서 최연소의 나이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뒤 그는 더욱 놀라운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맬컴과 마리>에선 러닝타임 내내 연인과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꿈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리 역으로 성숙해진 연기를 선보였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대작 <듄>에선 챠니 역으로 캐스팅되어 몇 분 되지 않는 분량으로도 단번에 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본인의 출연 소식을 통해 작품을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버리는 대형 배우로 성장한 젠데이아는 우리가 가장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할리우드의 대표 얼굴이 됐다.


헤일리 스타인펠드

초기작 <더 브레이브>(2010)

MCU 대표작 <호크 아이>, 케이트 비숍 역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한 외사촌을 보며 연기에 대한 꿈을 품었다. 그는 10살이 되던 해부터 여러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경력을 쌓았다.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인지도가 고공으로 치솟은 건 코엔 형제의 연출작 <더 브레이브>에 출연하고서부터다. 열네 살 소녀 매티가 복수심을 품고 아버지를 죽인 이를 찾아 떠나는 과정을 담은 <더 브레이브>는 찰스 포티스가 1968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 번째 영화다. 존 웨인, 케서린 헵번 등 할리우드의 역사적인 배우들이 통과했던 이 영화에서,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작품의 핵심축인 매티 역을 맡아 열연했다. 1만 5천 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매티 역을 따낸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고작 15살의 나이로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얻었다.

놀라운 연기력을 입증한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매해 두세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비긴 어게인> 속 댄(마크 러팔로)의 기타리스트 딸 바이올렛, <피치 퍼펙트> 시리즈의 뉴페이스로 등장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캐릭터 에밀리, <지랄발광 17세>에서 모두의 흑역사 기억을 소환했던 네이딘, <범블비>에서 범블비와 찬란한 우정을 나눴던 찰리 왓슨 등 필모그래피를 대표할 만한 캐릭터가 여럿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2021년부터 그의 대표 캐릭터 리스트의 순위가 재정비되어야 할 듯한데, MCU의 새로운 얼굴이 될 히어로 케이트 비숍으로 완벽히 변신해 평단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켰기 때문.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는 친근함에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정의로움과 적 앞에서 두려움 따윈 잊어버리는 대책 없는 용기 등 케이트 비숍만의 선명한 매력을 살려낸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모든 마블 팬들에게 격한 환영을 받으며 MCU 입성을 마쳤다. 이전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은 케이트 비숍이 앞으로의 작품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눈여겨보자.


엘리자베스 올슨

데뷔작 <하우 더 웨스트 워즈 펀>

MCU 대표작 <완다비전>, 스칼렛 위치 역

엘리자베스 올슨은 생후 6개월 만에 카메라 앞에 선 쌍둥이 언니들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 입문했다. 엘리자베스 올슨이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한 건 4살 무렵부터. 언니들이 출연한 작품에 간간이 카메오로 출연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 수업을 들으며 배우에 대한 꿈을 다졌다. 그가 언니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으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8년 연극 무대에 서고서부터. 브로드웨이의 연극에서 대역을 맡으며 연기자로서 삶을 시작한 그는 2011년 스크린 데뷔작이었던 인디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메릴린>에서 신인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탈출한 후 망상에 시달리는 피해자 마사 역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는 단번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믿음직한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에서의 활약으로 배우로서의 신뢰도를 쌓던 그는 MCU의 완다 막시모프를 연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자신의 능력을 컨트롤하지도 못했던 초능력자가 어벤져스에 편입되고 히어로로 성장하며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 MCU 소속 작품들에 담긴 완다 막시모프의 성장은 많은 팬들을 영입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솔로 드라마 <완다비전>까지 성공리에 마친 그의 다음 작품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이야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다. 마법사로 본격 레벨 업한 완다 막시모프가 MCU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뽐낼지 지켜보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