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계는 유독 풍성했습니다. 청불 영화의 새 기록을 세운 <내부자들>의 연초 흥행을 시작으로, 봄에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곡성>, <아가씨>가 주목을 받았죠. 여름을 맞이한 극장 성수기 시즌엔 일주일마다 기대작이 개봉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흥행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허리 영화'들이 예상보다 놀라운 깜짝 흥행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쏟아지던 영화들 속에서 유독 눈을 끌던 배우들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올해의 영화들을 통해 다시 보게 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몰라봐서 미안한, 올해 영화 속에서 재발견된 배우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코미디 퀸의 귀환,
김혜수

<굿바이 싱글>은 한국 영화계에서 실로 오랜만에 나온 여배우 원톱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개봉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뤄냈죠.

<도둑들>, <관상>, <차이나타운> 등 한동안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았던 김혜수는 철딱서니 없는 주인공 고주연에게 완전히 빙의된 모습을 선보여 코미디 퀸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필러 주사를 맞아 퉁퉁 부은 입술이라든가, 철없이 임신 스캔들을 벌인다든가... 보기만 해도 한숨 나오는 이 절레절레 캐릭터를 김혜수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죠. '여배우 원톱 영화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이어, 신인 감독과 손을 잡은 그녀의 새로운 도전! '역시 김혜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흥행은 이 배우의 것,
공유

사실 공유는 어마어마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전도연과 함께 치명미를 발산한 영화 <남과 여>의 흥행이 실패하며 그 인식이 더 짙어지는 듯 싶었죠.

하지만 누구나 때가 있는 법! 공유는 <부산행>을 통해 데뷔 15년 만에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영화 속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위치에 서 있던 그는 혼자 돋보이려 하기보단 다른 주연들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 각각의 캐릭터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얽혀 위기를 헤쳐나가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 짙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딸을 안고 좀비떼들로부터 달아나던 그의 사투는 이 영화의 명장면! 공유는 이 영화를 통해 애틋한 부성애도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해냈죠.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에 이어 숨돌릴 새 없이 <밀정>으로 관객을 찾아온 그! 작품 속에서 그는 송강호와 이병헌이라는 대배우들 사이에서 저만의 강단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밀정> 또한 75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올해 국내 영화 흥행 3위를 기록했죠. 올해의 흥행 강자는 단연 공유일 수밖에! 드라마 <도깨비> 이후 스크린으로는 또다시 어떤 매력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스크린 속 존재감 1위,
마동석

충격적인 귀여움이란 이런 것! 마동석의 올해 키워드는 '반전 매력'입니다. <굿바이 싱글>에서 기존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벗은 그는 '평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마요미'란 국민 별명을 지니게 되었는데요! 미국 유학 다녀온 스타일리스트 '평구'는 <이웃사람> 속 건달, <베테랑> 속 아트박스 사장 등 그의 이미지를 담당했던 강렬한 캐릭터들을 깔끔하게 싹 밀어낸, 강한 임팩트를 지닌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격 활약은 여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동석 빠진 <부산행>은 단팥 빠진 붕어빵! 아내바보 '상화'는 영화를 보고 나온 모든 여성들의 예비신랑 모델이 되었습니다. 상화는 <부산행>에서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칸 영화제에서 선공개되었을 당시에도 가장 핫한 주목을 받던 캐릭터였습니다. 능청맞은 애드리브로 잔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한방을 터뜨릴 줄 아는 배우! 다음 작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갑,
김민희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며 꾸준히 수상 소식을 알려오는 영화 <아가씨>. <아가씨>의 주축이었던 김민희를 올해 다시 보게 된 배우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화차>의 경선, <연애의 온도>의 영 등 매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녀! 올해는 <아가씨>에서 '히데코'라는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아가씨>로 청룡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시상식에서 주목을 받은 그녀! 그러나 그 기쁨을 충만히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올해 논란의 중심에 서며 여러 이야기로 오르내린 배우이기도 했는데요. 그녀의 사생활에 관계없이 <아가씨>에서 보인 연기가 압도적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또 하나 주목해볼 사실이 있어요. 미국의 영화 전문지 <필름코멘트>에서 발표한 '2016 올해의 영화 20'엔 한국영화가 두 편 노미네이트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12위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16위엔 <아가씨>가 노미네이트되었죠. 모두 김민희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대한민국의 역대급 여배우로 우뚝 선 그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그녀의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나날이 갱신되는 인생 연기,
손예진

<비밀은 없다>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손예진의 연기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연홍'은 러닝타임 내내 격한 흥분과 차분함을 적절히 오가던 캐릭터였는데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던 이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짙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손예진의 역대급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응축시킨 그녀의 눈빛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그녀는 이 영화로 부일영화상, 한국영평상, 부산영평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올해의 여배우로 우뚝 섰습니다.

그녀는 이후 여름 성수기 기대작이었던 <덕혜옹주>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가녀리고 고고할 것만 같던 덕혜옹주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해 점점 미쳐가는 장면에서는 배우 손예진의 성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덕혜옹주>는 올해 여배우 주연 영화로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루기도 했는데요! 원톱으로 러닝타임 내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영화의 맥을 이어나간 그녀의 능력이 새삼 돋보이던 한 해였습니다.


끝없이 도전하는 대선배들,
윤여정-박근형

윤여정은 올해 스크린에서 두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했습니다. 손녀바보 할머니의 눈물샘 자극 사랑을 그린 영화 <계춘할망>도 인상 깊었지만, 올해 그녀의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죽여주는 여자>에 손을 들고 싶네요. <죽여주는 여자>는 <화녀>와 <충녀> 이후 44년 만에 윤여정이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노인과 소수자들의 삶 속 서늘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이 영화는 그녀의 연륜미 더해진 연기가 있었기에 더 빛을 발할 수 있었죠. 그녀가 아닌 박카스 할머니 '소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언제나 스펀지처럼 인물을 빨아들이는 그녀!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또다른 도전이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년 로맨틱 가이 회장님일 줄로만 알았던 박근형 또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영화 <그랜드파더>에서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노장 액션을 선보였죠. 촬영 도중 응급실행만 두 번, 연기를 위해 버스 면허도 취득했다는 그! 연기를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웠으나, 그가 한국의 대배우임을 확실히 증명한 영화였습니다.


5년 만에 빛을 본 신인,
박정민

박정민은 영화 <동주>의 송몽규 역으로 올해의 신인상을 휩쓸었습니다. 그 덕에 2011년 <파수꾼>부터 그를 지켜봐온 팬들에게는 더 뜻깊은 해가 되었죠. <동주>를 시작으로 자신의 필모에 굵직한 작품들을 하나둘 채워가고 있는 그! 알고 보면 그가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연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그는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꾹꾹 눌러 쌓아온 끼를 여러 분야에서 분출 중인 박정민! 언제나 묵묵한 노력을 잃지 않는 그의 내년은 얼마나 화려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만년 조연의 능력 입증,
유해진

칠백만에 가까운 관객 수를 불러 모은 깜짝 흥행의 주인공! <럭키>의 흥행엔 '유해진 파워'가 있었습니다. <럭키>는 만년 조연으로 영화의 감초 역할을 주로 도맡아 하던 그가 '주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입증해낸 영화였습니다. 진지할 때 더 웃긴 유해진 표 코믹 연기는 모든 관객을 저격하는 데 성공했죠! 영화 속 러브라인 엑스 엑스 배우였던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두 번의 키스신을 촬영해 화제를 부르기도 했는데요. 그간 못해서 안한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못했던 로맨티시스트 유해진의 재발견! 그의 색다른 모습들이 돋보였던 한 해였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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